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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걷고 들길을 누비다 보면 여러 종류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광경을 보게 됩니다.
 산길을 걷고 들길을 누비다 보면 여러 종류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광경을 보게 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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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갈 요즘, 엎어 놓은 항아리 모양으로 피는 꽃을 우린 항아리꽃이라고 불렀습니다. 항아리처럼 속이 텅 빈 꽃에 산딸기를 채워서 먹기도 하고 오동개를 넣어 먹기도 했었습니다. 단맛을 더해 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매년 이맘때만 되면 돌이키며 우려내는 맛난 추억입니다. 요즘이 바로 그 꽃, 필자가 어렸을 때 항아리꽃이라고 부르던 초롱꽃이 만개하는 계절입니다. 

산길을 걷고 들길을 누비다 보면 여러 종류의 꽃들을 보게 됩니다. 눈에 익숙한 꽃도 있고 생전 처음 보는 꽃들도 참 많습니다. 개개의 꽃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즐거워하지만 정작 그 꽃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꽃이 저 꽃 같고 저 꽃이 이 꽃 같아 헷갈리기 일쑤입니다. 생태 특성은커녕 꽃 이름조차 엉뚱하게 잘못알고 있는 꽃들도 적지 않습니다.

325종의 산꽃을 71개의 모둠으로 정리한 <모둠 모둠 산꽃도감>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 20년 째 산과 들을 누비고 있다는 김병기가 쓰고, 자연과 생태에서 펴낸 <모둠 모둠 산꽃도감>은 우리나라 땅 산과 들에서 여러해살이 꽃으로 자생하고 있는 325종을 71개의 모둠으로 나누고 가려서 정리한 산꽃 도감입니다.

<모둠 모둠 산꽃도감>│글·사진 김병기│펴낸곳 자연과 생태│2013.5.27│3만3000원
 <모둠 모둠 산꽃도감>│글·사진 김병기│펴낸곳 자연과 생태│2013.5.27│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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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도감들처럼 전형적인 편집, 틀에 박힌 듯이 빼곡한 사진과 정보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보고, 흥미롭게 읽으며, 익히고 배울 게 참 많은 내용입니다.

나리는 나리끼리, 붓꽃은 붓꽃끼리, 제비꽃은 제비꽃 끼리, 생김새가 비슷해 헷갈릴 수 있는 종들을 한 모듬으로 엮어 한 눈에 구분하며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습니다.

곰취와 동의나물을 구별하는 방법

공취는 한여름인 7~8월에 꽃대가 올라오므로 봄에는 잎줄기가 긴 잎들만 자라나는 반면, 동의나물은 봄에 바로 꽃이 피므로 잎과 줄기가 동시에 자라난다. 동의나물은 줄기 위쪽에서 가지를 치지만, 곰취는 곧고 길게 자라며 전혀 가지를 치지 않는다. 동의나물은 물이나 샘이 나는 습지에서 주로  자라지만, 곰취는 북향의 비탈진 낙엽수림 밑이나 높은 산의 초원지대에 자란다. -<모둠 모둠 산꽃도감> 167쪽-

산비장이도 다른 국화과 식물처럼 성전환을 하며, 먼저 수술이 뭉쳐 발달하며 위쪽에서 꽃가루받이 매개체들에 의해 무게가 전달되면 아래쪽에서 암술이 하얀 꽃가루를 밀면서 올라온다. 꽃가루가 다 배출되어 수술시기가 끝나면 수술은 4개로 갈라져 젖혀지고, 암술이 길게 나와 2갈래로 갈라지며 암술시기가 도래한다. 꽃가루맏이가 끝나면 수정이 이루어졌다는 표시로 암술 끝은 완전하게 뒤로 말리며 '∞'형태를 이룬다. 열매는 수과로 타원형이고 씨앗이 익으면 갈색 갓털이 부풀면서 바람에 흩어진다. -<모둠 모둠 산꽃도감> 369쪽-

산과 들을 누빈 20년 세월, 야생화에 대한 열정으로 엮어낸 결과물이기에 꽃들의 속살이, 성전환을 해가며 종족을 번식시켜 나가는 생태계의 비밀까지를 속속들이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상식으로 알아두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이야기들이 덤으로 얹어주는 'TIP'으로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산꽃 속살이까지 들여다 본 열정

야생화를 좇아 누빈 20년 세월도 대단하지만 산꽃에 대한 저자의 열정은 차라리 뜨겁습니다. 산꽃은 계절 따라 폈다 계절 따라 집니다. 어느 곳에 필 것인지를 알려주지도 않고 언제까지 펴 있을 거라는 걸 기다려 주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지척에 있지도 않습니다. 눈에서 멀면 마음만 멀어지는 게 아니라 얻을 수 있는 정보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자는 꽃들의 생태를 좀 더 세세하게 관찰하기 위해 주변 임야에다 야생화를 기르며 관찰합니다. 씨를 받고, 받아온 씨를 번식시키며 꽃들의 생태를 관찰하는 과정은 시행착오와 성공이 교차하는 만감의 시간이었을 거라 짐작됩니다.

뽕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갈 요즘, 엎어 놓은 항아리 모양으로 피는 꽃을 우린 항아리꽃이라고 불렀습니다.
 뽕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고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갈 요즘, 엎어 놓은 항아리 모양으로 피는 꽃을 우린 항아리꽃이라고 불렀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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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초롱의 속명은 하나부시아(Hanabusaya)다. 보통 학명을 부여할 때에는 그 식물은 처음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붙이게 되는데, 이 종을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한 일본의 식물학자 나카이가 자신에게 조선의 식물을 조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한일합명의 주역이자 조선총독부의 초대공사인 하나부사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그의 이름을 따 한국특산식물에 엉뚱한 속명이 붙게 된 것이다. -<모둠 모둠 산꽃도감> 460쪽-

정확한 이름도 모른 채 방언처럼 그냥 편하게 부르던 항아리꽃, 금강초롱을 설명하는 내용에 덧대진 'TIP'에는 아부하는 학자의 모습만이 아니라 침탈당한 조국의 과거까지가 어렴풋이 연상됩니다.

펼쳐 들고 보고 읽고 익히다 보면 산과 들에서 보게 되는 수많은 꽃들이 저절로 한 모둠 두 모둠…, 산꽃에 대한 지식을 모둠으로 더해 줄 것입니다. 모둠을 더해 가다보면 잘 만들어진 꽃다발처럼 꽃향기 가득하고 가지런한 산꽃지식이 되어 산꽃 보는 재미를 보다 깊고 그윽하게 챙겨 주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모둠 모둠 산꽃도감>│글·사진 김병기│펴낸곳 자연과 생태│2013.5.27│3만3000원



모둠 모둠 산꽃 도감

김병기 지음, 자연과생태(2013)


태그:#모둠 모둠 산꽃도감, #김병기, #자연과 생태, #항아리꽃, #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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