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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걸을 수 록 더 좋은 '서울 둘레길' 탐방구간중 잣나무 숲길을 일행들이 걷고 있다.
 늦게 걸을 수 록 더 좋은 '서울 둘레길' 탐방구간중 잣나무 숲길을 일행들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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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둘레길 '아리랑' 서울 둘레길 '아리랑' 국철 1호선 석수역에서 시작하는 '서울둘레길' 과 '관악산 둘레길' 구간을 2013.7.7일 도보 여행을 한 기사 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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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늘 나와 함께 산행을 해온 파랑새 아우가 "형님 7일 서울 둘레길 코스 한 구간 도시지요" 하고 전화를 걸어왔다. 서울 둘레길, 그런 곳도 있었나 싶었다. 아우는 "국철 1호선 석수역에서 출발해 서울대까지 이어지는 코스인데 무더운 여름철 힘든 산행보다 싱그러운 숲길 걸으며 피톤치드향 만끽하고 내려와 시원한 호프라도 한잔하시자고요"라고 말이다.

거참 신통방통한 일이다. 파랑새 아우는 시간만 나면 산으로 달려가는 사람인데 갑자기 웬 서울 둘레길 타령을 하다니…. '올 여름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더니 혹시 파랑새 아우 더위 먹은 것 아냐?' 하고 혼자 구시렁거렸다. 그래도 모처럼 아우가 둘레길을 함께 걷자는데 안 된다고 뺄 수는 없어 엉거주춤한 답변 "그러지, 뭐"라고 말하며 한 다리 걸쳐놨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하도 '백수'가 많다 보니 신종 유머 '백수가 과로사 한다'란 말처럼 나야말로 '오리지널 백수'가 하는 일도 없으면서 뭣이 그리 바쁜지 파랑새 아우와 둘레길 걷기 약속한 것을 새까맣게 잊어 버렸다. 그랬더니 며칠 전 또다시 아우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친구, 동생분들 함께 오세요." 그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아차! 내가 실수할 뻔했구나' 정신이 바짝 들어 몇몇 지인들에게 연락해 서울 둘레길 걷기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둘레길 조감도 아직은 전구간 개통이 덜 되었지만 2014년 말경 전구간 개통이 된다고 한다.
 서울 둘레길 조감도 아직은 전구간 개통이 덜 되었지만 2014년 말경 전구간 개통이 된다고 한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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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둘레길 이정표 크지 않고 작지만 이정표의 제몫을 제대로 한다.
 서울 둘레길 이정표 크지 않고 작지만 이정표의 제몫을 제대로 한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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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우와 약속 때문에 참석은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내가 산이 아닌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질 않았다. 그 모습을 상상해 보면 마치 상투 머리에 슬리퍼 끌고 쮸쮸바를 물고 다니는 것처럼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속담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고 했는데…. 평생 등산만 하던 내가 둘레길을 걷는다는 게 조금은 어색했다.

갑자기 산이 어디로 가고 없어졌다든가 아니면 산에 사람이 너무 많이 우리가 갈만한 곳이 없다든가 이유가 분명해야 했다. 그런데 아우는 그에 대한 해명도 없이 둘레길 타령을 하다니. 이유가 알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혹시 중간에 농간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세상 사람 다 변해도 그 아우가 농간 부릴 사람 같지는 않았다.

파랑새 아우에게 물었다. "난데없이 둘레길 타령이냐"고 물으니 아우는 "형님은 천년만년 불로장생하실 건가요? 음식도 입에 맞는다고 한 가지만 편식하면 건강에 이상이 있는 법"이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둘레길도 걷고 도보여행도 즐기며 지금보다 힘 빠졌을 때 훗날을 생각해 이런저런 생각 끝에 의논을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석수역을 출발해 본격적인 서울 둘레길 들머리 구간을 일행들이 지나고 있다.
 석수역을 출발해 본격적인 서울 둘레길 들머리 구간을 일행들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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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만나는 아름다운 숲 풍경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만나는 아름다운 숲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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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에게 그 말을 들으니 나야말로 고희 나이를 어디로 다 주워 먹었는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아는 길도 물어 가라'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 없다)이란 말을 내가 왜 잊었단 말인가. 아직은 내가 다리도 튼튼하고 한 건강 한다고 자부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삼천갑자동박석'이 아닌 이상 머지않아 꼬부랑 깽깽 할아버지가 될 터인데…. 개구리 올챙이 때 생각을 못했다.

이렇게 시작된 서울둘레길 걷기는 지난 7일 석수역에서 시작됐다. 일행 18명과 함께 말이다. 나는 그동안 북한산·도봉산·관악산 같은 유명 등산로에만 사람이 많은 줄 알았는데 둘레길도 사람이 아주 많았다. 석수역을 거쳐 인근에 있는 삼성산·호암산·관악산 등을 찾는 등산객 인파가 있었다. 서울 번화가 상가 일대 뺨칠 정도로 붐볐다.

장마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서울 일대는 '마른 장마'가 지속돼 후텁지근했다. 한동안 산행을 종종 쉬었더니 둘리길 걷는데도 버벅거릴 정도로 맥이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운동선수도 각자의 종목에 맞는 경기에 실력을 보이는 것인데 내 경우 명색이 그래도 산꾼이데 펑퍼짐한 둘레길을 걷고 있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서울 둘레길을 지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증명 사진을 남기고 간다.
 서울 둘레길을 지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증명 사진을 남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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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둘레길 구간에 만나는 '호압사 약사전' 전경
 관악산 둘레길 구간에 만나는 '호압사 약사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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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 함께 자란 후배 여동생이 함께 걷자고 해 동행했는데 운동을 별로 하지 않던 이가 가파른 산길과 도보길을 오르내리다 보니 많이 지쳤나 보다. 일행들은 앞서 가고 있는데 동생은 맨 꽁무니에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명색이 오빠라는 사람이 나 몰라라 하고 홀로 앞서 나갈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동생을 부축하며 서울 둘레길을 걸었다. 이 길은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였네… 부둣가 고동 소리 옛 임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처럼 마냥 이어진다. 그러는 사이 서울 둘레길 구간을 지나 관악산 둘레길 구간에 들어갔다. 힘이 들면 챙겨온 간식(수박·방울토마토·참외·자두·포도·머루)을 나눠 먹으며 잣나무 숲 시원한 그늘 아래서 쉬었다.

호압사에 도착하자 갑자기 시원한 소낙비가 퍼붓다 뚝 그쳤다. 호압사에서 잠시 비를 비하던 등산객들이 사찰에서 제공하는 점심 공양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군침이 꼴깍.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점심 먹지 말고 여기서 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미 버스 떠나고 손 흔드는 격이 돼 미련 주디 않고 갈 길을 가려고 했다.

e편한 서울 둘레길 모습
 e편한 서울 둘레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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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 서울 둘레길 구간
 e편한 서울 둘레길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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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멀뚱멀뚱하던 하늘에서 여우비가 제법 굵게 쏟아지는 바람에 길게 이어지던 대열이 흩어져 관악산 둘레길 코스를 이탈하고 말았다. 사실은 관악산 둘레길은 이정표가 불분명해 걷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헛걸음 또는 착각을 하게 한다. 그런데다 비는 내리고 일행은 흩어졌다. '에라 모르겠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라는 생각에 우왕좌왕 하지 않고 삼성산 일부 구간을 지나 서울대 방면으로 서둘러 하산했다.

저 아래 관악산 등산로 어귀에 물레방아 도는 풍경이 하도 그럴듯해 사진을 찍어 보지만 깜빡하는 사이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카메라 렌즈에 떨어지는 바람에 물레방아 도는 풍경을 휴지통에 버려야 했다. 그렇지만, 천만다행으로 카메라는 멀쩡하니 행운이라 생각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렇게 서울둘레길-관악산 둘레길-삼성산 산행을 모두 마치고 만남의 광장에 모인 시각은 오후 2시 40분. 그럭저럭 4시간을 걸었다. 저녁을 먹기에는 배가 부른 시간, 그래도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일행과 함께 호프집에 들어갔다. 나는 여동생들 몫까지 맥주를 마시는 바람에 덩치에 맞지 않게 '맹꽁이'가 돼버렸다. "형님, 아우, 누이, 동생들 다음에 만나요" 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며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날 목표한 서울둘레길, 관악산 둘레길 도보 여행을 마치고 서울대 입구 만남의 광장 호프집에서 일행들과 함께 호프 건배
 이날 목표한 서울둘레길, 관악산 둘레길 도보 여행을 마치고 서울대 입구 만남의 광장 호프집에서 일행들과 함께 호프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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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멀리 발안에서 불편하심에도 서울 둘레길 첫 도보여행에 참석한 김일래 형님 두 분, 고맙습니다.



태그:#서울둘레길, #둘레길, #관악산둘레길, #호압사,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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