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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삼산동에 있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전경. 교통혼잡 등으로 이전하게 됐지만 이전부지 선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 남구 삼산동에 있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전경. 교통혼잡 등으로 이전하게 됐지만 이전부지 선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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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의 먹을거리인 농산품과 과일, 수산물이 거래되는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이전을 놓고 부지 선정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4월 말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부지를 남구 야음근린공원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 공원 안의 부지 18만6923㎡에 연면적 8만2851㎡,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오는 2017년 착공해 2020년 완공할 예정이라는 것. 총 사업비는 1571억 원으로 이중 1000억 원은 현재 도매시장을 매각해 충당하고, 나머지는 국비와 시비로 확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 부지인 야음근린공원은 울산석유화학공단과 불과 200m 남짓 떨어져 있고, 이 곳이 공단에서 넘어오는 공해와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공해차단녹지라는 점에서 부지 선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울산시가 부지 선정과정에서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용역의뢰를 통해 부지를 선정하는 등 절차상 미심쩍은 곳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들이 지역에서 불거진 후, 울산시의회 안성일 의원(무소속)이 이를 공론화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울산시에 이같은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울산시는 4일 답변을 내놨다.

안성일 의원은 4일 전화통화에서 "울산시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는데, 전문가는 물론 일반시민이 생각해도 납득하지 못할 일"이라며 "지금 장소도 지반이 연약해 비가 오면 물이 고여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은데, 산 언덕에 2층짜리 농수산물도매시장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왜 석유화학공단 옆 공해차단녹지에 짓나?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울산광역시가 운영하는 공공건물로, 공무원 11명과 청경 4명, 환경미화담당 3명 등 모두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각종 농수산물을 도매로 매매하는데, 울산은 물론 인근 도시에서도 이용객이 온다. 하지만 건립된 지 올해로 23년이 되면서 노후화돼 수 년 전부터 이전설이 나왔다.

특히 이곳은 울산 최고 도심인 남구 삼산동 롯데호텔 옆에 위치하면서 지금도 울산은 물론 전국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모여드는 이용객으로 차량정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전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도매시장을 이전키로 하고 용역 의뢰해 지난 4월 28일 이전부지를 남구 야음근린공원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울산시의회 안성일 의원은 이전 부지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도매시장 이전을 둘러싼 일련의 절차와 과정에 대한 의문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전 부지 적합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매시장이 이전하게 될 야음근린공원은 공단의 공해와 오염물질이 도심으로 직접적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공해차단녹지의 기능을 하고 있어 공단의 허파인 동시에 시민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야음근린공원은 공해차단녹지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SK에너지가 (공해차단녹지인) 남구 부곡동에 새로운 공장 부지를 건설하게 되면 야음근린공원은 남구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공해차단 녹지나 다름없다"며 "야음근린공원에는 몇 년 사이 골프연습장과 대규모 장례식장 등이 들어서면서 지금도 역할과 기능이 많이 훼손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다시 농수산물시장이 들어서면 공해차단 녹지의 기능과 역할을 하던 마지막 공간마저 없어진다는 것.

안성일 의원은 또한 부지선정 과정과 절차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의 문제도 지적했다. 안 의원은 "울산시는 용역결과를 발표하면서 공람 공고도 없었으며, 중차대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설명회조차 열지 않는 불투명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며 "이전지 용역 결과에 대해 그동안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7개월이 지난 뒤 발표함으로써 스스로 행정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야음근린공원을 제외하고 4곳의 후보지가 더 있었음에도 이전부지선정위원회도 구성하지 않고, 도매시장 상인은 물론 시민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정으로 이전 부지를 결정했다"며 "이 때문에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울산시가 도매시장 이전부지에 대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는 지혜를 발휘해달라"고 요구했다.

울산시 "이전부지, 지금도 공해차단녹지 역할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4일 자료를 내고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부지 선정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시는 공해녹지가 차단된다는 지적에 대해 "야음근린공원은 대부분 지목상 전·답이거나 과수원이라 현재 방치되어 있고, 주변은 각종쓰레기 등 재활용처리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공해 차단녹지 기능과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앞으로 도매시장으로 건립할 때 주변의 숲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고 원상태로 보전하고 추가로 조경수목을 식재하고 소공원을 조성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지선정 절차 의혹에 대해서는 "당초 예비후보지 11개소를 선정, 위치 여건 등을 조사 분석해 최종 5개 후보지를 선정했다"며 "종합평가 과정에서 남구 야음근린공원이 최적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문제는 다른 공공건물과는 달리 농수산물의 유통흐름과 구조개선, 접근성 등 다양하고도 종합적인 연구 검토가 필요해 선정위원회 구성보다는 전문기관에 학술연구 용역을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선정위원회를 운영할 경우, 동남권신공항 사례에서 보듯이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이전부지 선정보다는 오히려 도매시장 유치에 따른 과열 경쟁으로 지역간의 극심한 갈등만 유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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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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