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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덕숭산 수덕사 만공탑, 55인 위인 중 한 분으로 그 전기가 소개되고 있는 만공은 근대이후 위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충남 예산 덕숭산 수덕사 만공탑, 55인 위인 중 한 분으로 그 전기가 소개되고 있는 만공은 근대이후 위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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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돈, 법흥왕, 자장, 원광, 의상, 도선, 의천, 일연, 신돈, 무학, 김시습, 서산대사, 사명대사, 만해 한용운 등…. 불교에 무관심할지라도 한국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다. 이들이 갖는 공통점은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좇아 구도의 삶을 산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지 1600여 년이 됐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에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스님들도 있고, 불법을 옮기는 짐꾼이 되었던 스님들도 무수히 많다.

한국불교 위인 55분 전기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표지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표지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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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조 지음, 조계종출판사 출판의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는 불교가 한국에 전래되는 과정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국불교를 빛낸 위대한 이들을 간추리고 간추려서 한 권으로 엮은 열전, 한국불교사에서 위대한 인물로 존숭되고 있는 55분의 삶을 농축해 정리한 전기이다.

부위영화를 누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누릴 수 있는 부귀영화를 '조건 없이' 버리기는 더욱 어렵다. 말로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하면서도 그 질곡 속에 허덕이는 것이 바로 중생의 삶이다. 못 가진 자는 가지려 하고, 가진 이는 더 가지려 하고, 많이 가진 이는 뺏기지 않으려 한다. 물고 물리는 각축장이 바로 중생의 삶이다. 그러나 법흥왕은 결연히 이 윤회(輪廻)를 극복한다. -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30쪽

석가모니부처님이 그토록 위대한 건 권군력과 부가 보장되는 왕자의 자리를 아무런 미련 없이 벗어던지고 출가하였음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미완의 권력과 부를 버렸다면 우리나라 법흥왕, 신라 23대 왕인 법흥왕은 13년 동안 누리던 왕으로서의 권력과 부를 기꺼이 버리고 출가수행자, 법공스님이 되어 여생을 구도자의 삶으로 마친 분이다.

무엇이 그들 55인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불법(佛法)',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는 그들의 의지와 삶이 그들을 위대한 인물로 만들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책에서는 한국불교사에서 위대한 인물 55인, 해동불교의 씨앗을 심은 신라 아도부터 근대불교학의 토대를 이룬 불교학자 이능화까지 55인의 삶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전기(傳記)라고 하면 응당 책 한 권 정도의 분량은 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인물별 생몰, 출가배경, 공덕으로 기리고 있는 역사적 기록, 불법이 전수된 학맥 등이 예닐곱 쪽 정도의 분량으로 잘 정리돼 있다. 중언부언하고 있지 않지만 우스갯소리 같은 설화나 예화도 빠트리지 않았다.

자장이 황룡사에 9층 목탑을 건립한 까닭은?

"지금 그대의 나라는 여왕이 군주이기 때문에 덕은 있으되 위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웃 나라가 넘겨다본다."

자장이 어떻게 하면 조국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묻자 신인은 이렇게 일러주었다.

"황룡사의 호법룡은 나의 맏아들이다. 본국에 돌아가 9층 목탑을 세우면 인근의 나라가 조복해오리라." -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44쪽

자장율사,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셔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통도사, 봉정암, 상원사, 법흥사, 정암사)에 모신 자장이 황룡사에 9층 목탑을 세우게 된 배경을 담고 있는 설화 중 일부분이다. 

의상대사와 사연이 깊은 선묘의 혼을 기리고 있는 영주 부석사 선묘각
 의상대사와 사연이 깊은 선묘의 혼을 기리고 있는 영주 부석사 선묘각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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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신라의 왕은 선덕여왕이었다. 군주가 여왕이기 때문에 이웃 나라에서 위엄을 넘겨다보는 예가 빈번하므로 이들을 조복시키기 위해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하게 되었다는 배경 설명이다.

일본 대장은 곧 스님께 정중히 사과하고 물러갔다. 왜장은 이때 유점사 일주문에 다음과 같은 방을 써 붙였다.

"이 절에는 도를 아는 큰스님이 계시다. 여러 병사들은 결코 들어오지 말지니라."(此寺有知道高僧 諸兵勿更入) -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225쪽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산 삶으로 기록되고 있는 위대한 인물들 중에는 자장 외에도 호국을 위해 헌신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승병대장 사명대사로 널리 알려진 유정, 민족시인이자 독립 운동가로 존숭되고 있는 만해 한용운 등이 대표적이다.

위 글은 조선 땅을 쳐들어온 일본군들이 금강산에 있는 유점사를 불태우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사명대사가 도력으로 일본인들을 조복시켰음을 기록하고 있는 내용이다. 살생을 주저하지 않는 적군조차도 감복시키는 도력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이었음을 그리게 한다.

요즘 들어 일본 정치지도자 몇몇의 경거망동이 아주 노골적이다. 행여 신라 선덕여왕 시대처럼 여성이 대통령으로 됨으로 은근히 그 위엄을 깔보는 것은 아닌지를 신경 쓰이게 하는 부분이다. 황룡사에 9층 목탑을 건립함으로 주변국들을 조복 시킨 자장과 같은 인물이 필요한 시대일지도 모른다.

수덕사 정혜사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석문, 정혜사는 근대 고승들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수덕사 정혜사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석문, 정혜사는 근대 고승들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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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스님이 대궐을 출입할 때 겪은 일이다. 경흥은 언제나 말을 타고 출입했는데 하마대 아래에 추라한 모습의 스님이 광주리를 멘 채 쉬고 있었다. 광주리 안에는 마른 물고기가 있었다. 정흥의 시자가 꾸짖어 말하기를 "어찌 승려가 불가에서 금하는 물건을 갖고 있느냐"했다. 그가 대답했다.

"두 다리 사이에 산 물고기를 갖고 다니는 것보다 마른 고기를 갖고 있는 것이 어찌 잘못인가?" -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91쪽

위인 55분의 일대가를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전기본'

사연도 많고 우여곡절 예화도 많았을 위대한 인물 55분의 일대기를 한 권으로 담아내기까지는 도력에 버금가는 내공이 뒷받침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물별 책 1권 분량으로 돼 있는 고승열전을 탐독한 필자로서는 너무 축약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마치 한국불교사와 불교사에서 존숭되고 있는 위대한 인물들을 시험 치기 위해서 요약·정리한 시험준비서를 읽은 느낌이다.

그러함에도 시대를 풍자하고 세태를 조롱하는 해학적인 글들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러 나라 지도를 따로따로 놓고 보면 세계를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세계지도가 그려진 지구본을 놓고 들여다보면 세계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55분의 인물을 따로따로 읽으면 상관성이나 시대적 흐름을 읽기가 힘들어 진다.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는 위대한 인문 55분의 일대기와 한국불교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한국불교사의 지구본이다.

덧붙이는 글 |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지은이 정병조┃펴낸곳 조계종출판사┃2013.4.10┃값 1만 8000원



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 다시 쓰는 한국불교 위인열전

정병조 지음, 조계종출판사(2013)


태그:#무엇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었을까, #정병조, #조계종출판사, #자장,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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