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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태평양의 섬나라는 생존마저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는 이미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이다. 사과재배지의 북상, 동백꽃 성장한계의 북상, 봄철의 돌풍이나 갑작스런 저온 현상 혹은 고온 현상 등 잦은 이상 기후는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 속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텃밭 농사 7년째. 지난 7년간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숙지원의 변화를 지켜본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에 의하면 숙지원의 기후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두꽃 피는 시기가 달라진 점도 그런 변화의 하나일 것이다.

7년 전 기록 사진을 보면 숙지원의 자두꽃은 3월 20일 전후로 피기 시작하여 3월말에 절정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랬던 것이 금년에는 4월 10일 경에야 꽃이 피었고 그나마 개화했던 기간도 짧아 꽃이 지기도 전에 잎이 나오는 이변이 발생했다. 개화시기가 짧다는 것은 꽃이 수정할 기회가 줄었다는 말이 된다. 꽃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당연히 열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에 개화시기가 짧아진 점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갑자기 4월에 눈이 내리고 강추위가 몰려와 꽃이 얼어버렸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추위에 얼어버린 꽃은 수정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식물은 한 겨울 추위에 얼어 죽기보다는 날이 풀릴 무렵 나무들의 줄기에 물이 오를 즈음의 늦추위에 동상을 입거나 죽는 경우가 많다. 자두 역시 추위 때문에 개화가 늦었는데 그나마 개화기의 강추위로 인해 수정할 기회를 놓쳐 열매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사진 오른쪽에 큰 나무와 소나무 아래쪽 연두색 새순이 보이는 나무도 자두나무들이다. 모든 나무들에서 자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애지중지, 퇴비도 많이 주었건만....
▲ 숙지원풍경 사진 오른쪽에 큰 나무와 소나무 아래쪽 연두색 새순이 보이는 나무도 자두나무들이다. 모든 나무들에서 자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애지중지, 퇴비도 많이 주었건만....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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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온은 자두 같은 식물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꿀벌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데, 이른 봄의 강추위는 남은 꿀벌의 활동을 위축시켜 자두의 수정을 방해했던 것이다. 이상 기후 현상과 함께 꿀벌의 감소는 인류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의 수분에 꿀벌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과일과 채소의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꿀벌의 개체수 감소와 인류의 생존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은 줄어들고 있는데 그나마 꿀벌들이 활동할 수 없는 추위까지 겹치고 있으니 풍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온은 농작물의 성장에도 변화를 줄 뿐 아니라 각종 새로운 병충해를 증가시켜 수확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수확의 감소는 종자의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생태환경 파괴는 물론 식물에 의존하는 생명체 전반에 위협이 된다. 결국 이대로 가면 인류의 생존 자체도 어려워질 것임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 숙지원의 자두열매는 작은 구슬 크기로 자라 잎 속에서 또렷하게 형체를 드러낸다. 그런데 지켜본 바로는 10여주의 자두나무에 열린 자두가 예년에 비해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작년에 비해 고작 20%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익기 전까지 바람에 떨어지고 새들이 먹어치우면 마지막 수확가능한 양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새삼 기후의 변화를 실감한다. 고작 개임의 경험으로 전체를 말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오만과 무지로 인한 피해, 즉 우리 인간들이 자초한 피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다는 소식이다. 농산물 가격은 변동 폭이 들쑥날쑥하다지만 전반적으로 많이 오른 것이 사실이다. 가끔 장을 보러 가면 몇 가지 품목을 유심히 보는데 불과 몇 개월 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지난해 겨울 생강 종자 관리를 잘못하여 마을에서 구하려다 어쩔 수 없이 오일장마당에서 토종 종자를 구입하였는데 최소 기본 단위가 1만 원이었다. 마을 노인들 말로는 작년에 5천원어치도 안 되는 양이라고 했다. 쪽파 한 단에 5천원, 시금치 한 묶음에 5천원 …, 이제 1천 원짜리 한 장으로 살 것은 거의 없었다.

간혹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서민 가계의 엥겔계수가 높아졌다는 일부 언론의 단편적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농산물의 가격 상승 요인, 그리고 물가에 미치는 영향, 또 앞으로의 전망을 심층적으로 파헤치는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지역의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이상 기후와 꿀벌의 감소는 결코 우리 지역의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이상 기후와 농산물 생산의 상관관계, 우리나라가 세워야할 대책, 개인들이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는 방안 등에 관해 중앙 정부가 앞장서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지자체 농업관련 연구소와 주요 언론 그리고 관련 기업들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식량 자급률이 겨우 22.6%라는 우리의 실정으로 볼 때 지금도 대책은 빠르지 않다고 본다.

금년 초의 기후변화가 다시 금년 여름 서민들의 살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한낱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자두나무를 지켜보는 마음은 편하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불로그, 귀농사모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숙지원, #자두나무, #이상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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