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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무소속 나기환, 무소속 안철수, 새누리당 허준영, 통합진보당 정태흥,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앞에서 열린 공명선거·투표참여 캠페인에 참석해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 공명선거 다짐하는 노원병 후보들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무소속 나기환, 무소속 안철수, 새누리당 허준영, 통합진보당 정태흥,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앞에서 열린 공명선거·투표참여 캠페인에 참석해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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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이다. 4·24 노원 병 재보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구, 그것도 재보궐 선거에 전국적 관심이 쏠린 건 '안철수'라는 거물이 노원 병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 대선 후보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탈바꿈한 안 후보가 국회에 입성할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현 추세로는 안 후보의 국회 입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KBS·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오차 ±3.7%P·700명)에서 안철수 후보는 44.7%의 지지율을 기록, 29.6%를 얻은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SBS가 지난 14~17일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오차 ±3.7%P·700명)에서도 안 후보는 51.2%의 지지율을 얻었다. 허 후보는 27.9%,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6.3%,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는 1.8%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세 후보 모두 '선거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 후보는 "이길 거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정 후보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다.

<오마이뉴스>는 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네 후보의 마지막 선거 유세 현장을 취재했다.

[기호 1번 허준영] "명지대 수치스러워" 보도, 악재... "말도 안 되는 모략"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시민들과 악수하는 허준영 후보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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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는 선거 운동 마지막 날 악재를 만났다. 허 후보 자신이 명지대 대학원을 나온 것을 두고 "수치스럽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 허 후보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내가 학교를 왜 그렇게 생각하겠냐"며 관련 사실을 부정했다. '명지대' 얘기를 꺼내자마자 그는 손부터 저었다.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시기에 그렇게 모략을 했다"고도 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22일 허 후보와 통화한 내용을 기사화하며 허 후보가 "명지대 대학원 나온 것이 수치스럽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허 후보는 "최종학력을 기재하니 사람들이 나를 명지대 나온 것으로 안다"며 "명지대 나온 것이 수치스러워서 사람들에게 일절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허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선거 공보물과 포털 내 학력란에 고려대학교 졸업 학력만 기재해 둔 상태.

허 후보 측은 "후보가 공직생활만 30년을 했는데 선거 바로 전날에 그런 말을 했겠냐"며 "기자와 말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 후보 측은 "최종학력이 명지대로 적히니 지역 분들이 명지대를 나온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긴 했다"며 "이후 학력 부분을 정리하던 중 일괄적으로 학부로 통일하자는 취지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냐는 질문에 "강하게 나갈수록 이슈만 키울 수 있다"며 "선거 하루 전 날인만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SNS 상에서 명지대 관련 발언이 회자돼 곤혹스러운 가운데 허 후보는 노원 곳곳을 누비는 선거 유세를 계속했다. 유세차량에 올라타 지역을 순회하는 그의 곁에는 두 딸과 아내가 함께 했다. 이들은 각각 '배우자, 큰 딸, 작은 딸'이라는 명찰을 달고 유세차에 올라 허 후보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허 후보는 "진심을 담은 정치를 하고 싶다"며 "월급·몸·마음·능력 모든 걸 바쳐서 지역의 진정한 일꾼으로 봉사하겠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기호 3번 정태흥] 보라돌이의 합창 "열심히 하겠습니다"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앞에서 열린 공명선거·투표참여 캠페인에 참석하고 있다.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앞에서 열린 공명선거·투표참여 캠페인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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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상계동에 '보라돌이'들이 떴다.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와 운동원들이 보라색 우비를 입고 유세에 나선 것. 정태흥 후보가 앞서 걸으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면 20여 명의 청년 '보라돌이'들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합창을 했다.

정 후보는 기자와 만나 "주민들에게 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할 선명한 야당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씀 드리고 있다"며 "이런 점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아져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오까지 주민 계신 곳을 찾아가 골몰골목 유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틀째 뚜벅이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상계동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만큼 아파트 곳곳을 걸어 다니며 유세를 펼치고 있는 것.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를 걸어 다니며 운동원이 "가장 젊은 후보 정태흥을 뽑아 달라"고 외치며 후보를 알리고, 놀이터 같은 공터가 나오면 멈춰서 유세를 하는 방식이다. 정 후보는 미니 확성기와 마이크를 들고 "박근혜 정부에 경종 울리는 확실한 후보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선명하게 할 말은 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의원이 노원 병에 당선돼야 오만·불통 정권의 질주를 막을 수 있다"며 "노원 병에서 서민 경제 살리는 지역 일꾼이 돼서 상계동 주민의 주름 펴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이렇게 2시간 동안 걸어서 이동하고 또 다른 아파트 단지로 옮겨가 유세를 이어갔다.

가던 길을 멈추고 유세를 살펴본 이아무개(59)씨는 "내일 안철수 후보가 될 거 같긴 한데, 안 후보를 견제할 수 있게 다른 후보들 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물어 뜯기만 하는 정치가 신물 나지만 나도 내일 꼭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호 4번 김지선] 쇳소리 나는 목, 캔디로 버텨... "사랑 많이 받아 고맙다"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앞에서 열린 공명선거·투표참여 캠페인에 참석하고 있다.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앞에서 열린 공명선거·투표참여 캠페인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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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지선입니다."

노원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김지선 후보의 입에서 알싸한 목캔디 향이 풍겼다. 선거 운동 마지막 날, 김 후보의 목이 완전히 잠겼다. 힘주어 말해도 쇳소리만 났다.

김 후보는 "그래도 힘들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주민들 사랑을 많이 받아서 정말 고맙다"며 "X파일 판결이 잘못됐다는 주민들이 많음을 확인했고, 주민들이 '너무 큰 사람(안철수)이 와서 지면 어쩌냐'는 걱정해주시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그는 "아무리 해도 '노회찬 안 사람'이라는 벽을 넘지는 못하는 거 같다"며 "그동안 사회 활동하면서 뒤에 숨어서 하는 걸 좋아했는데 내가 더 유명한 사람이 될 걸 그랬다, (선거에 패배해) 나를 지지해주는 주민들 바람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김 후보를 뽑겠다는 주민들은 '노회찬'을 먼저 언급했다. 10년 동안 노원에서 택시기사를 했다는 김아무개(60)씨는 "아무 죄 없이 법을 위반해 날아간 노회찬이 너무 아깝다"며 "김지선 후보에 대해 잘 모르지만 노회찬에 대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가 (허준영 후보랑 지지도가) 비슷하면 안철수 후보를 찍겠지만 내가 안 찍어도 안철수는 될 거 같다"며 "처음 마음 먹은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마음이 모여 당선이 된다면 김 후보는 X 파일 관련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그는 "비정규직 철폐와 여성·아이들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선되지 않더라도 그는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며 그만의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다. 김 후보는 "내가 나서보니 정치가 간단하지 않더라"며 "여성 정치인을 발굴해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사람 앞에 서서 말하는 게 너무 공포여서 우황청심환도 먹고 그랬다. 그걸 열흘 하고 난 후 집에 들어가면서 '김지선 너 정말 잘했어'라고 스스로를 칭찬해 줬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이제 내일이다."

김 후보는 또 웃었다.

[기호 5번 안철수] 사생팬 대동하는 인기..."설거지하다 뛰어나왔어요"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에서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시민들과 악수하는 안철수 후보 4.24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백화점에서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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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한 번 열어보십시오, 기호 5번 안철수 후보가 맞습니다, 상가 바로 앞에 안철수 후보가 내려 직접 악수하면서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흡사 채소 파는 트럭의 선전 문구 같은 소개 속에 안철수 후보가 탄 유세차량이 수락리버시티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경기도 의정부와 서울 노원구의 경계에 위치해 노원 병 지역구의 가장 끝인 이 곳에서 안 후보는 차량 유세를 펼쳤다. '끝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안 후보는 "상계동에 필요한 정치는 서민을 위한 정치이고 민생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먼저 해결하는 정치다, 그게 내가 말한 새정치"라며 "상계동에서 새 정치 씨앗을 뿌리기 위해 꼭 투표 참여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안 후보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파트 이곳 저곳에서 30~40대 주부들이 뛰어 나왔다. "설거지 하다 말고 나왔다"는 한 주부는 모자를 쓴 상태에서도 안 후보와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기를 내밀었다.

편안한 츄리닝 차림의 주부들 가운데 유독 옷을 말끔히 차려 입은 청년이 눈에 띄었다. 안 후보를 보기 위해 오전 9시부터 1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이후정(34)씨다. 그는 "안 후보가 트윗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했는데, 나도 그런 심정"이라며 "소프트웨어 산업이 너무 어려워서 힘든데, 안 후보에게 기운 받고 열심히 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개발한 게임 프로그램을 안 후보에게 선물한 그는 "안 후보를 직접 보니 정말 좋다"며 웃으며 돌아섰다.

이처럼 안 후보 유세장에는 유독 열성적 지지자들이 많았다. 심지어 '사생팬'도 있다고 한다. 안 후보 일정을 수행하는 한 관계자는 "60대 넘은 듯한 어르신이 택시를 대절해 계속 타고 다니시면서 3~4일 내내 안 후보 일정을 쫓아다니시셨다"며 "마치 사생팬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안 후보 유세에는 특별한 동행도 있었다. 아랍 카타르에서 온 해외 취재단이 함께 한 것. 안 후보의 아침 인사 일정부터 함께 한 김무선 알자지라 방송 PD는 "안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궁금해서 취재하러 왔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상이나, 현장 분위기에서는 안 후보의 우위가 점쳐지는 가운데 정작 안 후보는 이번 선거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막대한 조직력 때문이다.

안 후보는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선거에서 상대방은 중앙당과 서울시당협까지 가세해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조직이 없는 저와 거대 정당과의 싸움이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도 같다"며 "새정치를 바라는 주민들의 힘으로 꼭 이겨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내가 당선된다면 새정치를 시작하고 싶다"며 "민생 문제는 도외시하고 사익을 추구하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는 공생 구조의 낡은 정치에 국민들은 실망을 느꼈다, 이에 반하는 새정치를 실행으로 옮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태그:#노원 병 재보궐, #안철수, #허준영, #명지대,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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