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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0일, 엄마께서 돌아 가신 후 여전히 친정집을 지키며 사람들 손길을 피해 산기슭 구덩이에 9마리의 새끼를 낳은 2마리 모녀 강아지 기사를 썼었습니다.

그 기사를 쓰기 전에 저는 9마리 새끼 강아지와 2마리 어미 강아지를 분양하기 위해서 제 나름의 노력을 했습니다. 주변 가까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강아지 사진을 보여 주며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지 물어 보고, 카카오스토리에 사연을 올리기도 했고, 초등학교 동창 카페와 고등학교 동창 카페에 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댁에서만 강아지 1마리는 길러 보겠다고 약속을 했을 뿐입니다. 저희 형제들은 엄마께서 돌아가신 후, 빈집에서 태어난 강아지 소식에 모두들 반가워하고 좋아하였지만, 형제들 대부분이 서울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까닭에 강아지를 기를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4월 22일, 엄마의 생신은 하루 하루 다가오는데, 강아지를 기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어서 저는 '작은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란 생각에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것입니다.

제 기사를 읽으시고 충남 당진에 살고 계신 분과 전북 김제에 살고 계신 분께서 메일로 연락을 주셨고, 고등학교 동창 카페에서 저의 글을 보고 연락을 주신 분이 계셨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강아지들이 떠나 버려서 그분들께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엄마께서 돌아 가신 후, 친정집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마치 엄마께서 저희들에게 주신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아지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주실 수 있는 분들께 분양하고, 분양 이후에도 계속 강아지들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직접 강아지를 분양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4월 22일 오전 7시, 저는 마산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전주로 출발했습니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오는 언니들과 동생을 전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언니들과 만나서 이동하는 중에 들은 이야기는, 그동안 어미 개와 강아지들을 돌봐 주던 분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분이 가까운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8마리 새끼 강아지와 어미 개를 팔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어미 개가 도망을 쳐서 지금 친정집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친정집에는 어미 개 2마리와 제가 시댁으로 데려 갈 새끼 1마리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친정집에 도착하기 전에 저희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22일 오전 11시, 우리들은 엄마께서 생전에 다니시던 원불교 산서교당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엄마를 위한 특별 생신기도를 드렸습니다. 그후 엄마 산소에 들렀다가, 우리들이 친정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쯤.

집 근처에는 수로공사를 하느라 대형 레미콘차량과 트럭 여러대가 계속 드나들고 있었고, 공사를 돕는 인부 7명이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2마리 어미 개는 집 뒤편의 산 위에서 주변을 경계하며 짖어 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남겨진 새끼 강아지를 찾았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사중인 인부들에게 강아지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분들은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강아지들의 사료를 챙겨 주었던 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잠시 후 들른 그분은 하루 전에도 분명히 새끼 강아지와 어미개들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새끼 강아지들이 떠나기 전에는, 묶이지 않은 어미개를 따라서 새끼들이 집안 곳곳을 돌아다녔고, 심지어 대문 밖까지 나갔다가 집앞 수로에 빠져서 낑낑대는 것을 발견하고 여러번 구해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8마리 강아지는 팔린 것이 아니고, 아직 함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새끼와 함께 트럭에 실려 간 어미개가 어떻게 집에 와 있는지 깜짝 놀랐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분과 함께 새끼 강아지를 찾다가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누군가 기르려고 데려갔거나, 아니면 어미 개를 따라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족제비나 다른 동물에게 잡아 먹혔을 거라고 생각하고 새끼 강아지 찾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다만, 저희 시댁에 약속을 한 까닭에 강아지 1마리만 다시 가져 올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강아지를 가져 간 사람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날 저녁 강아지를 가져간 분과 연락이 되어 하얀 강아지를 다시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그 강아지는 강아지 9마리 중에서 유일하게 몸 전체가 흰색이어서, 4월 6일 엄마 종재식날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를 가져 간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새끼 강아지 8마리와 어미 개를 트럭 뒤편에 싣고 출발한 뒤 집에 도착해서 보니, 목줄만 남아 있었고 어미개는 언제 어디서 도망을 갔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사람을 금방 따르고 애교도 많은 아롱이...
▲ 새끼 강아지 아롱이... 사람을 금방 따르고 애교도 많은 아롱이...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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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으로 데려 온 흰둥이 강아지의 낑낑대는 소리를 들었는지, 현관문 밖에서 어미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끼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서 마당에 내려 놓았더니, 2마리 어미 개가 다가와서 새끼 강아지와 반갑게 해후를 했습니다. 그 장면은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새끼 강아지도 작은 꼬리를 흔들면서 어미 개를 따라 마당 곳곳을 누비며 어미들과 정을 나누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2시쯤, 저는 어미 개들이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았을 때, 바깥은 밝은 달빛과 가로등 불빛으로 밝았습니다. 그때 다리를 약간 저는 어미 개는 대문 밖에서 어딘가를 향해서 연신 짖었고, 도망쳐 돌아 온 어미 개는 마당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면서 짖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저의 마음 한쪽이 아릿해지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습니다. 저 두 마리의 강아지들이 엄마께서 병원에 계실 때에도, 요양원에 계실 때에도, 그리고 돌아가신지 65일 되었는데도 이렇게 우리 집을 지키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새벽 5시쯤, 얼핏 바깥에서 새끼 강아지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 듯 했습니다. 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새벽에 열어 놓았던 창문을 통해서 놀라운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찾기를 포기했던 새끼 강아지가 어미와 함께 마당을 돌아 다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니들에게 그 모습을 확인시켜 주고, 새끼 강아지가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아서 얼른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때까지 소요된 시간을 불과 1분여. 그런데 어느새 새끼 강아지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집근처를 돌아 다니면서 감쪽같이 사라진 새끼 강아지를 찾았습니다.

여러 곳을 찾다가, 창고 안에 쌓아 둔 콩대 무더기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지난해 엄마께서 요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밭에서 거둬 들였지만 미처 타작을 하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 둔 콩대였습니다. 마당에 비닐포장을 펴고 그곳에 콩대뭉치를 하나 하나 꺼내다 보니, 한쪽 구석에 새끼 강아지가 꼼짝도 하지 않고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처음 새끼 강아지를 발견하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저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번 확인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세상에나...저 어린 강아지가 콩대 속에서 저렇게 반나절 동안 꼼짝하지 않고 몸을 숨길 수 있다니...'  우리 모두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콩대 속에서 발견한 강아지는 아직 사람의 손길을 느끼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그 무엇에 크게 놀랐는지 자꾸만 어디론가 몸을 숨기려고 했습니다. 목욕을 시키고, 작은 박스에 2마리의 강아지를 함께 넣었습니다. 강아지들은 서로가 위안이 되는지 낑낑대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잤습니다.

23일 아침 9시, 이제 돌아오기 위해 쏟아지는 빗속에 강아지들이 담긴 박스를 차에 실었습니다.  그때 다리를 절룩이는 어미 개의 반응이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내리는 비를 피해서 창고 처마 밑에 앉아 있던 그 개는 새끼들이 들어 있는 박스를 차에 싣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쩔 줄 몰라하고 낑낑대면서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어미 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새끼 강아지를 그곳에 남겨 두면 어미개처럼 사람들을 피해 도망을 다니거나, 몸을 숨길 것이고 유기견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강아지 모두를 데려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어미 개의 마음이 느껴져서 돌아 오는 내내 저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시댁으로 가는 중, 차안 박스속에서 장난을 치는 다롱이 아롱이
▲ 장난을 치는 2마리 강아지 시댁으로 가는 중, 차안 박스속에서 장난을 치는 다롱이 아롱이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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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으로 오는 동안, 두 마리의 새끼 강아지들은 편안하게 잠을 자기도 하고, 서로 깨물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콩대 속에 숨어 있던 강아지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더 이상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도록 더욱 자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강아지의 이름도 지어 주었습니다. 먼저 흰둥이 암놈 강아지는 '아롱이', 나중에 콩대 속에서 발견한 얼룩이 수놈 강아지는 '다롱이'. 23일 오후 4시쯤,  '아롱이'와 '다롱이' 남매 강아지는 그렇게 경남 함안에 있는 시댁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환경에 살게 될 다롱이와 아롱이...
▲ 품속의 다롱이와 아롱이... 이제 새로운 환경에 살게 될 다롱이와 아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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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강아지를 시댁에 남겨 두고 돌아 온 다음날, 강아지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흰둥이 '아롱이'는 우유도 잘 먹고, 우유에 말아 준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누고, 바짓가랑이를 물면서 장난도 잘 치고, 쾌활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룩 강아지 '다롱이'는 물도, 밥도 전혀 먹지 않고 집안에만 꼼짝하지 않고 있어서 어디 아픈 곳이 있는지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다롱이'에게 있었던 일련의 사건을 전해 드리고, '다롱이'가 마음의 상처가 있기 때문에 '아롱이'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라도 했습니다. '다롱이'가 '아롱이'처럼 순조롭게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친정 주변을 떠돌며 돌아가신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 빈 집에 남아 있는 2마리 강아지 지금도 변함없이 친정 주변을 떠돌며 돌아가신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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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곳 친정집에는 두 마리 강아지가 살고 있습니다.
▲ 친정집 전경... 지금도 이곳 친정집에는 두 마리 강아지가 살고 있습니다.
ⓒ 한명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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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친정집에는 2마리의 모녀 어미 개가 살고 있습니다. 마치 엄마께서 우리 5남 7녀, 12남매 모두를 떠나 보내고 그곳에서 혼자 지냈듯이. 9마리의 새끼 강아지 모두를 떠나 보내고 어미 개만 남았습니다.

8마리의 새끼 강아지조차 포기하고서 힘겹게 목줄을 벗어 버리고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 내려 다시 집으로 돌아 온 어미개와, 언제 다쳤는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모든 사람들을 경계하고, 집주변을 서성이는 또 다른 어미 개.

지난 새벽, 제가 창문 틈으로 지켜 보았을 때 처럼, 두 어미 개는 오늘도 친정집 주변을 돌아 다니며, 이상한 낌새라도 느끼면 그 낌새를 향하여 주저하지 않고 날카롭게 짖었을 것입니다. 예전에 엄마를 기다렸던 것처럼,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친정엄마를 기다리며 빈 집을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친정집, #친정엄마, #강아지, #원불교 산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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