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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 선생님 놀이(한글 받아쓰기) 해요."
"그래 우리 하은이 벌써 한글 쓸 줄 알아?"
"네."

일편단심, 섬세함, 아름다움 등의 꽃.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다. 전에는 울타리, 마을 입구 등에도 흔히 볼수 있었는데 지금은 흔치가 않다. 불같이 활짝 피지는 않지만 은근하고 끈기가 있다.
▲ 무궁화꽃 일편단심, 섬세함, 아름다움 등의 꽃.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다. 전에는 울타리, 마을 입구 등에도 흔히 볼수 있었는데 지금은 흔치가 않다. 불같이 활짝 피지는 않지만 은근하고 끈기가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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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여기저기  꽃술을 내밀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끈질기고 강한 우리나라꽃이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꽃으로 오랫동안 피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다.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비를 쏟아부었던 장마도 곧 물러간다는 기상 예보다. 그러나 막바지 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한여름에 친구들은 이열치열로 더위를 식힌다고 산행을 갔다. 내심 이 더위에 산행이라니, 나이가 들면 등산은 관절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같이하지 못한 아쉬움에 괜히 그런 생각이 든다.

하은이가 동생 콩콩이의 백일을 맞아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하은이가 동생 콩콩이의 백일을 맞아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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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는 여름방학 중이다. 제 엄마, 아빠와 하루 외출하고는 종일 집에 칩거 상태다. 엄마가 출근하고 나니 적적한 모양이다. 괜히 심술이다. 동생 콩콩이 이부자리에서 드러누워 비켜주질 않는다. 그러더니 하부지 밉다고 토라진다. 아내나 딸 내외 까지 당분간은 콩콩이 보다는 콩이(하은이)가 상실감이 없도록 배려해주자는 데 의견을 모았었다.

괜히 심술이다. 콩콩이 이부자리에서 비켜주질 않는다. 짐짓이 옷이며 베게를 밟고 다닌다
▲ 심술쟁이 하은이 괜히 심술이다. 콩콩이 이부자리에서 비켜주질 않는다. 짐짓이 옷이며 베게를 밟고 다닌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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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에게 조금만 눈길을 주면 얼굴색이 달라진다. 문을 잠근 채 들어가버렸다. 한참을 있다가 방에서 나온 하은이가 선생님 놀이(받아쓰기 공부) 하자고 한다. 대견하다. 할아버지는 9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11살에 겨우 한글을 배운 것 같은데. 이제 5살인 하은이가 받아쓰기를 할 줄 안다니….

"타요, 요구르트, 기저귀, 물티슈, 퍼즐, 피노키오…."

선생님 놀이다. 그런데 잘못 알았다. 하은이가 선생님이고 할아버지가 학생이다.  또박또박 천천히 써야 한다고 한다. 더운 날씨에 할아버지와 손녀가 하는 선생님 놀이도 피서의 한 방법이다. 시원한 물소리 들으며 계곡을 따라 산에 오르는 친구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손녀딸과 방 안에서 놀이도 하고 공부하는 것도 싫지는 않다.

하은이가 공책에 쓴 한글. 참 빠르다.우리 때는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
 하은이가 공책에 쓴 한글. 참 빠르다.우리 때는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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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즈음의 한글 공부는 옛날과는 다르다. 노래로 하는 공부는 아이들이 즐겁게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쉽게 배운다. 다음은 모음 배우기 노래의 하나지만, 그 밖에 스티커로 배우는 한글, 동물놀이로 배우는 한글 등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세대보다 10여 년은 더 빨리 한글을 깨우친 셈이다.

"대문 밖으로 나가시는 아버지 'ㅏ'."
"방망이 엉덩이가 나왔네. 야구선수 'ㅑ'."
"대문 안에 계시는 어머니 'ㅓ'."

우리 하은이가 엊그제 태어난것 같은데 만 4세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선생님놀이, 의사놀이, 소꿉놀이 등을 하면서 자라고 있다. 에어컨 전기도 절약을 해야 한다고 전원을 끄고 다닌다.
▲ 할아버지와 한글 받아쓰기하는 하은이 우리 하은이가 엊그제 태어난것 같은데 만 4세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선생님놀이, 의사놀이, 소꿉놀이 등을 하면서 자라고 있다. 에어컨 전기도 절약을 해야 한다고 전원을 끄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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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는 똑똑해. 참 잘했어요."

하은이가  받아쓰기 잘 했다고 칭찬을 해준다. 땀 뻘뻘 흘리고 산에 갔더라면 조금은 후회할 뻔 했다.


태그:#유하은, #한글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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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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