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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벤츠코리아의 대응이 황당했어요. 자신들은 그냥 차만 (딜러 회사에) 팔았을 뿐이라는 거예요. 국내서 소비자 상대로 각종 마케팅 행사는 다 하면서…."

회사원 김아무개(32)씨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아찔한 경험을 전했다. 처음으로 수입 자동차를 사려다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날릴 뻔 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이야기는 이렇다.

"오래동안 국산차를 타다가 최근 수입차가 많아지면서 그동안 관심있던 벤츠 이 클래스(E-CLASS)를 사려고 마음을 먹었죠. 첫 수입차여서 여러 전시장에 직접 가격 등을 물어보고 다니고 했죠."

그가 구입하기로 한 차종은 메르세데스 벤츠 E300 블루이피션시 모델이었다. 집 근처인 분당 전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서울 강서목동 전시장의 영업사원 A씨와 접촉했다. 김 씨는 "해당 전시장의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A씨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A씨는 김씨에게 6940만 원짜리 차를 6500만 원에 팔겠다고 했다. 당초보다 440만 원 싼 값이었다.

'차 빨리 받고 싶으면 돈 보내라'고 요구해 600만원 송금... 영업사원 연락 끊겨

2011년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벤츠 E300
 2011년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벤츠 E300
ⓒ 정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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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 7일에 A씨를 만나 계약서를 쓰고 다음날에 계약금 100만 원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A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김씨가 사려는 차를 고객들이 많아서 추가로 돈을 입금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상한 느낌은 없었느냐'고 묻자, 김씨는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을 하긴 했다"고 말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이미 다른 지점에서도 해당 E 클래스 차가 국내에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번에 그 모델이 새롭게 바뀐다고 해서 구형을 빨리 소진해야 한다고…. 차를 받기 위해선 그를 믿을수 밖에 없었죠."

또 당시에 A씨는 해당 딜러회사인 KCC오토 홈페이지의 우수사원에 올라와 있었다. 이어 김씨가 서명한 계약서 등도 회사 이름이 그대로 나와 있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그는 지난 11일 A씨에게 500만 원을 추가로 입금했다. 계약금으로 모두 600만 원을 보냈다. 그가 보낸 통장이름도 'KCC 오토'로 찍혔다.

하지만 이후 김씨는 A씨와 연락이 닿질 않았다. 지난 17일 이후 A씨는 회사에 나오질 않았다. 최근에야 그는 자신이 사기판매의 희생양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딜러사에서 내 계약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이후 돈을 보낸 계좌가 회사 공식 계좌가 아니라 A씨가 개인사업자로 만든 개인통장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매장에서는 처음에 '보증보험 등으로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 정도의 할증된 값으로 차를 팔 수 없고, 현재 해당 차도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언론에 알리고 하니까 나중에 '(딜러사에서) 차를 마련하고, 해당 계약도 유지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연이은 벤츠차 사기판매... 수입차 판매 구조 개선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그는 특히 해당 딜러사보다 공식수입업체인 벤츠코리아 쪽에 더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사건의 경우 벤츠코리아 쪽은 공식적으로 법적 책임은 없다. 수입사가 별도 회사인 딜러회사와 계약을 맺고 차량을 도매로 넘기기 때문이다. 이를 해당 딜러회사가 소비자들에게 되파는 시스템이다.

김씨는 "벤츠코리아 소비자 담당 부서에선 '우리는 해당 딜러사에 차를 판매할 뿐'이라는 답변만 했다"면서 "딜러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서 너무 황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벤츠코리아는 자신들이 차를 들여오면서 소비자를 상대로 각종 마케팅을 하지 않느냐"면서 "이번 일을 겪으면서 수입차 판매 구조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고도 했다.

문제는 김씨 이외 또 다른 사기 판매 피해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A씨가 김씨 외에 다른 고객들을 상대로 돈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 A씨와 차량 판매 계약을 진행 중인 일부 고객들도 A씨의 계좌로 추가 송금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조재천 상무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일부 고객들도 A씨가 만든 계좌로 송금을 부탁받은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해당 고객들에게 송금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조 상무는 이어 "김씨의 경우 회사 계좌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한다"면서 "환불을 원할 경우 계약금 전액을 환불해주거나, 차를 구입하겠다고 하면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24일 현재 KCC오토 쪽에선 영업사원 A씨를 경찰에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를 해놓은 상태다. 조 상무는 "A씨가 17일 이후 무단결근 상태로 아직 해고 등 인사조치를 한 것은 아니다"면서 "A씨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만큼 하루빨리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츠 코리아 쪽은 여전히 무책임 태도를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딜러사를 통해 문제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딜러의 사기판매 문제는 엄밀히 해당 딜러사의 문제"라고 말했다. 벤츠 코리아는 작년 8월 대전에 벌어진 수억 원에 달하는 딜러 판매 사기사건이 터졌을 때도 같은 태도였다. 당시 지역 판매업체의 '판매왕'까지 얻은 딜러는 고객들에게 1인당 신차 3~4대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딜러의 사기 판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게다가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은 사고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사가 딜러사에 대한 판매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벤츠코리아, #사기판매, #E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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