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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전 여섯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문화정책기획자 김종선씨다.
 재미있는 이야기 전 여섯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문화정책기획자 김종선씨다.
ⓒ 전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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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여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문화' 없이는 단 1분, 1초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남자, 문화정책기획자이자 재미있는 재단 이사인 김종선씨다.

1996년 15대 국회 문화체육공보위원회 위원 보좌진, 16,17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정책보좌관, 15대 대통령직인수위 문화담당 행정관, 문화부 장관실 문화정책 관련 업무 담당, 2005년 광복60년 기념사업, 2007년 6월 항쟁 20년 기념사업….

그동안 문화계에서 수많은 경력을 쌓아온 그가 재미있는 재단의 이사로서 '일상의 문화'를 위한 새 길을 만드는 데 뛰어든 이유는 뭘까.

지난 14일 신촌 한 바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김종선씨는 "20년 가까이 문화정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치열하게 싸웠다"며 "거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화정책의 의미와 꿈을 정립시키기까지 10여년을 방황했고, 이제 내가 진정으로 꿈꾸던 문화를 실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종선씨가 '문화정책'이란 단어와 처음 마주한 것은 지난 1997년. 그는 "문화가 정책의 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전까지의 문화부는 '문화건설부, '문화통제부'에 국한된 모습이었으며, 마치 일제시대의 '문화정치'를 연상케 하는 수준에 머물렀었다고 했다. 그는 "1998년 문화정책의 대대적인 변혁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한국에도 '문화'가 정책의 제 모습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일상의 문화'를 찾아 나선, 문화정책기획자 김종선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검열의 폐지 ▲음악 라이브클럽의 합법화 ▲문화산업 투자기반을 조성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의 제정 등이 김대중 정부 초기에 이뤄졌다고 했다. 1999년 1월 7일 국회에서 의결된 ▲영화진흥법 ▲공연법 ▲음반및비디오물게임물에관한법률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한국최초로 문화예술진흥이 목적이 된 법이라고 했다.

김종선 이사는 "이 법들은 과거의 문화정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입법으로 입법사에 있어서도 주목해야할 법"이라며 "특히 새로운 개념을 담은 법이 의원입법의 형태로 국회에서 입법된 드문 성과"라고 밝혔다.

이런 성과가 그에게 남다르게 다가온 이유는, 몸소 발로 뛰고 찾으며 만들어낸 결과기 때문. 이 일을 진행했을 때 그는 고작 30대 초반이었다고 한다. 김종선 이사는 "(당시는)두려움 없이 원칙을 믿고 돌진했던 때"라며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 할 것"이라고 웃으며 회상했다. 당시 김종선 이사는 최희준 의원과 함께 일했는데, 국회와 문화부 자료에서 정책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서 최 의원과 함께 현장에서 답을 구하기로 했단다.

"술을 좀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문화계 인사들은 피해의식이 커서 의견을 잘 내놓지 못했고 결국 술자리를 통해 문화정책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현장으로 발길을 돌린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현장에선 당시 정부로부터 통제당하고 압박당하던 문화계 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필요한 법과 정책을 만들었다고.

지금은 문화정책이 '창조경제'의 화두로 등장하고, 할리우드 영화와 당당히 경쟁하는 한국영화도 나오고, '싸이'를 비롯한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선지, 한국의 문화정책이 실질적인 역할을 한 것이 20년이 채 안 된다는 그의 이야기는 믿기 어려웠다.

30대 초반 성과에 기대, 10여년을 버티다

이렇듯 그는 30대 초반에 나름 성공하고 화려했던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내려가는 길도 있듯이, 국회 생활을 했지만 정치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그는 30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가 꿈꾸던 문화정책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1999년의 입법 성과 이후 문화정책은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했단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로부터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문화정책은 오히려 뒷걸음치는 결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결국 문화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는 김대중 정부의 성과이며, 그 결과로 그나마 지금의 한국문화정책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국회 생활을 했지만 정치에 대한 욕심은 없었습니다. 정치보다는 정책을 만들고 바꾸고 하는데 욕심이 많았죠. 초기에 우연한 기회라고 할 수 있고 궁합이 맞아서 최희준 의원님과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성과가 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께선 문화계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오히려 그 시기엔 문화정책을 준비만 하다가 다시 물러서곤 했습니다."

이후 그는 30대 초반에 낸 성과에 기대 '추억'을 되새김질 하며 10여년을 버텨왔다고 했다. 문화의 사회적 가치는 커졌는데, 문화정책은 오히려 축소된 10년을 그는 내내 아쉬워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그 개인의 삶도 문화정책 답보와 함께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이 10여년의 시간은 그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그는 문화부라는 조직이 통제하며 만드는 문화정책이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환경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구조가 필요하다"

재미있는 이야기 전 여섯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문화정책기획자 김종선씨다.
 재미있는 이야기 전 여섯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문화정책기획자 김종선씨다.
ⓒ 전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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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장관실에서 일할 때, 이런 이야기들을 했었습니다. 문화부가 없는 나라가 문화대국이라고…. 문화부라는 구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부라는 관리, 군림하는 조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영국과 같이 정부는 재정을 만들어주고 창작자와 수용자인 시민이 함께 모여 문화정책을 실행하는 우리의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와 유사한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와 같은 구조가 필요합니다.

창작자와 수용자가 중심이 되어 문화정책을 고민하고 자기 기준에서 그 문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일상의 문화를 중심에 두는 나라가 문화대국이죠. 문화정책은 사실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게 맞습니다. 있는 순간, 문화정책은 규정지어지고 퇴보하게 됩니다. 그래서 창작자는 창작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가는 것, 그리고 일반 시민,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할 때 개헌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으로 '문화권'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하여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문화를 누릴 권리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기에 문화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준비는 했지만 실제 그것을 엮어서 내거나, 어떤 운동으로 만들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문화정책 관련 기획은 다양했다. 그중에서 한 예로 전문가가 아니어도 제작비를 함께 모아 우리 삶 속에서 인디영화를 제작하는 일, 면소재지 마을회관에 간이 영화시설을 준비해 영화를 배급하는 것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는 "점점 산업화 되어가고 있는 환경 속에서 대도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설 곳이 없어지는 면소재지 영화 시설을 복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오랫동안 꿈을 꾸면서 만든 재미있는재단을 통해 그간의 기획들을 직접 나서서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미있는재단의 이름으로 좋은 영화, 만화, 공연 등의 제작과 배급 등의 일을 할 거라고 했다. 그는 재미있는재단이 모색하는 방향을 설명하며 문화정책과 예술정책의 개념을 설명했다.

"문화정책은 근본적으로 예술정책과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정책은 전문가영역의 산업구조, 창작지원, 예술진흥 등의 구조라면, 문화정책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 삶의 질을 어떻게 높여줄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기 때문에 그 정책은 사실 허상입니다. 내용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거꾸로 온 세상에 다 널려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뒷받침하는 것, 그게 필요하고 그게 재미있는재단이 가야될 일상에서의 삶, 문화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전 여섯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문화정책기획자 김종선씨다.
 재미있는 이야기 전 여섯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문화정책기획자 김종선씨다.
ⓒ 전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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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인' 김종선

그는 일상에서의 삶의 문화가 지금 한국의 문화정책이 추구할 최우선 과제라고 이야기 하며, 이것이 재미있는재단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 목적을 알게 해준 재단에 감사하며, 재미있는 재단의 일원으로 기쁘게 살아갈려 한단다. 그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소망을 말했다.

"이제는 그동안 일탈해서 냈던 성과들이 다시 문화정책의 변화와 함께 같이 가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알게 된 김종선이라는 사람은 진정한 문화인이었다. 그는 평생 문화를 고민해왔고, 문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제2의 재미난 인생 서막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더 감동적이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소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은 사단법인 재미있는 재단이 기획 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문화를 중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하여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재미있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 미국 MBA 진출지원 프로젝트 '개천에서 용났다'와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교육 프로젝트 '비추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업들 중의 하나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을 을 기획하고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은 매주 화요일 지속적으로 개최 됩니다.

먼저 문화계를 비롯한 궁금한 우리 시대의 인물로부터 점차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전시'하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텍사스아이스바(02-325-0088)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호프 한잔과 함께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진행되는 '사람이야기 전'은 누구나 스스로를 이야기 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그날 진행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달의 행사를 사전에 공지하고, 만나고 싶은 분이 있을 때 언제든지 찾아 주시면 됩니다. 참가비는 간단한 식사거리와 맥주, 강연료 등을 포함하여 2만 원이며, 대학생의 경우 50% 할인해 드립니다. 자연스런 우리시대의 삶의 전시 공간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5월 일정은, 21일 만화가 박재동 전, 28일 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 전, 6월 4일 영화평론가 유지나 전, 11일 문화평론가 정윤수 전, 18일 애니메이션 '빼꼼' 제작자 김강덕 전, 6월 25일 부천문화재단 대표 김혜준 전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재미있는이야기전,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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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미있는재단' 전슬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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