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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자경단원이 무죄 판결을 받아 미국 사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5일(한국시각) 미국에서 흑인 소년 총격 살해로 기소된 조지 짐머만의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클랜드, 뉴욕, 워싱턴 등 주요 도시에서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흑인단체와 인권기구 등이 주도하여 100명 이상이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 큰 사고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오클랜드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쓰레기통과 돌을 던져 건물 유리창을 부수고 방화까지 시도했다. 또한 경찰이 출동해 시위를 막으려 하자 성조기를 불태우면서 과격하게 항의했다.

비난 여론에 떠밀려 뒤늦은 기소

사건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로리다주 샌퍼드의 한 편의점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17세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은 자신을 불심검문한 자경단원 짐머만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마틴을 총으로 쏴 죽인 짐머만은 당시 마틴이 무장을 하지 않았지만 먼저 자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길바닥에 넘어뜨린 뒤 살해 위협을 가했기 때문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짐머만의 주장을 받아들여 체포조차 하지 않았고, 마틴의 부모는 짐머만이 히스패닉계 백인이고 마틴은 흑인이라는 인종 차별적 이유로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 지역의 흑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서야 플로리다 검찰은 지난 4월 짐머만을 2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조지 짐머만의 무죄 평결을 보도하는 CNN방송
 조지 짐머만의 무죄 평결을 보도하는 CNN방송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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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 이날 재판은 시작 16시간 만에 법원의 짐머만 석방 선언으로 끝났다. 하지만 만장일치로 짐머만에게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 6명은 백인 5명, 히스패닉 1명으로 구성되었고 흑인은 단 1명도 없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웠다.

재판이 끝난 뒤 짐머만의 변호인 마크 오마라 기자회견에서 "짐머만은 오로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에 나선 것밖에 없다"며 "배심원단의 평결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결이 내려지자 울음을 참지 못한 마틴의 유가족은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최대 흑인인권단체 유색인종발전협회(NACCP)는 법무부가 짐머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죄 평결에 쏟아지는 항의... SNS로 확산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항의 시위가 벌어질 것을 예상한 경찰은 즉각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시위는 거리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온라인에서도 확산되고 있으며 유명 인사까지 가세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의 흑인 선수 드웨인 웨이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의 어린 아이들에게 이번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며 짐머만의 무죄 평결을 비난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이번 평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법무부가 민사소송을 통해 직접 이번 사건에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흑인 최초의 법무장관 에릭 홀더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평결의 논란 여부를 떠나 짐머만에게 보복이 가해질 수도 있다며 경찰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을 만큼 흑인 커뮤니티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태그:#조지 짐머맨, #자경단, #제시 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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