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지, 선생님 놀이(한글 받아쓰기) 해요.""그래 우리 하은이 벌써 한글 쓸 줄 알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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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꽃 일편단심, 섬세함, 아름다움 등의 꽃.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다. 전에는 울타리, 마을 입구 등에도 흔히 볼수 있었는데 지금은 흔치가 않다. 불같이 활짝 피지는 않지만 은근하고 끈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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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여기저기 꽃술을 내밀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끈질기고 강한 우리나라꽃이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꽃으로 오랫동안 피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다.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비를 쏟아부었던 장마도 곧 물러간다는 기상 예보다. 그러나 막바지 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한여름에 친구들은 이열치열로 더위를 식힌다고 산행을 갔다. 내심 이 더위에 산행이라니, 나이가 들면 등산은 관절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같이하지 못한 아쉬움에 괜히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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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은이가 동생 콩콩이의 백일을 맞아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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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는 여름방학 중이다. 제 엄마, 아빠와 하루 외출하고는 종일 집에 칩거 상태다. 엄마가 출근하고 나니 적적한 모양이다. 괜히 심술이다. 동생 콩콩이 이부자리에서 드러누워 비켜주질 않는다. 그러더니 하부지 밉다고 토라진다. 아내나 딸 내외 까지 당분간은 콩콩이 보다는 콩이(하은이)가 상실감이 없도록 배려해주자는 데 의견을 모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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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술쟁이 하은이 괜히 심술이다. 콩콩이 이부자리에서 비켜주질 않는다. 짐짓이 옷이며 베게를 밟고 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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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에게 조금만 눈길을 주면 얼굴색이 달라진다. 문을 잠근 채 들어가버렸다. 한참을 있다가 방에서 나온 하은이가 선생님 놀이(받아쓰기 공부) 하자고 한다. 대견하다. 할아버지는 9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11살에 겨우 한글을 배운 것 같은데. 이제 5살인 하은이가 받아쓰기를 할 줄 안다니….
"타요, 요구르트, 기저귀, 물티슈, 퍼즐, 피노키오…."선생님 놀이다. 그런데 잘못 알았다. 하은이가 선생님이고 할아버지가 학생이다. 또박또박 천천히 써야 한다고 한다. 더운 날씨에 할아버지와 손녀가 하는 선생님 놀이도 피서의 한 방법이다. 시원한 물소리 들으며 계곡을 따라 산에 오르는 친구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손녀딸과 방 안에서 놀이도 하고 공부하는 것도 싫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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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은이가 공책에 쓴 한글. 참 빠르다.우리 때는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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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즈음의 한글 공부는 옛날과는 다르다. 노래로 하는 공부는 아이들이 즐겁게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쉽게 배운다. 다음은 모음 배우기 노래의 하나지만, 그 밖에 스티커로 배우는 한글, 동물놀이로 배우는 한글 등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세대보다 10여 년은 더 빨리 한글을 깨우친 셈이다.
"대문 밖으로 나가시는 아버지 'ㅏ'.""방망이 엉덩이가 나왔네. 야구선수 'ㅑ'.""대문 안에 계시는 어머니 '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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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와 한글 받아쓰기하는 하은이 우리 하은이가 엊그제 태어난것 같은데 만 4세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선생님놀이, 의사놀이, 소꿉놀이 등을 하면서 자라고 있다. 에어컨 전기도 절약을 해야 한다고 전원을 끄고 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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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는 똑똑해. 참 잘했어요."하은이가 받아쓰기 잘 했다고 칭찬을 해준다. 땀 뻘뻘 흘리고 산에 갔더라면 조금은 후회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