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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the lord closed a door, somewhere he opens a window!"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사방이 얼음이라 붙잡고 올라갈 턱 하나 보이지 않고 만들 수도 없을 때, 손톱이 날아가도록 온 힘을 실어 버둥거려도 곱절의 힘으로 미끄러지기만 할 때, 미끄러져 내리는 깊이조차 알 수 없어 요란한 하강의 불안만 만장폭포 물살처럼 따가울 때... 숨을 고르게 하고, 흐린 눈을 비벼 닦게 하며, 질서 잃은 마음 다시 한 곳으로 불러 모으게 하는 말! 

벽을 타고 올라갈 수는 없지만, 튼튼한 동아줄 하나 내게 내려와 이 저온의 삶에서 몸에 피가 도는 바깥으로 나를 들어 올려 줄 것 같은 희망을 갖게 하는 말!

내게 신이 열어두신 창문은 어디에 있는 무엇일까? 오랜 시간 찾아 헤맸었다. 그러다가 서툴게나마 찾았다는 자각이 드는 건, 애착으로 싸안았던 무언가가 넝마보다 하잘것없는 것이었다는 걸 확인한 뒤부터였다.

어떤 말도 돌아 나오고, 어떤 눈물도 소금기 푸석한 실루엣 이상 되지 못할 때, 어떤 상황도 내 그림자 허락지 않고, 어떤 진심도 상대에게 한 컷의 관심조차 되지 못할 때, 내 몸을 싸안으며 내 마음을 추스르게 한 건,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모은 열 손가락 기도였다. 

더 할 게 없어서, 살아내려면 할 수밖에 없어서 시작했던 기도!

미문이 아니어도, 문맥이 맞지 않아도, 두서도 없고, 청원의 내용이 오락가락하여도, 무릎 꿇고 앉은 자리는 편했다는 기억이 있다. 골방의 기도였지만 어디선가 새어 들어오는 희망의 바람 한 줄기, 분명 감지가 됐었다.

어떤 말도 돌아 나오지 않고, 온몸이 젖는 눈물 다 알아주며, 상황 설명 없어도 고개 끄덕여 주고, 숨기고 밀폐시킨 속앓이 무조건 감싸 주는 누군가의 기운, 분명 알 수 있었다.

결국, 신이 내게 열어두신 창문은 '기도'였다.

기도... 이루어달라고 애원하지만 결국은 지금, 내 말을 들어 달라는 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무얼 뜻하는지 그냥 들어만 달라는 거! 그냥 그 자리에서 내 눈물 봐주고 가슴 아픔 느껴주며, 안 된다 옳지 않다 부정만 하지 말아달라는 거!

차츰 조용해졌다.
차츰 외롭지 않아졌다.
차츰 따뜻해졌다.
그리고, 차츰 희망이 생겼다.

가수와 곡조에 상관없이 가사가 마음을 찔러 애창곡이 된 경우가 있다. 임주리의 <사랑의 기도>가 대표적인 그 경우다. 가요 중에 '기도'라는 낱말이 들어간 게 적지 않지만 이 노래만큼 '기도'가 '기도' 본래의 의미로 다가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절실함과 애끓음이 뻥 뚫린 아스팔트 직선 도로를 보듯 조금의 여과 없이 그대로 다 읽힌다. 그래서 이 노래 제목이 <사랑의 기도>라는 것에 무조건 동의할 수 있다.

천상에 계신 이여
나의 기도 들어주소서
그 사람을 사랑하니
그이를 내게 주소서
이 내 마음 진실하니
이 내 사랑 믿으소서
그이의 불행한 모든 허물을
목숨 다 받쳐 사랑하리
도와주소서 아직은
어둠 속에 울고 있나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굽어보소서
내 가슴에 그 사람의
이름만 가득합니다
사랑으로 생긴 슬픔
내 것으로 받으리니
사랑을 맹세한 내 입술로는
세상 누구도 허물지 않으리
간청하오니 소중한
인연으로 살게 하옵소서
          - 임주리 <사랑의 기도>

이 노래 화자에게 신이 열어두신 창문은 무엇일까?

"그 사람을 사랑하니/ 그이를 내게 주"시고, "이 내 마음 진실하니/ 이 내 사랑 믿으"시어, "소중한 인연으로/ 살게" 해 달라는 기도를 올리는 것. 그것이 화자가 발견한 신의 창문이 아닐까?

화자는 이런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사랑하는 이에 대한 광폭한 갈애(渴愛)로부터 숨 쉴 통로 하나를 발견했으리라.

"사랑을 맹세한 내 입술로는/ 세상 누구도 허물지 않"겠다는 맹세! 한 사람에 대한 간절함이 그대로, 한 치의 훼손도 왜곡도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 노래의 덕목이다.

살아오는 동안 뼈 저미게 간절했던 순간들, 한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해 사철 얼음 골방에 갇혀 몸이 굳어 갔던 순간들, 오해와 편견 속에 하늘 아래 홀로 저물었던 시간들... 누군들 그런 순간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럴 때... 그럴 때라야, 눈에 보이는 창문이 있다.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속내를 들여다보며 자신과 눈 맞추는 시간,

결국 기도는, 자신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응답이다. 신이 열어둔 창문을 찾는 것도 결국은 사람 몫이듯이... !


태그:#임주리, #사랑의 기도, #창문, #광폭한 갈애,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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