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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한 달걀이 더 위험하다?
 세척한 달걀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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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세척 과정을 둘러싼 대기업과 한국계란유통협회의 치열한 공방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은 씻은 달걀(계란)이 더 위생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협회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농림식품축산부나 식품안전처는 뒷짐만 진 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관련법'의 개정이 쉽지 않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실 근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법개정에 반영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현재 법령에는 일등급 달걀이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세척이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협회나 달걀 도매상들은 "씻지 않은 달걀이 더 위생적이며 신선도가 높고, 또 안전하다고 결론이 난 이상, 법에 명시된 일등급 달걀의 전제조건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잘못된 진실을 그대로 법개정에 반영한 관련 부처에도 문제가 있지만, 국민들의 건강은 뒷전인 채 얄팍한 상흔으로 진실을 왜곡한 대기업에 더 큰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다"라는 달걀 등급제는 지난 2001년 시행됐다. 이후 정부는 지금까지 "등급 달걀은 정부가 품질을 공인하는 신선한 달걀"이며 "소비자는 안심하고 위생적이면서도 신선한 달걀을 믿고 먹을 수 있다"라고 대국민 홍보를 해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으로 판명됐다.

일등급 달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올 초부터 언론매체들은 '일등급 달걀에 문제가 있다'라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방송매체들이 더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KBS2 <아침뉴스타임>의 '1등급 계란의 불편한 진실(2013년 2월 4일 방영)', MBC <생방송오늘아침>의 '소비자만 모르는 계란의 두얼굴(2013년 3월 1일 방영)', KBS2 <굿모닝 대한민국>의 '1등급 세척란의 진실(2013년 4월 25일 방영)', KBS2 <위기탈출 넘버원>의 '위험한 밥상 계란편(2013년 5월 27일 방영)' 등이 일등급 달걀의 문제점을 지적한 대표적인 방송들이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노완섭 동국대 교수는 "달걀 껍데기에는 큐티클이라는 천연 보호막이 있어서 달걀에 해로운 세균 같은 것이 침투하는 것을 막게 돼있다"며 "그런데 이것을 물에 넣고 세척하게 되면 다 씻겨나가니까 병원균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노 교수와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협회와 달걀 도매상, 그리고 양계농장 대표들은 "다양한 종류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지금, 보다 신선하고 건강한 달걀을 먹기 위해 좀 더 깐깐한 소비자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척 안한 달걀이 더 신선하고 물에 씻을수록 살모넬라균 침투 쉬워"
[인터뷰] 한국계란유통협회 김낙철 교육위원장

“씻지 않은 계란이 더 신선하고 안전하다”라고 주장하는 한국계란유통협회 김낙철 교육위원장
 “씻지 않은 계란이 더 신선하고 안전하다”라고 주장하는 한국계란유통협회 김낙철 교육위원장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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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로 씻지 않은 달걀(계란)이 더 신선하다니, 이해가 쉽게 되지 않습니다.
"달걀은 큐티클층으로 싸여져 있습니다. 즉 큐티클층이 달걀의 껍질 바깥쪽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로 씻을 경우 큐티클층도 함께 씻겨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물론 세척이 막 끝난 달걀들은 티끌 하나 없을 정도로 보기에는 좋겠지만, 바로 이때부터 문제가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큐트클층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그 나름대로의 역할과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세균으로부터 알을 보호해준다는 것입니다. 살로넬라균을 포함해 각종 유해한 균들이 이 큐트클층에 막혀 껍데기 속으로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과학적으로도 이미 검증된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국계란유통협회에서도 달걀을 절대로 씻지 말라고 농장주들에게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그중에는 세척되는 달걀도 있지만 전량 대기업에 납품되는 실정이며, 협회 소속의 도매상들에게는 현재까지 단 한 개의 세척란도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만큼 협회에서도 달걀의 신선도 유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 그러면, 세척란과 그렇지 않은 달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보관기간이 달라집니다. 세척란은 보통 20일 전후로 보관이 가능한 반면, 물로 씻지 않은 달걀은 최장 40일까지 보관이 가능합니다. 보관기간이 배로 늘어나면서도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떤 달걀이 더 실속이 있을까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단지 물로 씻었으니깐 훨씬 더 위생적이고 깨끗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대다수 주부들이 큐트클층이 100% 파괴된 대기업의 달걀을 선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뜻한 포장에다가 또 보기에도 좋으니깐 더 위생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말이죠. 달걀의 경우 깨끗하게 씻으면 씻을수록 신선도가 더 떨어진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싶습니다." 

- 외국의 경우엔 어떤가요. 거기서도 세척된 달걀을 선호하고 있습니까.
"미국은 100% 세척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때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전량 폐기처분되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그 이후엔 정책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유럽의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에 대해선 법으로 세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달걀의 생명은 위생이 아닌 신선도에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해주는 사례들입니다."

- 그러면 국내에서는 왜 이를 법으로 강제하지 못하나요.
"관계 당국과 해당 공무원의 안일한 대처와 이를 역이용한 대기업 때문입니다. 지금도 관련법령을 살펴보면, 일등급 달걀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바로 세척입니다. 그렇기에 물로 씻지 않은 달걀은 평생을 가더라도 일등급 반열에 오를 수 없는 것이 국내 현실입니다. 실제로 관련법이 개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관련 공무원들은 '달걀 세척 공장에서 물로 씻어야만 더 위생적'이라는 대기업의 주장만을 듣고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물로 씻으면 큐트클층이 파괴돼 균의 침투가 더 쉬워진다'는 것을 우리 협회나 이를 지적한 언론매체를 통해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협회가 이 법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재개정 요청을 강하게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일등급 달걀, 이제 먹지 말아야 하는 건가요?
"소비자의 판단에 달렸겠죠. 그래도 대기업의 달걀이 더 좋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대기업에 의해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설령 로비가 없었다고 해도,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법개정에 반영했다면, 그 잘못을 바로잡는 것 또한 관련 공무원들의 몫입니다."

덧붙이는 글 | 소상공인신문 8월 12일자에 게재될 기사입니다



태그:#계란등급제, #한국계란유통협회, #계란큐트클층, #살모넬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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