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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의거 폄훼' '친독재' 전력의 이은상(1903~1982)이 쓴 시 '가고파'를 새겨놓은 마산역 광장 시비 문제에 대한 중재단 차원의 해결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학계·종교계로 구성된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단'(대표 허성학 신부)은 3일 중재단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은상 시비 논란이 커지자 허성학 신부와 이암 스님(문수암), 김용환 목사, 안승욱 경남대 교수는 5월 7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중재안에는 자운 스님(관해사)과 김민오 변호사, 강인순·김남석·김학수·배대화·이승현·유장근·최유진(이상 경남대)·남재우(창원대) 교수 등이 동의했다.

마산역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시비 위에는 철거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마산역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시비 위에는 철거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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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재단은 "시비 철거를 전제로 한다"면서 "시비를 기증한 측에 설치비 3000만 원을 보상하고 시비의 소유권을 넘겨받자"고 했다. 앞서 국제로타리클럽은 3000만원을 들여 시비를 건깁해 지난 2월 6일 제막식을 가졌다.

중재단은 "중재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이 시비를 기증한 남마산로타리클럽 김봉호 회장이 시의원들과의 면담과정에서 제기한 시비 제작비용 3000만 원 보상 발언이었다"며 "시비 존치와 철거를 둘러싸고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로타리회장의 발언은 상황을 깨끗이 종료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 판단되었고, 중재단은 시민모금형식으로 시비 보상비를 마련하기로 하고 중재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재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남마산로타리클럽과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철거대책위원회' 세 당사자 모두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하다"며 "만일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이 중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중재단은 "코레일은 중재단의 면담요청(공문과 유선)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회피하다 공문으로 답변해 줄 것을 요청하자 남마산로타리와 철거대책위의 '합의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철도공사에서의 개입은 시기상조'라는 답변을 보내왔다"며 "결국 이 말은 시민들을 싸움 붙여 놓고 자신들은 팔짱끼고 구경만 하고 찬반양측이 알아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얄팍한 생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로타리클럽에 대해, 중재단은 "김봉호 회장의 언행 역시 저희 중재단을 매우 실망시켰다"며 "중재단의 중재안은 본래 그의 제안이었으나 면담요청(공문과 유선)에 '만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 이후 다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재단은 "코레일과 로타리클럽측의 이와 같은 태도는 중재단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결국 지난 5월 30일, 세 당사자에게 더 이상 중재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용증명으로 통보했다"며 "철거대책위는 저희 중재단의 시민모금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보존회' 발기인 모임

한편 문인·봉사단체 회원들이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보존회'를 만들기로 했다. 남마산로타리클럽과 경남상인연합회, 마산포럼,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등 관계자들은 지난 5월 31일 '시비보존회' 발기인 모임을 진행했다.

남마산로타리클럽 김봉호 회장이 시민보존회 임시의장을 맡았다. 이들은 "시비 보존을 비롯한 노산(이은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마산지역 주민들의 뜻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산 출신인 이은상은 친독재 전력 등으로 기념사업을 벌일 때마다 논란이 되었다. 옛 마산시(현 창원시)는 '이은상 문학관'을 세우려고 하다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자 명칭을 '이은상 문학관'이 아닌 '마산문학관'으로 확정했다.

마산역 광장에 '가고파 시비'가 세워지자 열린사회희망연대, 경남진보연합 등 단체들은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를 결성했다. 그동안 누군가가 시비 앞뒷면에 페인트를 던져 훼손하기도 했다.


태그:#이은상 시비, #가고파, #3.15의거 폄훼, #마산역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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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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