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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6월 26일 오전 11시 부산대 본관 앞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시간강사를 대량해고 하는 2013. 2학기 강좌개설 지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의 부산대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6월 26일 오전 11시 부산대 본관 앞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시간강사를 대량해고 하는 2013. 2학기 강좌개설 지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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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는 지난 26일 오전 부산대학교 2013학년도 2학기 개설 강좌 축소와 구조조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부산대분회는 집회를 마치고 총장실을 항의 방문했지만, 대학은 엘리베이터와 총장실로 향하는 계단 출입문을 잠그고 분회 조합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부산대학교는 6월 11일 '2013학년도 2학기 학사과정 강좌 개설 및 수업시간표 편성 지침 통보'(이하 지침)를 각 학과에 발송했다. 이 공문은 대학이 통상적으로 매학기 강좌 개설과 관련해 개별 학과에 발송하던 공문이다. 하지만, 11일 개별 학과에 발송한 공문에는 다른 학기와 달리 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학과에서 전공선택 과목과 교양선택 과목의 개설을 축소하거나 개설시 전임교원이 담당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지침에는 인문대의 경우 80개 강좌, 사회과학대 10개 강좌, 사범대의 경우 60개 강좌 등 2013년 2학기 부산대 개설 예정강좌 중 200개 이상의 강좌 수를 줄이도록 명시돼 있다.

부산대는 지침에서 이러한 조치가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이 타 대학에 비해 낮기 때문에 이 비율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부산대의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2013년 1학기 기준으로 48.4%다.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교육역량강화사업의 평가지표로 활용된다. 지난 5월 교육부는 2013년도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교원 확보율·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등 일곱 가지 평가지표를 제시했다. 이중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이 22.5%로 반영 비율이 가장 높다. 부산대가 개별 학과에서 개설하고 있는 전공선택 과목과 교양선택 과목을 줄이거나 개설을 억제하라는 지침은 이 평가 지표에 근거한 것이다.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해 2학기 강좌 수 축소

이 평가지표에는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뿐만 아니라 강좌당 학생수도 포함돼 있다. 당연히 강좌당 학생수가 적을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부산대의 지침에는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의 경우 60명을 편성 기준으로 하고 수용 인원이 60명 이상인 강의실에는 기준을 초과해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명 이하 강좌비율이 높을수록 대학평가지표가 좋아진다. 20명 이하 강좌수 비율을 보면, 부산대는 28.4%이고, 국공립대 평균은 35.4%다. 그리고 51명 이상 강좌수 비율은 부산대 16.2%, 국공립대 평균은 15.2%다. 지표만 보면 부산대는 20명 이하 강좌 수를 더 늘리고, 51명 강좌 수를 더 줄여야 한다. 그런데 왜 대학본부는 60명 이상 강좌수를 늘리려고 하는 것일까.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높이고 수강 인원을 늘리는 것은 모순이다. 부산대분회 이상용 분회장은 "대학본부가 인문대학에 80개 강좌를 감축하고 수강인원을 60명으로 하라는 대학의 지침은 인문대학에 대한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지방 사립대에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주로 인문학과의 통폐합이다, 지금 국립 부산대에서 지방 사립대처럼 인문대학 구조조정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렇다면 이번 지침은 인문학과의 가치와 국립대의 존재 근거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강좌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학생들의 선택 폭이 줄어든다. 더구나 줄어든 만큼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수강 인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초·중등학교에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있는 추세에 비춰보면 대학 강의가 악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부산대분회는 부산대의 개설 강좌 감축이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는 판단에 따라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상룡 분회장은 "대학이 학과에 내려 보낸 '2013. 2학기 개설 예정강좌 권고 목록'이라는 문서에 개별 학과에서 폐지하거나 감축해야 할 강좌명을 대학본부가 직접 선정해 줄이도록 지시하고 있다"며 "이것은 대학본부가 개별 학과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학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학이 교육역량강화 사업을 명분으로 교육역량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부산대, 구조조정 시작하나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조합원들과 부산대 학생들이 부산대의 인문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구조조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부산대의 구조조정 지침에 반대하는 시간강사와 학생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 조합원들과 부산대 학생들이 부산대의 인문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서 구조조정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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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우 대학에서 전공선택과 교양과목은 전임교원이 아니라 시간강사가 담당하고 있다. 전임교원의 강의담당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학이 이들 과목의 분반을 축소하려는 것은 시간강사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부산대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임교원의 수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는 방법은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이 맡고 있는 강좌를 전임교원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전임교원의 주당 책임강의시수는 9시간으로 정해져있다. 시간강사가 당당하고 있는 강좌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인문대 교수들은 부산대의 이번 지침을 수용할 움직임을 보였다. 다수의 학과에서 대학본부의 방침을 따르기로 결정했고 일부 학과는 부분적으로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는 이미 지난해 전임교원의 주당책임시수인 9시간을 초과해 강의하는 전임교수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부산대는 책임시수 초과 1시간당 50만 원씩 최대 150만 원, 60명 이상 강의 시 가산금·논문연구 포함 12시간 이상인 교원은 50만 원, 학부 전공이론 3학점 포함 책임시수 충족교원 중 교양과목을 담당한 교원에게는 3시간 한도로 시간당 25만 원을 지급하는 기성회 교육활동 성과급 안을 마련했다. 대학이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시간강사의 강의를 빼앗아 전임교수에게 주는 셈이다.

이상용 분회장은 "부산대가 초과강의를 하는 전임교수들에게 이런 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대학의 강의 환경을 훼손하고 시간강사들을 대학 밖으로 내쫒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간강사 강좌를 없애는 식이 아니라 전임교원 충원해야

배혜정 부산대분회 사무국장은 부산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안이한 방법"이리고 평가했다. 그는 "부산대가 제시하고 있는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보면 부산대의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재학생수 대비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을수록 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은 떨어진다"며 "대학이 시간강사의 강좌를 없애는 식으로 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을 높일 것이 아니라 전임교원을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충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서울대와 경북대·부산대를 비교해보면 전임교원 확보율이 높을수록 전임교원의 강의담당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서울대의 재학생 기준 전임교원 확보율은 118%이고 2013년 1학기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54.5%이다. 경북대는 전임교원 확보율이 73%이며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51.2%이다. 부산대의 경우 재학생 기준 전임교원 확보율은 68.7%이고 2013년 1학기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은 48.4%이다. 참고로 서울대는 전임교원의 주당 책임강의시수가 9시간인 다른 대학과 달리 6시간이다.

천막농성장을 지키며 언론사에서 걸려오는 문의전화를 받고 조합원들에게 짧은 상황보고와 농성 안내 메일을 발송하기도 하는 배혜정 사무국장은 "이번 부산대의 지침으로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싸움에 전임교수도 아니고 비정규직인 시간강사가 선두에 서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며 "결국 우리의 싸움이 대학을 살리고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부산대분회는 7월 4일 총장과 면담을 갖기로 하고 지난 26일 밤부터 시작한 총장실 점거 농성과 본관 앞 천막농성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부산대가 총장 면담 때가지 2013년 2학기 강좌개설과 관련된 학사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총장과의 면담 결과에 따라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대학은 총장 면담이 결렬된다면 언제든지 강좌개설 전산 입력을 시행할 수 있지만 부산대분회가 물리적으로 이를 막기에는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대학교육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평가 점수가 낮은 대학의 지원금을 삭감하고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에 지원금을 더 주는 현재와 같은 방식의 교육역량강화 사업이 아니라 OECD 평균에 부합하는 교육재정이 확보되어야 하고 전임교원의 수를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


태그:#부산대구조조정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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