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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얘기부터 한마디 하겠다. 요즘 건강 문제로 계속 서울 '대한문미사'에 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일부터 올해 5월까지 매주 월요일만큼은 꼭 서울을 갔다. 태안에서 서울까지 매일 가지는 못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고자 했다.

성당에 편안히 앉아 미사를 지내는 것은 내게 이상한 '죄의식'을 갖게 한다. 대한문 앞 시멘트 바닥에 앉아 땀을 흘리며 때로는 비를 맞으며 미사를 지낼 때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예수 그리스도님과 일치를 이루는 심정이 된다.

그런데 지난 6월부터는 대한문 미사에 가지 못하고 있다. 건강 문제에 고심하며,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조심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해서 먼 길 이동을 자제하고 있다.

3일(토) 오후에는 꼭 서울을 가서 오랜만에 '대한문미사'에도 참례하고, 청계광장의 촛불집회에도 참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포기를 하면서 서울에서 공부하며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촛불집회에 꼭 참석하도록 당부했다.

분수를 즐기며 뛰노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보며 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서산 호수공원 분수광장 분수를 즐기며 뛰노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보며 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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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가지 못하였지만 다행히 서산에서 거행된 4일 저녁의 촛불문화제에는 참석할 수 있었다. 서산 호수공원 분수광장에서 여는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내게 시낭송을 부탁했다.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기꺼이 시를 한 편 지었다. 그리고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여 포효하듯 우렁찬 소리로 시를 낭송할 수 있었다.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기 전 오랜만에 호수공원 분수광장의 풍경을 구경했다. 수많은 어린아이들과 젊은 엄마 아빠들이 분수를 즐기고 있었다. 분수를 맞으며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어린아이들을 보면서 저 어린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오늘을 사는 어른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힘껏 수호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촛불문화제 행사 중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호수 둘레를 도는 우레탄 길을 밟으며 걷기운동을 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그런 무심한 표정을 보면서 이명박 정권의 최대 유산인 '언론장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들과 수구족벌언론들이 철저히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으니, 촛불문화제가 뭔지, 왜 촛불집회를 여는지 모르는 시민들이 태반이었다.

4일 저녁 서산 호수공원 분수광장에서 있은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인원이 적어(약 100명 참석) 조금은 스산하기도 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 서산 촛불문화제 4일 저녁 서산 호수공원 분수광장에서 있은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인원이 적어(약 100명 참석) 조금은 스산하기도 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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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촛불의 필요성은 더욱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정권의 언론장악, 방송들과 수구족벌언론들의 진실보도 외면과 왜곡 편파보도에 맞설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촛불뿐인 셈이었다. 진실과 정의의 시대 횃불인 촛불은 결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소규모 인원이 참가했을망정 서산(태안)에서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촛불이 타오르고 있음을 기꺼워하고 감사하며, 서산 호수공원에서 걷기운동을 하는 시민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실로 우렁찬 소리로 시를 낭송할 수 있었다.

전국 각지의 이런저런 행사에서 목적시를 낭송한 일이 꽤 많아 그 목적시들을 모아 이미 두 권의 시집을 펴냈지만,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시를 낭송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를 낭송하고 나니 행사 사회를 보는 '갑오동학농민혁명 태안기념사업회' 최기중(수의사)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연세도 적지 않으신데, 그 연세에 어떻게 저런 기백과 열정을 지니고 사시는지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그러자 내 옆에 앉은 '내포지방 갑오동학농민혁명유족회' 문영식(여) 회장이 사회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께 나이와 건강 얘기는 하지 마세요."

4일 저녁 서산 호수공원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아울러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촛불 행진에 끝까지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전국의 모든 살아 있는 '촛불'들에게 내가 어제 저녁 서산 호수공원 분수광장에서 우렁차게 낭송했던 시를 소개한다. 

4일 저녁 서산 호수공원 분수광장에서 거행된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여 우렁찬 소리로 시를 낭송했다.
▲ 촛불문화제 시낭송 4일 저녁 서산 호수공원 분수광장에서 거행된 '민주주의를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여 우렁찬 소리로 시를 낭송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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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민주주의를 아느냐?

저 유신의 긴긴 터널을 지나고
저 5공의 사나운 가시덤불을 헤치며
민중의 피를 뿌려 눈물로 가꾸어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너희가 아느냐?

그동안 억지로
민주주의라는 말을 입에 담느라 수고 많았다
민주주의의 의미와 실체를 제대로 모른 나머지
발음마저 서툴러 
이상한 소리로 웅얼대는 것을
우리도 참고 듣느라 수고가 컸다
민주주의 덕에
선거를 이용하여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서도
민주주의를 능멸하고 훼손시키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

민주주의의 뜻을 다시 한 번 알려 주마
백성이 주인이라는 뜻이다
무릇 공직자들은 백성 위에 있지 않고
백성의 공복이라는 뜻이다
백성의 공복이 되었거나 공복이 되려는 자들은
백성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하고
백성의 마음을 제대로 받들며 섬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요 요체라는 것이다

공복이 되고, 또 되려는 자들이
국민을 속이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판단을 그르치게 하고 미혹에 빠지게 한다면
주인을 우롱하고 능멸하는
씻을 수 없는 불충이 된다

불충한 자들아, 너희에게 물어 보마
국가정보원이 국가의 기관이냐, 정파의 기관이냐?
경찰이 국가의 경찰이냐, 정파의 경찰이냐?
누가 너희에게 예산을 주고 월급을 주느냐?
너희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임무는 무엇이냐?

무엇 때문에 국가가 아닌 정파를 위해 복무하며
왜 정파를 위해 국가기관의 명예를 더럽혔느냐?
누가 너희에게 그 임무를 맡겼고, 그 짓을 시켰느냐?
왜 그 짓을 감추려 했고,
거짓 발표로 국민을 속였느냐?
너희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 짓의 목적은 무엇이냐?

이 물음에도 왜 너희는 대답을 하지 못하느냐?
왜 그리 명확한 대답을 피하려 하고
죄상을 감추려 하고
갖은 억지 다 부리며
궤변만 일삼느냐?

입을 봉한 채
한적한 섬에 가서 휴가나 즐기며 옛날이나 추억하면
국민이 눈감아줄 줄 아느냐?
국회청문회 시늉만 하고
외국 나들이나 하고
뿔뿔이 휴가나 간다면
국민이 잠잠할 줄 아느냐?

명색 공복이란 자들이 왜 그리 어리석고 무모하냐?
왜 그리 천지분간을 못하느냐?
왜 그리 비겁하고 치사하고 졸렬하고 천박하냐?
배웠다는 자들이 왜 그리 소인배 기질만 가지고 사느냐?
사람의 길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출세의 길만 배워서 그러하냐?
내일을 볼 줄 모르고 오늘 당장만 보고 사는
근시안들이어서 그러하냐?
아니면 군사쿠데타와 독재의 유전자 때문에 그러하냐?

국가를 위해서보다는
자신의 영달과 정파의 이익만 쫓아 사는 너희에게
무슨 희망이 있느냐?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려 애쓰기보다는
민주주의를 능멸하고 훼손하고 퇴보시키려 애쓰면서도
걸핏하면 국민을 들먹이는 너희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

너희가 애써 이루어놓은
언론장악의 성과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국민이 많을 것으로 오산하여
온갖 억지와 궤변과 그릇된 공권력으로
너희의 거짓과 죄상이 감추어질 줄로 착각한다만
나라를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깨어 있는 국민들은
내일을 향해 수억 만 개의 촛불로 타올라
너희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승리,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하여!  

* 4일 오후 7시, 서산 호수공원 분수광장,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낭송


태그:#국정원 사태, #촛불문화제, #민주주의 회복, #서산 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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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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