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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을 까먹고 껍질을 바닥에 버린 채 하차한 '땅콩남', 노약자석에 앉아 냄새를 풍기며 컵라면을 먹은 '사발면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에게 커피를 쏟고는 치우지도 않은 채 사과 한마디 없이 도망친 '커피녀'.

이들의 공통점은 '열차 내 음식물 섭취 금지'라는 지하철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사람들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의 행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포털사이트에 퍼지면서 네티즌들에게 맹비난을 받았다.

원칙적으로 열차 내에서 음식물 섭취는 금지돼 있다. 밀폐된 공간 특성상 음식 냄새를 환기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승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 한다는 김아무개(27, 회사원)씨는 다시 예전처럼 자가용을 이용해 회사를 다녀야 할지 고민이다. 그는 "아침부터 열차 내에서 나는 샌드위치 냄새 때문에 멀미를 해 하루 종일 속이 안 좋았던 적이 있다"며 "가뜩이나 출근시간에는 사람이 많아 움직이기도 숨쉬기도 불편한데 냄새까지 맡으니 죽을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사람을 보면 뭐라 한마디 하고 싶지만 내가 되레 해코지를 당할까봐 그냥 속으로 참는다. 속편하게 자가용을 타고 다닐까 고민된다"며 "출근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어 아침밥도 못 먹어 배고픈 건 이해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의 배려 없는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음식물 에티켓'의 아이러니, 냄새만 안 나면 OK?

최근에 아침 시간 전철에서 식사를 챙겨 먹는 '밥요구르트족'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들은 요구르트나 우유 등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을 먹으며 아침밥을 해결한다. 이들뿐만 아니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열차 내에서 과자나 커피 등 냄새가 심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맞벌이를 한다는 한아무개(33, 회사원)씨는 "아내도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다보니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는 고픈데 열차 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보니 우유를 마시며 배를 채우는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샌드위치나 김밥은 냄새가 심해 주위 사람들한테 피해가 가지만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건 냄새도 나지 않아서 괜찮지 않냐"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하철 이용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지하철로 등·하교하는 이아무개(25, 대학생)씨는 "냄새가 안 난다고 다가 아니다. 빵이든 우유든 어쩌다 실수로 바닥에 흘리면 상황은 달라진다"며 "빨리 치우면 다행이지만 휴지가 없어 못 치우거나 그냥 도망가버리면 여러 가지 피해가 생길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흘리거나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냄새가 안 난다고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아무개(18, 고등학생)양 역시 "처음엔 몰라서 과자 같은 걸 먹었는데 남에게 불편을 준다는 것을 알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지 않는다"며 "공공예절은 지키는 게 당연하고 먹는 거야 조금 참으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최아무개(45, 주부)씨는 "얼마나 배가 고프면 그럴까 하는 생각에 그냥 이해한다"며 "요즘 세상이 너무 각박한 것 같다. 과자나 우유 같은 냄새 안 나는 음식은 서로 조금만 배려하면 될 문제"라고 답했다. 이아무개(18, 고등학생)양 또한 "이것저것 따지다보면 끝이 없는 것 같다. 그 정도는 너그럽게 넘어가는 것이 서로가 기분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이용객 수 매년 증가... 에티켓 지키면 모두가 행복

최근 지속되는 고유가와 경기 불황, 지하철 노선 확대 등의 이유로 지하철 이용객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서울지하철 수송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이용한 승객은 24억3489만 명으로 역대 최다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원래는 모든 음식물 섭취가 금지다. 기준은 냄새가 나는지 안 나는지가 아니다. 껌도 예외일순 없다"며 "하지만 지하철 이용객 수가 워낙 많다보니 일일이 단속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안내방송으로 주의를 주거나 해당 부서로 연결해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열차 내 LCD 모니터나 역 구내 광고판을 통해 지하철 에티켓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사소해보여도 지키면 모두가 행복하다"며 에티켓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태그:#지하철 , #지하철 에티켓, #지하철 음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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