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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더 노이엔도르프

철교를 이용하여 하펠운하를 건너면 니더 노이엔도르프(Nieder Neuendorf)로 향하게 되는데, 이곳도 최근 새로 주택이 리모델링되어서 그런지 상당히 아기자기한 마을이었다. 지난번 바님 자연공원을 지나고 본 마을의 분위기와 비슷하였고 주택의 디자인도 매우 다양했다.

하지만 지난 마을과는 달리 이곳의 장벽길은 니더 노이엔도르프 주민들의 공원과 산책로로 탈바꿈하였다. 특히 공원 중간에 나무 조각상이 인상 깊었는데, 마치 6명의 사람이 배를 호숫가로 같이 운반하는 모습을 그린 것 같았다. 나무조각상에서 말해주듯이 니더 노이엔도르프와 건너편 옛 서베를린 라이니켄도르프(Reinickendorf)지역은 호숫가 주변에 모터보트나 요트들이 즐비해 있다. 이들은 이제 같은 하펠강에서 해상스포츠를 쉽게 즐길 수 있다.

니더 노이엔도르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산책로이다. 뒤에는 6개의 나무기둥이 배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 새겨져 있다.
▲ 니더 노이엔도르프의 강변공원 니더 노이엔도르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산책로이다. 뒤에는 6개의 나무기둥이 배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 새겨져 있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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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전 삼엄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현재는 양쪽 호숫가에서 수상레저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 모터보트와 요트로 즐비한 호숫가 25년전 삼엄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현재는 양쪽 호숫가에서 수상레저스포츠를 즐기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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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군사기지로 활용된 것과는 달리 요즘에는 이곳에서 낚시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에서 낚시를 즐겨보고 싶으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낚시할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낚시 면허증 없이 낚시를 하는 경우 범칙금을 물어야 된다는 점이다.

지난번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이 면허증 없이 낚시를 해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사건이 있었다. 면책특권이라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갔지만, 당시 베를린 시민의 입장에서는 경찰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뉴스거리가 됐다. 베를린의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낚시를 원하시는 분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며 사례를 적어본다. 낚시를 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니와 오리도 또 하나의 즐길거리이기도 하다.

공원 근처에는 역시 감시탑을 볼 수 있다. 이 감시탑은 지난번 숲 속에 있었던 것과는 달리 여름시즌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해놓았다. 4월부터 10월까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데, 요금은 무료이다. 지금은 감시탑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일부 남아 있는 것은 관광용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일정 거리마다 감시탑이 촘촘히 들어서 있었다. 논리적인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공산정권의 수호를 위해 베를린 감시탑에 재정을 쏟아 부었던 것이 결국 동독정권의 몰락과 연결되었으리라는 가설을 세워보았다.

4월부터 10월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산책로 옆의 감시탑 4월부터 10월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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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지나고 산책로를 따라가 보면 침엽수림이 나온다. 우리나라 소나무 숲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한국과 다른 것은 나무가 길게 위로 뻗어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학술적 식물명은 알 수가 없지만 이렇게 긴 침엽수로 된 숲은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다. 쉽게 말하면 독일에 맞는 숲을 장벽 붕괴 이후 조성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흔한 숲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길 옆에 나무가 일렬로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동안 내가 걸어왔던 무질서한 숲길과는 달랐다. 하지만 이 숲을 깊이 살펴보면 장벽길에서 좀 더 떨어진 곳은 좀 더 드문드문 심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른 오솔길과는 달리 일렬로 가지런히 심겨진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 침엽수길 다른 오솔길과는 달리 일렬로 가지런히 심겨진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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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되었던 정원집들

숲을 계속 걸어가다 보면 다시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의 경계를 지나게 되는데, 이 경계를 지나면 정원집(Gartenhaus : 규모가 작은 정원을 곁들인 소규모 집이다. 주로 서민들이 살고, 베를린 일부 지역에도 있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두 곳은 원래 서베를린 슈판다우(Spandau)에 속한 픽히테비제(Fichtewiese)와 에어렌그룬트(Erlengrund)라는 지역이다.

픽히테비제의 경우에는 이곳 앞뒤로 세워진 이중장벽구조 때문에 그리고 에어렌그룬트는 왼편의 장벽과 오른편의 하펠강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고립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지도를 잘 살펴보면 서베를린으로 빠져가는 서쪽의 길이 남쪽 숲으로 향하는 길이 이중장벽구조와 하펠강으로 인해 사방으로 막혀버린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회처럼 붉은선은 장벽, 노란선은 장벽길이다. 여기에 파란선도 이 지도에 추가되었는데, 이는 픽히테비제 앞에 세워진 보조장벽이다. 픽히테비제는 뒤의 본 장벽과 앞의 보조장벽으로 인해, 에어렌그룬트는 서쪽의 보조장벽과 동쪽의 하펠강으로 인해 냉전시대의 대표적 고립지역이었다.
▲ 픽히테비제와 에어렌그룬트의 주변지도 지난 회처럼 붉은선은 장벽, 노란선은 장벽길이다. 여기에 파란선도 이 지도에 추가되었는데, 이는 픽히테비제 앞에 세워진 보조장벽이다. 픽히테비제는 뒤의 본 장벽과 앞의 보조장벽으로 인해, 에어렌그룬트는 서쪽의 보조장벽과 동쪽의 하펠강으로 인해 냉전시대의 대표적 고립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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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여긴 고립지가 되었을까? 필자가 언급하는 고립지라는 개념은 학술·법정전문용어로 쓰일 때는 월경지(越境地, Exklave)로 번역하기에, 실생활에서는 듣기 힘든 단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인천광역시 강화군을 들 수 있는데, 이곳은 인천광역시에 직접적으로 접해있지 않은 데다가 현재까지도 인천과 다리로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월경지이다. 또한 월경지는 시군의 경계 외에 읍면동 및 구 경계에도 이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인터넷 지도에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이라고 입력하면, 대신동(현 이화여대 일부와 48번국도), 봉원동(현 봉원사 주변 지역)으로 인해 두 구역이 서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픽히테비제와 에어레겐그룬드는 장벽과 지형지물로 인해 고립된 당시 서베를린 슈판다우의 월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 곳 말고도 동서베를린 혹은 서베를린-브란덴부르크 행정구역상 경계와 실제로 세워진 장벽과의 불일치로 인해 구 서베를린 월경지는 15군데나 되었으며, 각 지역마다 독특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벽으로 인해 월경지가 되면, 식량 및 생필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당시 서베를린과 동독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이곳 주민들은 서베를린 방향으로 제한적으로 외출을 할 수 있었다. 외출시에는 물론 장벽 출입문을 거쳐야 했는데, 이 출입문에서 초인종을 누르면 초소병의 허락을 받고 서베를린 방향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제한시간 내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냉전 당시 실질적 국제 월경지였던 이곳에서 아래로 더 내려가면 냉전 이후에 세워진 레스토랑도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은 여름휴양지와 캠핑장으로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필자가 갔을 때도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같이 호수에서 수영하는 광경과 대학생처럼 보이는 청년들이 배구를 즐기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고립되었던 정원집들은 현재도 일부 남아 있어서 휴양객들의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휴양지로 변모한 옛 고립지지만 당시 고립지에 살았던 주민들의 주거스트레스는 얼마나 심했을까?

옛 고립지는 현재 휴양지 및 캠핑지로 탈바꿈하였다. 레스토랑 앞에는 드넓은 잔디밭과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호수욕과 삼림욕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 호숫가에 세워진 레스토랑 옛 고립지는 현재 휴양지 및 캠핑지로 탈바꿈하였다. 레스토랑 앞에는 드넓은 잔디밭과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호수욕과 삼림욕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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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베를린장벽길, #베를린,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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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독일에서 통신원 생활하고, 필리핀, 요르단에서 지내다 현재는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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