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인후의 '소쇄원즉사'

대숲 너머 부는 바람 귀를 맑게 하고
시냇가 밝은 달은 가슴을 비추네.

깊은 숲은 서늘한 기운 보내 주는데
높은 나무는 엷은 그늘이 드리우네.

술이 익어 가볍게 취기를 띠자
시가 지어져 조용히 읊조리네.

한밤중 들려오는 처량한 소리는
피눈물 자아내는 두견새의 울음.

머리 맡에서 개울물 소리를 들응 수 있는 선비의 방이라는  뜻의 침계문방이라고도 불리운다
▲ 광풍각 머리 맡에서 개울물 소리를 들응 수 있는 선비의 방이라는 뜻의 침계문방이라고도 불리운다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소쇄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이다. 양산보는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능주로 유배되어 죽게 되자 세속의 뜻을 버리고 이곳에 정원을 조성하였다. 이후 그의 아들인 자징, 손자인 천운 등 3대에 걸쳐 완성하였다. 이곳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계곡과 개울, 대나무 숲이 있는 조그만 정원에 불과하지만 조선 중기 사림문화를 이끈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는데 있을 것 같다.

소쇄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청렴, 강직을 상징한다.
▲ 대나무 소쇄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청렴, 강직을 상징한다.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입구에 들어서자 여름 냄새가 물씬 풍긴다. 대나무와 매미, 계곡 물이 어우러져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왠지 낯설지가 않다. 어디나 있을 법한 계곡에  위치한 전형적인 마을 같은, 그런 것이라고 할까. 

졸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은 발을 담그면 차갑다 못해 시리다. 선비들이 이곳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피해 여름나기를 했을 듯싶다. 햇볕이 가장 강하다는 오후 2시, 이곳은 숲속의 낙원이다. 대나무, 치자나무, 배롱나무, 팽나무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1. 소쇄원(瀟灑園 강물소, 뿌릴쇄, 동산원)은 맑고 깨끗한 공원을 뜻한다. 자신이 맑고 깨끗하게  살고 싶었을는지 모른다.
▲ 1 1. 소쇄원(瀟灑園 강물소, 뿌릴쇄, 동산원)은 맑고 깨끗한 공원을 뜻한다. 자신이 맑고 깨끗하게 살고 싶었을는지 모른다.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소쇄옹 양산보는 480 여 년 전 이곳에 정원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민간 정원인 이곳 소쇄원은 선비들이 풍류를 노래하는 교류의 장으로 정치, 학문, 사상을 논하던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 요샛말로 만남의 장소였다. 식영정, 환벽당, 송강정, 면양정 등과 필암서원(배향), 충장사(배향) 등의 주인들이 그들이다.

지금까지 이곳 문화유적지 들을 탐방하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대부분의 정자가 풍광이 좋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산을 등지고 앞을 조망할 수 있는 독특한 우리 누정문화의 표본이다. 식영정, 서하당 등만 해도 성산이 뒤에 있고 앞에는 창계천이 흐른다.

입구 왼쪽으로 개울물이 흐르고 우측으로는 대나무 숲이 군락을 이룬다. 매미들의 우는 소리가 다양하다. 흐르는 물소리와 어우러져 묘한 여운을 남긴다. 조그만 구름다리를 지나니 아름드리 나무사이로 광풍각이 살며시 얼굴을 내민다. 광풍각은 손님을 위한 정자라고 한다. 일종의 사랑방인 모양이다. 김인후, 송순, 고경명, 정철 등이 이곳을 만남의 장소로 활용했을 법하다.

100일 동안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도 불린다. 광풍각과 제월당 사이에 심어져 있다. 위로 토담과 제월당이 보인다.
▲ 배롱나무 100일 동안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도 불린다. 광풍각과 제월당 사이에 심어져 있다. 위로 토담과 제월당이 보인다.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돌계단을 조금 오르자 배롱나무 고목이 눈에 들어왔다. 몇 백 년은 된 듯싶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우며 선비들의 시심을 불태우게 했을 것이다.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제월당이 올려다 보인다.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제월당은 주인이 거처하면서 학문에 몰두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독서하고 숙식도 했다는 문화 해설사의 설명이다. 원래 양산보의 집은 입구 쪽에 있었는데 제월당을 짓고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 제월당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1
▲ 개울물 1
ⓒ 문운주

관련사진보기


비록 조그만 정원에 불과하지만 소박하고 겸손하여 벼슬까지 사양하고 벗들과 함께 학문을 탐구하던  선비들….   출세와 부귀를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 사회의 모습과 대조가 된다. 옛날 선비들은 사랑채를 별도로 두고 손님을 맞이하거나 숙식을 제공하는 등 사람을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광풍각은 손님을 위한 사랑채 같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 1. 무등산 자락을 탐방하고 있습니다. 회원들과 풍경, 유물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보존해야 할 가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2. 자료는 문화해설사의 해설과 안내장, 관련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었습니다.



태그:#소쇄원, #가사문화권, #양산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