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에 자란 풀을 잘라주다가 손등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순간 그 충격이 팔다리에서도 동시에 느껴졌다. 벌이다! 벌들이 내 턱 밑에서 윙윙 거리며 공격을 해왔다.
"으악!"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도랑에 나뒹굴면서 낮은 자세로 기다가 벌을 피해 뛰었다. 팔다리에선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이 느껴졌다. 다행히 더 이상 벌에 쏘이지 않았다.
"선생님 무슨 일이지요?""벌… 벌에 쏘였어요.""아이고, 괜찮으세요?""네, 괜…찮…아…요…."아래쪽 이랑에서 고추밭을 매던 홍 선생님이 놀라며 나에게 다가왔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손등과 팔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나는 물파스를 꺼내어 벌에 쏘인 자리에 발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증이 점점 줄어들었다.
"큰 일 날 뻔 했네요.""다행히 얼굴에는 쏘이지 않았어요. 공짜 봉침 한 번 맞은 거죠. 허허." "동작이 생각보다 빠르시던데요. 저는 벌에 쏘이면 엄청 부어오르는데.""저도 벌에 몇 번 쏘여 보았는데 전 다행히 크게 부어오르지는 않아요. 어, 그런데 핸드폰이 없네.""아마 고추밭에 있을 겁니다.""그렇군요. 나뒹굴 때 땅에 떨어진 모양입니다."고추밭에도 땅벌이 살고 있다니 매사에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자연을 존경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장갑을 끼고 팔에 토시를 끼어서 벌침이 살에 꽂히지는 않았다. 나는 다행히 알레르기가 없는 피부다. 꿀벌은 한 번 공격하면 벌침이 빠져버리지만 말벌이나 땅벌은 수십 차례 공격이 가능한 무서운 존재들이다.
녀석들은 목표물을 20~30회 쏠 수 있는 창과 같은 벌침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땅벌 한 마리의 공격은 꿀벌 20~30마리의 공격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 나는 1회 공격을 받아 벌침이 박히지 않는 것 같다.
조심스럽게 고추밭에 다가가 보니 스마트폰이 고랑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낮은 자세로 다가가서 스마트폰을 주우면서 벌집을 바라보았다. 내가 손질을 하던 바로 뒤 이랑 기슭에 벌들이 찐빵 만한 크기의 집을 지어놓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땅벌 종류다. 녀석은 말벌에 맞먹는 맹독을 가지고 있는 벌이다.
장마철이 끝나면 벌들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등산이나 성묘를 갈 때는 노란 색이나 분홍색 등 화려한 색깔의 옷을 피하고, 강한 향이 나는 화장도 피해야 한다. 성묘를 가거나 산행을 할 때에는 물파스 같은 비상약을 챙기고, 지팡이로 점검을 하며 걷는 것이 좋다.
일단 벌에 쏘이면 즉시(0.5초 이내, 가장 빠르게) 손톱으로 벌침을 빼 제거하고 항히스타민 제제가 들어있는 물파스 등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상책이다.
어제(30일) 오전에 벌을 쏘였는데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팔과 손등이 욱신거리고 아프다. 벌은 무서운 존재이지만 건드리지만 않으면 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