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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문화예술원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찾기" 주제로 강연을 하는 김용택시인
 홍천문화예술원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찾기" 주제로 강연을 하는 김용택시인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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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홍천문화예술회관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홍천군 정신보건센터에서 주관하는 '따뜻한 관심, 웃음 짓는 정신 건강'이란 주제로 마련된 김용택 시인의 강연이 있는 날이었다. 매년 4월 4일을 정신의학회에서 정신건강의 날로 지정했고, 홍천군 정신보건센터에서 김용택 시인을 초청한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생활이 공부이다

김용택씨는 행복한 시인으로 통한다. 전북 임실군 덕치면 산골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보고 경험한 자연과 사람을 노래한다. 스물두 살 때 교사생활을 시작하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한 김 시인은 1982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에 <섬진강> 외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그 후 '섬진강', '맑은 날', '그대, 거침없는 사랑', '그 여자네 집', '나무', '시가 내게로 왔다', '콩, 너는 죽었다' 등의 시집과 시선집을 발표했다. 김수영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산문집으로는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섬진강 이야기', '섬진강 아이들',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등을 냈고,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동시집을 발표했다.

김용택 시인은 강연에서 '산골 초등학교 선생으로 살면서 시를 쓰게 된 것을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기며 모교이자 근무지였던 덕치초등학교의 아이들과 입씨름을 하며 살아오는 동안 아이들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켜보며 그때그때 감동하며 살아온 삶을 통하여 얻은 행복을 특유의 편안한 스타일로 강연했다.

"행복한 사람은 평생을 공부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 시인은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공부다"라고 강조했고 "인간이 자연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살아가다 보면 우울함도 짜증스러움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말했다. 인구 3만이 사는 작은 읍소재지에서의 강연이어서 청중들은 많지 않았지만 초등학생들과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강연 내내 웃음을 쏟아냈다.

김용택 시인의 강연이 홍보가 되지 않아 자리가 많이 비어 있고, 앞에 내빈석은 텅텅 비어 있다.
 김용택 시인의 강연이 홍보가 되지 않아 자리가 많이 비어 있고, 앞에 내빈석은 텅텅 비어 있다.
ⓒ 이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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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을 통한 생활이 곧 글쓰기이고, 자연적 글쓰기는 시가 된다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를 받아 적으면 그게 바로 시가 된다"고 시인이 말하는 대목에서 청중들의 공감을 받았다. 예술적 감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행복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점도 중요한 내용이었다. 가족에게 존중받는 아빠의 삶이 있어야 행복한 가정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하는 사람이 가족에게 존중받는다는 내용에서 주부들의 큰 공감을 얻어냈다.

시인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오랫동안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에 관한 내용을 강의할 때는 재밌었던 경험과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청중들의 시선을 모았고, 그동안 발표된 제자 아이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생활이 곧 시가 된다는 자연적 글쓰기에 대하여 설명하여 청중들의 깊은 공감을 얻어냈다. 그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나무 하나씩을 선정하도록 하였고,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중요하게 지도했다는 경험을 말하자 대부분이 학부모인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 날마다 새로움을 찾아내고, 자연과 함께 느끼고 살아가면서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시인은 자연을 통하여 공부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점과 예술적 감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말했다.

강연 내내 진지하게 청강한 30대 후반의 주부 안아무개씨는 "홍천에서 유명한 시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일부러 친구와 함께 왔는데, 아이들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실감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고요. 김용택 선생님께서 말씀을 정말 재미나게 해주셔서 두 시간이 정말 금세 지나갔어요" 한다. 또 강연이 도움이 되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친구인 김아무개씨는 "시골에 사는 우리들에게 이런 강연이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일부러 서울로 강연을 들으러 다닐 수 없는 처지인 우리 홍천 주부들을 위하여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김용택시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 담임선생님과 함께 찾아온 화촌면 구송초등학교 4학년 5학년 학생들과 기념촬영. 학생들은 김용택시인의 책을 구입해서 와 싸인을 받아가는 열의를 보였다.
 김용택시인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 담임선생님과 함께 찾아온 화촌면 구송초등학교 4학년 5학년 학생들과 기념촬영. 학생들은 김용택시인의 책을 구입해서 와 싸인을 받아가는 열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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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인사말을 한 홍천군보건소 센터장과 홍천군부군수 등의 내빈 몇 명은 김용택 시인의 강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초청강사와 악수만 하고 강연 장소를 떠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강사를 초청한 단체장으로서 보여서는 안 될 장면이었다. 같은 지역에 사는 군민으로서 낯뜨거운 장면이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보는 지역의 기자로서 지난번 완주군수 초청 강연에서는 군수를 비롯하여 홍천군 공무원 중 다수를 동원하여 끝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한 것을 보아온 터라 홍천군 단체장들이 군민의 행복을 정말 염려하며 고민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좋은 강사를 초청해놓고 홍보에 소홀한 관계자를 보는 마음이 그래서 안타까웠다.


태그:#김용택시인, #성진강시인, #홍천문화원,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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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재양념닭갈비를 가공 판매하는 소설 쓰는 노동자입니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서로가 신뢰하는 대한민국의 본래 모습을 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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