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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몰이 중인 영화 <설국열차>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현상이 심각해지자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개발된 냉각제(CW-7)를 성층권에 살포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온도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지구에 새로운 빙하기가 찾아온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인간이 마지막으로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은 1년에 지구를 한 바퀴씩 도는 설국열차뿐이다.

이 영화는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단 우리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란 점도 깨우쳐준다.

울산의 한낮 기온이 38.8℃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8일 에너지시민연대를 찾았다.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실은 보통 사무실과는 달랐다.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곳곳에 부채를 든 사람과 선풍기 몇 대가 돌아갈 뿐이었다.

 에너지시민연대 홍혜란 사무처장을 지난 8일 만났다
 에너지시민연대 홍혜란 사무처장을 지난 8일 만났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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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에너지시민연대의 선장 홍혜란(50) 사무처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지로 만든 부채를 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그에게 우리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법에 대해 들었다.

홍혜란 사무처장은 "아무리 좋은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아도 그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 에너지 절약 방법을 알고 있어도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가 바라는 변화는 오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5월 28일 원전부품 고장으로 원전 3기가 멈췄고 현재까지도 수리 중에 있다. 이달 들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지난 8일과 9일 이틀연속 전력수급 경보 '준비'와 '관심' 단계가 각각 발령됐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력 수요량이 공급량을 뛰어넘어 정전대란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어 홍 처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에너지 절약'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고, 많이 들었다"며 "피크시간대 몇 분 만이라도 에어컨을 끄고, 안 쓰는 전열기구의 플러그를 뽑는다면 작은 실천이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면 안정적인 전력수급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발표된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 4차 보고서에서는 마침내 인간이 기후변화에 미친 영향은 95%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처장은 "하와이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작년에 400ppm을 넘어섰고, 한반도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지난해 401.2ppm이었다"며 "450ppm이 되면 사실상 기후변화가 지구 전역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기후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인 것을 감안하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의 주요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적인 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홍 처장의 설명이다.

작년 에너지의 날, 120만㎾ 전력 절감... 오는 22일도 행사

2003년 8월 22일은 그 해 전력소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었다.

이에 따라 에너지시민연대는 에너지의 중요성과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 등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전 국민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 2004년 8월 22일을 '제1회 에너지의 날'로 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래를 위해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이 절심함을 알리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그는 "처음 에너지의 날을 지정하고 관련 행사를 진행할 때는 참여율이 미미했지만 갈수록 그 규모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열린 제9회 에너지의 날에는 정부 산하 5만여 기관을 비롯해 기업과 단체, 72만가구로 추산되는 국민들의 참여로 이날 하루에만 120만㎾의 전력이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오는 22일에도 에너지시민연대가 주최하는 '제10회 에너지의 날' 행사가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밤 8시 30분부터 35분간 전 국민이 참여하는 불끄기 이벤트가 진행된다. 전등을 소등하는 동안에는 촛불이 대신 어둠을 밝힐 예정이다.

 ‘플러그를 뽑고 한박자 천천히’라고 쓰인 통 안에 에너지의 날 행사에서 쓸 초가 담겨 있다.
 ‘플러그를 뽑고 한박자 천천히’라고 쓰인 통 안에 에너지의 날 행사에서 쓸 초가 담겨 있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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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처장은 "우리가 쉼 없이 영상매체에 노출되다 보니 대화가 많이 사라졌다, 그날 하루  만큼은 전등 대신 촛불을 켜놓고 밤하늘의 별도 보고,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날 다양한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행사장에 가면 떡 매로 만든 인절미·태양열 조리기로 만든 달걀과 주먹밥·인간 동력으로 만든 팥빙수를 먹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홍 처장은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이 몸소 움직여 전기를 만들고 나의 에너지(힘)를 활용해 떡·빙수 등을 만드는 것을 함께 체험하면서 에너지 절약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채 트리도 등장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직접 만든 부채에 '나의 전기절약 다짐'을 써서 큰 나무에 부채를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에너지의 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빈공층의 에너지 복지에도 관심 가져야"

에너지시민연대는 '에너지 복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에너지 복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홍 처장은 "2003~2004년 복지 사각지대 조사를 실시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전기나 석유 등이 절실한 모습을 보고 '에너지 복지'의 필요성을 체감했다"며 "에너지 빈곤층의 겨울철 난방사정은 아직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전남 고흥에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한 할머니와 그의 손자가 방에 촛불을 켜고 자다가 화재로 사망한 경우가 그런 사정을 잘 대변한다.

홍 처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3일부터 일주일간 124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과 난방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14.8%만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했고, 나머지는 그 이하의 온도에서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당시 에너지시민연대는 기업에서 후원받은 발열 내의를 각 가정에 선물했다.

홍혜란 사무처장이 에너지 복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혜란 사무처장이 에너지 복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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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에너지시민연대는 '에너지 낭비 실태조사'를 매년 벌이면서 에너지 낭비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조사는 공기관·회사·상가 등을 대상으로 한다. 여름철 냉방온도와 겨울철 난방온도를 조사하고 불필요한 야간 조명 사용 실태를 살핀다.

특히 과도한 야간조명 사용은 에너지 낭비뿐만 아니라 빛 공해를 일으켜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영업이 끝난 심야 시간대의 옥외조명 사용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전국 10개 도시 1731개 사업장을 살핀 결과 준수율은 19%에 그쳤다. 에너지 시민연대는 영업시간 외에 불필요한 조명을 켜고 있는 사업장에 절전안내문을 부착했고, 다시 2차 조사를 벌여 준수율을 43%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여름엔 8월 1일부터 열흘간 전국 10개 도시의 1580개 사업장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내 냉방온도 실태를 살폈다. 준수율은 79.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겨울철 난방온도 실태조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10일부터 9일간 전국 10개 도시 2054개 사업장 및 공기관에 대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준수율은 71%로 양호했지만, 의무적으로 난방온도를 지켜야하는 대형건물 중 약 30%는 여전히 과잉난방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전력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전기제품이 플러그를 통해 소비되는 전력을 말한다. 전기 플러그를 꽂아 놓으면 실제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고 소모되는 전력이다.

기기의 작동과 관계없이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소모되기 때문에 대기전력을 전기를 잡아먹는 전기흡혈귀(power vampire)라고도 한다. 실생활에서 이렇게 낭비되는 전력은 보통 전기요금의 10%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대기 전력 문제의 해결책은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를 뽑거나 멀티탭을 사용해 그 스위치를 끄는 것부터 시작된다"며 "4인가족의 한 달 전기요금이 4만 2000원 가량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전기 플러그를 뽑는 습관만 들여도 한 달에 9000원~1만 2000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결혼식' 통해 온실가스 감축의 새 이정표 제시

"이 청첩장은 환경을 위해 불필요한 치장을 없애고 친환경 재생 용지에 식물성 콩기름잉크로 인쇄하여 받는 분의 건강까지 신경 썼습니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한 부부의 청첩장에 적혀 있는 문구다. 평소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많던 부부의 결혼식인 만큼 청첩장부터 달랐다. 화려한 장식을 넣는 대신 흑백 사진을 넣어 재생지에 콩기름 잉크로 소박하게 인쇄했다.

홍혜란 처장은 "지난해에는 에너지시민연대의 도움으로 '탄소중립 결혼식(Green Wedding)'으로 11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했다"며 "이 같은 사업을 통해 올바른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결혼식을 제안하고 친환경적인 예식문화를 만들고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 했다"고 말했다.

홍 처장은 "화려한 꽃 장식 대신 화분을 이용해 만든 꽃길에서 첫발을 내딛고, 신혼여행은 해외가 아닌 국내의 유서 깊은 유적지를 돌아보는 형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홍혜란 사무처장 약력

- 경원대 경영학 학사
- 공해추방운동연합(현 환경운동연합) 상근
- 환경운동연합 운영처장
- 환경재단 사무처장
- 현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 환경부 환경정책자문위원 역임
- 산림청 종묘심의위원 역임
- UNCCD 당사국 총회(2011년) 민간부분 자문위원 역임
- 현 UNEP-에코피스리더십센터 기획위원
- 현 KOICA 환경분야 전문위원
- 현 새누리당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
일반 결혼식은 냉난방 기기·각종 전기기구의 사용·신혼여행·청첩장·음식·교통수단 등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비해 탄소중립 결혼식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치러진다. 두 사람이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 올 경우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3800kg 정도인데, 이는 소나무 34그루를 심어야 상쇄되는 양이다.

이어 그는 "이들은 미래세대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 친환경 결혼식으로 첫발을 내디뎓다"며 "이 사업은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과 공동으로 실시했지만 올해는 예산 등의 문제로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에너지시민연대는 현재 263개의 환경·소비자·여성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 에너지 저소비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운동, 캠페인, 기후변화 협약 대응 모색, 그리고 민관 협력에 필요한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홍 처장. 그는 "특히 올해 여름처럼 전력수급이 불안한 상태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으로 전력난을 극복해 가야한다"며 "전력을 주택용보다 싼값에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산업체에서 자가발전 비율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에너지시민연대, #홍혜란 사무처장, #에너지의 날, #에너지 절약,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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