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강남역 부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서초사옥.
 서울 강남역 부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서초사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삼성전자 현직 수석연구원이 회사를 상대로 300억 원대의 직무발명 특허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동안 이 회사의 퇴직 연구원이 발명 특허 보상을 요구한 사례는 있었지만, 현직 연구원이 소송을 제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을 벌이는 당사자는 이 회사 안아무개(49) 수석연구원이다. 그는 지난해 1월께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직무발명 특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1년 3개월째 회사와 법원 등을 오가며 소송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휴대폰 초성 검색 특허 보상 놓고 회사와 법정 싸움

안 연구원이 갖고 있는 발명 특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삼성전자 휴대폰에서 이름을 검색할 때 키패드에 한글 초성으로 검색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이름 검색 때 초성을 그룹으로 묶어 검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박근혜'에서 초성인 'ㅂ'을 누르면 'ㅂ'으로 시작하는 이름들이 화면에 뜨는 것을 말한다. 또 'ㅂ,ㄱ, ㅎ'을 연달아 누르면 바로 '박근혜'를 보여주는 것도 안 연구원의 발명 특허다. 일명 '휴대폰 초성 검색 특허'라고 불린다.

이같은 이름 검색 방법은 삼성전자에서 생산되는 모든 국내 휴대폰 단말기에 사용되고 있다. 삼성뿐 아니라 엘지와 팬택 등도 이같은 초성검색 방식을 쓰고 있다.

안 연구원은 이같은 발명 특허를 지난 1993년 5월 31일에 출원했고, 1996년 10월에 정식 등록됐다. 당시 팩시밀리 사업부에서 일했던 그는 전화번호를 쉽게 검색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를 개발했다. 안 연구원은 "당초 팩시밀리에 저장돼 있는 이름을 일일이 찾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서 개발하기 시작했다"면서 "숫자 버튼에 한글 초성을 넣고, 이를 누르기만 하면 관련 이름들이 보여주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발명 특허는 이후 삼성전자에서 휴대폰을 본격적으로 내놓으면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안 연구원이 회사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을 꺼낸 것은 지난 2011년 5월께. 그는 "연구원들 대부분 근무기간 동안 자신의 발명으로 회사가 이익을 얻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다"면서 "뒤늦게 인터넷 등을 통해 관련 법령 등을 알게 됐고 회사쪽에 협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산 휴대폰 10억2600만대에 적용...보상금만 305억 주장

갤럭시s3. 사진은 지난해 6월 25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한국 갤럭시S3 월드투어' 행사 때 모습.
 갤럭시s3. 사진은 지난해 6월 25일 오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한국 갤럭시S3 월드투어' 행사 때 모습.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회사쪽에선 보상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왔고, 제대로 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결국 지난해 1월께 서울중앙지법에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안 연구원의 특허로 인해 얼마나 이익을 얻었을까. 회사의 이익 계산은 직무발명에 따른 보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발명자의 보상 이익을 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낸 소송장에 따르면 안 연구원의 특허 발명이 적용된 삼성전자 국산 휴대폰 생산량은 모두 10억2600만대. 지난 200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생산된 휴대폰이다.

안 연구원의 법정대리를 맡고 있는 'ㄷ' 법무법인쪽에선 "국내서 생산된 휴대폰에 자체적으로 평가한 1대당 평균단가를 14만7038원으로 산정해, 총 매출액은 150조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법무법인쪽은 "회사쪽의 공헌도 등을 86.5%로 인정하고 발명자의 기여정도를 13.5%로 계산해 볼 때 직무보상금은 305억4890만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소송중 사안 언급 어렵다"

물론 이같은 주장이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최근 법원도 직무관련 보상에 대해 발명자의 기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같은 법원 민사합의 12부는 삼성전자 전직 연구원이 낸 직무보상 청구소송에서 발명자의 기여도를 10% 인정하면서 60억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안 연구원은 "그동안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사를 상대로) 법원을 오가며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물론 이 과정에서 회사 내에서 별다른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지난 달 법원에서 연 기술설명회 자리에서, 회사쪽이 특허 무효 주장을 해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회사는 그동안 초성검색 특허를 매년 갱신해오면서, 법원에선 마치 특허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무발명에 대한 회사의 정당한 보상은 내부 구성원에게 자부심과 함께 좀 더 창의적인 연구의 동기 부여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삼성전자 쪽에선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안 연구원의 발명특허에 대해 현재 (회사와) 소송중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이번 소송에 대해서 회사의 입장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것 이외에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삼성전자, #직무발명특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