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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4년부터 현행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따라 고소득자일수록 실질적인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기업 오너의 사익 편취에 세금을 물리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현행보다 완화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3년도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연 30조 원에 달하는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방안을 통해 안정적인 세입기반을 마련하고 걷힌 돈으로는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오석 부총리는 "비과세·감면 정비에 따라 지금까지 받던 혜택이 일부 줄어들게 되는 분들은 이번 세법개정안을 지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서민·중산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재부는 이날 나온 세법개정안으로 2014년에만 4300억 원, 앞으로 5년 동안은 2조4900억 원의 세수 증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안은 9월 말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급여 4500만 원인 3인 가족은 세금 10만2000원 ↑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사례별 세부담 증감 비교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기존의 소득공제 제도가 대부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기재부 측은 "과세형평을 위해 고소득자에 유리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단 기본공제, 공적연금 및 건강보험료 공제, 근로소득공제는 이전대로 소득공제 방식을 유지한다.

소득공제란 말 그대로 총 소득의 일정액을 공제한 후 세금을 매기는 방법을 말한다. 반면 세액공제는 총 소득에서 세금을 매긴 후 일정액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득공제가 소득이 많고 세율이 높은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라면서 "세액공제로 전환할 경우 저소득층은 이익이고 중산층은 별 차이가 없겠지만 고소득자들은 상당히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액공제 방식 도입 시 소득 별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이유는 소득세율 적용구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에 1400만 원을 벌고 300만 원 소득공제를 받는 노동자의 경우 과세표준이 1100만 원으로 최저 소득세율인 6%를 적용받기 때문에 66만 원만 내면 된다. 반면 이 노동자에게 세액공제를 적용할 경우 1400만 원의 총 소득이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소득세율이 15%로 치솟는다. 기본 소득세 210만 원에서 세액공제분 만큼을 공제받겠지만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원칙적으로 보면 세액공제로 할 경우 고소득층이 비교적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저소득층 중에서도 일부는 기존보다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된다"며 "심정적인 거부감은 있을 수 있지만 소득세율을 올리지 않는 이상 차선책으로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평했다.

세액공제 전환으로 일부 늘어나는 저소득층 부담 세금은 확대된 근로장려세제(EITC)와 신설된 자녀장려세제(CTC)로 보완이 가능할 전망이다. 근로장려세제는 소득이 어려운 노동자 가구에 대해 근로소득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 자녀장려세제는 2015년부터 자녀 수에 따라 정부에서 양육비 지원 목적으로 1인당 최고 50만 원까지 지급되는 자녀 장려금이다.

기재부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총급여 3000만 원인 3인 가족의 경우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면 소득공제 방식보다 60만 원가량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총급여 6000만 원인 3인 가족의 경우에는 세 부담이 13만7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가 4500만 원인 3인 가족은 10만2000원 세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내부거래 과세하면 경영효율 저해 우려 있어"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기업집단 내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완화 항목도 포함시켰다.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기업들의 투자나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란 형제회사 등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으로부터 정상거래비율(연매출의 30%)을 넘는 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중 3% 초과 지분 보유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경영평가 누리집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중 15개 그룹 오너 및 일가 65명이 올해 624억여 원의 증여세를 물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정부는 이날 개정안에서 '실질적 내부거래'라는 개념을 동원해 동일 지배주주를 둔 회사끼리의 내부거래는 지배주주가 소유한 지분율만큼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주인을 둔 회사의 거래는 사실상 기업분할을 하기 전 부서 간 거래와 같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회사 간 거래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A라는 회사가 B라는 자회사 법인의 지분을 40% 가지고 있으면서 10억 원 어치 거래를 했을 경우 현행법에 따르면 A회사는 10억 원 거래의 이익에 대한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제출한 개정안 대로라면 A회사가 얻은 이익 중 지분율만큼인 40%는 증여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는 '내부거래'가 된다. 따라서 6억 원에 대한 이익분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정부는 이날 "내부거래를 과세할 경우 기존의 사업상 필요에 따라 분사·분할된 기업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해 재합병하는 등 경영효율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오석 부총리 역시 앞서 지난 7월 27일 제주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서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일감몰아주기 과세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세제개편안에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달리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라기 보다는 총수일가가 부당하게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이다. 기업에 부담이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혼동하기 쉬운 두 가지 규제를 교차시키면서 근거가 부족한 '기업 감싸기'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일감몰아주기에 과세를 한다는 것은 부당한 사익편취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규제 대상이 되는 부당한 내부거래가 발생한 경우에도 자기 지분율만큼을 공제해주는 것은 일반적인 법 감정으로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정안에서 기업내부거래 과세 제외 방침과 더불어 중소기업에 대한 과세요건 완화 방침도 함께 제안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사업종을 영위하는 가족기업이 많은 점을 감안해서 증여세 납부 적용 주주 지분율을 기존 3%에서 5%로 높이고 정상거래비율을 연매출의 30%가 아닌 50%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신용카드 공제 15%→10%... 체크카드는 15%→30%로

 신용카드 이미지
 정부는 대신 직불형카드(체크카드)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기존 15%에서 30%로 늘리기로 했다. 그리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15%에서 10%로 낮췄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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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수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예상보다 9조 원 가량 덜 걷혔다. 세입 확충이 절실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증세는 없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소득세율 조정 등 직접적인 증세 수단은 동원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날 배포된 자료에는 박근혜 정부의 이같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갖가지 비과세·감면 축소 안을 내놨다. 우선 정책 목표를 달성한 비과세 지원책들은 모두 없애거나 감면율을 낮췄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낮춘 게 대표적이다.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정책이었는데 이미 정책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공제율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신 직불형카드(체크카드)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기존 15%에서 30%로 늘리기로 했다.

유가가 불안정할 때 시행했던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세액공제는 공제율을 0.5%에서 0.3%로 낮추기로 했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 기자재 관세 감면과 환경오염 방지물품 관세 감면은 중소기업에 한해 적용 기한을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식당 등 요식업종 종사자들에게 주어지던 부가가치세 공제도 대폭 낮아진다. 정부는 농수산물 구입액 중 매출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의제매입세액 공제를 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의제매입세액 공제란 면세인 농산물을 원재료로 창출한 재화나 용역에 대해 매입가액의 3/103만큼을 공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이날 내놓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부 안대로 공제한도가 설정될 경우 줄어드는 의제매입세액 공제 총액의 75%는 6개월 매출 2억 이하인 소규모 사업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박원석 의원은 "매출 2400만 원 이하 영세 사업자의 경우 지금은 1인당 평균 36만 원의 공제를 받고 있지만 한도 설정 후에는 24만 원으로 1/3 감소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세금을 받지 않던 대상에게도 앞으로는 부가가치세 내지는 소득세를 걷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쌍커풀수술·코성형수술 등 5개 성형수술만 부가가치세 납부 대상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치료를 제외한 미용 및 성형 목적의 모든 의료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 사시교정이나 라식·라섹수술 등 시력교정술은 제외대상이다.

종교인이 소속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보수는 기타소득(사례금)으로 간주해 과세할 예정이다. 다만 과세를 위한 준비기간을 고려해 실제 적용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둔 후 2015년 1월 1일부터 하기로 했다. 10억 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작물재배업자의 경우에도 내후년 1월 1일부터는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재배하는 작물이 곡물 및 기타 식량작물일 경우에는 여전히 면세 대상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카지노·경마 등 사행행위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기존의 2배로 강화하고 문화상품권 등 상품권류 일체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구간을 적용해 세금을 올려 받기로 했다. 공무원 직급보조비와 월 100만 원을 넘는 재외근무 수당도 2015년부터는 과세 대상이 된다.

한편, 정부는 이날 함께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조세부담률을 현재 20.2%에서 2017년까지 21% 내외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소비과세 비중을 높이고 법인세와 재산과세는 성장 친화형으로 줄여가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소득세 과세체계 조정과 법인세 과표구간 간소화 등에 대해서는 주요 과제로 지정하면서 향후 추진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당초 관심을 모았던 부가가치세 과세율 인상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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