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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요즘,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피서지가 아닌, 유적지에 모여 선조들의 정신을 배웠다.

지난 13일 오후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 추사고택문화체험단 4회차 참가자 18명이 땡볕에도 아랑곳없이 고택미션에 열중하고 있다. 예산군내 여러 학교들과 인천, 과천, 군포, 홍성지역에서 참가한 초등학생들이다.

추사고택 안채 마루에 앉아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추사고택 안채 마루에 앉아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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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개의 문항으로 이뤄진 미션은 온통 추사와 고택에 관한 얘기들이다.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보고 들은 뒤 푸는 미션은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추사선생이 무학대사비라고 알려진 것이 진흥왕순수비라는 사실을 밝혔냈는데요, 그 곳에서 인증샷 찍기 ▲추사선생의 마지막 글씨로 꾸밈없이 소박한 최상의 서도 경지를 보여주는 글씨를 그대로 따라 써보기 ▲제자 소치 허련이 추사선생을 그린 그림을 감상하고, 추사선생과 같은 포즈로 인증샷 찍기 ▲추사선생이 두 분의 부인과 함께 잠들어 계신 곳에서 경건하게 다같이 참배하기 ▲잠시 기자가 되어 추사고택을 찾아온 방문객 인터뷰 하기 ▲안채 아궁이와 서로 짝을 이루는 굴뚝 찾기 ▲추사고택 제일 안쪽 높은 자리에는 추사의 초상을 모신 곳이 있다. 그곳의 이름은?

사랑채를 거쳐 안채로. 고택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선조들의 지혜와 조선시대 양반들의 문화를 알아가느라 바쁜 어린이들. 나무절구, 가마솥, 콩기름 먹인 마룻바닥… 모두 신기하기만 하다.
 사랑채를 거쳐 안채로. 고택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선조들의 지혜와 조선시대 양반들의 문화를 알아가느라 바쁜 어린이들. 나무절구, 가마솥, 콩기름 먹인 마룻바닥… 모두 신기하기만 하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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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답은 고택에 있다"는 진행자의 말이 떨어지자, 참가자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둠별로 모여 의논하고 기록하며 고택 곳곳을 탐색한다. 밝은 주황색 단체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의 발소리가 한여름 매미소리와 어울려 부산하다. 어디선가 추사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보고 계실 것만 같다.

어느덧 간식시간, 얼음을 동동 띄운 수박화채가 기다린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미션놀이.

모기장안은 다른 세상이다. 낮동안 보았던 친구들이 훨씬 정겹게 느껴지고, 뭔가 우리들만의
 모기장안은 다른 세상이다. 낮동안 보았던 친구들이 훨씬 정겹게 느껴지고, 뭔가 우리들만의
ⓒ 박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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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이번 체험 프로그램의 백미는 고택에서의 1박이다. 여자아이들은 안채, 남자아이들은 사랑채를 차지하고 자연스럽게 옛 문화를 배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방에 모기장도 쳐졌다. 활짝 열어놓은 앞·뒷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가슴 깊이 들어온다. 도시지역 아이들은 물론, 농촌지역 아이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정경. 개구리 울음소리가 유난히 더 높다.

이튿날 탁본체험과 찰흙을 이용한 마을 만들기 등 손으로 하는 체험놀이를 마친 아이들은 고덕 은성농원으로 이동한다. 이틀 동안 추사문화체험을 완수한 아이들에게 주는 보너스, 사과파이 만들기로 1박2일 일정은 마무리된다.

첫날 미션프로그램 중에 만난 장한결(양신초 6) 어린이는 "문화재에 관심이 많아서 가족들과 여러 지역 문화재들을 많이 다녀봤는데 우리 역사를 잘 알게 돼 뿌듯하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한편 예산군관광시설사업소가 주최하고 (사)내포향토자산관리센터가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방학이 시작한 7월 말부터 개학하는 8월 21일까지 6회차로 나눠 진행한다. 회차별로 20명 정원이 일찌감치 마감돼 인기를 실감케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지역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예산군, #추사고택, #고택문화체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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