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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휴업·폐업하기로 해 갈등이 깊습니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거의 대부분이 적자인데, 진주의료원이 폐업한다면 다른 의료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경남도가 내세우고 있는 휴·폐업의 이유가 맞는지, 여러 쟁점에 대해 집중 분석합니다. [편집자말]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업 발표를 한 뒤 첫 주말을 맞은 7일 오후 병원 현관에 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업 발표를 한 뒤 첫 주말을 맞은 7일 오후 병원 현관에 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둘러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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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거짓말도 반복해서 들으면 진짜처럼 느껴진다. 진주의료원 휴업·폐업 사태가 그렇다. '강성 귀족노조'라는 주장이 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누가 참말을 하는지 따져보자.

처음에는 '적자 탓', 나중엔 '강성 귀족노조 탓'?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휴·폐업의 가장 큰 이유로 '강성 귀족노조'를 들고 있다. 하지만 '강성 귀족노조'라는 말은 처음부터 나온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폐업의 이유로 '적자'를 내세웠다.

윤한홍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2월 26일 폐업 발표를 하면서 "진주의료원이 매년 40~60억 원의 손실로 현재 3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공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진주의료원지부가 경남도를 찾아와 적극 항의했다.

'강성노조'라는 말은 진주의료원 사태가 불거진 지 20일이 지나서 나왔다. 홍준표 지사가 3월 18일 경남도청 간부회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에 대해 '강성노조'에다 '해방구'라는 딱지까지 붙였다.

이날 홍 지사는 "진주는 인구 34만명인데, 의료병원시설이 과잉이다"며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로 변해버렸다"고 발언했다. 이후 홍 지사와 경남도는 계속해서 진주의료원을 '강성노조'라 했다.

진주의료원 폐쇄 조치로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남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쇄 조치로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남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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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3월 21일 지역 일간지에 '진주의료원 휴업에 즈음하여 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신문 광고를 했는데, '강성노조'라는 글자를 굵은 고딕체로 표현하며 강조했다. 이후 홍 지사는 <조선일보>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노조원 배 불리는 강성노조의 해방구"라 표현했다.

뒤이어 나온 단어가 '강성귀족노조'다. 경남도는 4월 3일 휴업 발표를 하면서 진주의료원에 대해 "더 이상 서민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귀족노조의 병원"이라고 했다. 홍 지사는 다음날 문화방송 라디오(손석희 시선집중)와의 인터뷰에서 '강성귀족노조'라 발언했다.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휴·폐업 이유로 처음부터 '강성귀족노조'를 주장했던 게 아니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에 대해 폐업 발표 20일이 지나서 '강성노조'라고, 한 달이나 지나서 '귀족노조'라고 한 것이다.

경남도가 밝힌 '강성귀족노조' 근거는?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에 대해 무슨 근거로 '강성노조' '귀족노조'라고 할까. 경남도는 2009년과 2011년에 있었던 두 차례 의료원 종합감사 결과자료를 토대로, 3월 13일 '진주의료원, 진료비 부당감면·횡령 등 도덕성 해이 심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경남도는 "만성적자에도 직원들은 자기 배만 불렸다"거나 "경영개선 요구에도 묵묵부답했다", "감사결과 처분과 개선 지시사항 중 일부는 아직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남도는 "2008년부터 도·의회가 각각 36차례와 11차례에 걸쳐 구조조정 등 경영개선 요구를 했는데도, 노조가 모두 거부했다"고, "직장인 등 환자 유입 증대를 위한 '무급 토요일 근무'와 '연차수당 반납' 등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
 진주의료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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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남도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10년 근무 후 퇴직한 직원에게도 재직자와 똑같은 수준의 진료비 감면 혜택을 주었다"며 "1인실 하루 사용시 9만원이나 6만7000원만 지불하고, 감사 지적 처분 요구에도 개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남도는 "노조측에서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상황인 진주의료원의 문제를 오히려 중앙정치권과 민주노총까지 관여하는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휴업이 불가피하다고 했던 것이다.

"진실이 왜곡되어 단식을 멈출 수 없다"

'강성 귀족노조'라는 주장에, 진주의료원 직원들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적자·부채' 때문에 휴·폐업한다고 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노조 탓'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8일까지 13일째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는 조미영(48) 수간호사는 "처음에는 책임감에서 단식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진실이 왜곡되어 단식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경남도의 '강성 귀족노조'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실제 강성이고, 귀족이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지금도 진주의료원 직원들은 2008년 임금 그대로다. 7~8월 임금이 체불되어 있다. 이전에는 임금이 한 달이나 보름 정도 늦게 나온 적도 많았다.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은 "아무리 체불이라도 생활임금은 주어야 하는데, 급여를 한 푼도 받아가지 못하다 보니 가정 파탄이 날 정도다"며 "조합원들은 생계가 곤란하고, 대출도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무슨 '귀족'이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의료원에서 21년 근무한 직원이 연봉 4100만원이고, 신규로 들어왔던 사람의 연봉이 1100만원 정도였으며, 지난 2월 28일 명예퇴직했던 간호과장은 연봉이 5000만원 조금 넘었다"며 "사람들은 '귀족'이라고 하니까 맨날 넥타이 매고 쇠고기 먹으러 가는 줄 안다, 경남도는 사실과 너무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의 경영개선 요구와 관련해, 노조 지부는 '너무나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경남도의 발표대로 본다면 48차례 개선 요구 모두 거부한 것처럼 들린다"며 "지적에 대해서는 거의 다 했다, 의료원이 비리 온상이라는 말이 맞다면 경남도가 사법기관에 고소고발하면 되었을 것인데, 그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 아니냐"고 따졌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결정하고 휴업까지 하기로 한 가운데, 휴업 예고 마지막날인 3월 30일 오후 의료원의 한 병실에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결정하고 휴업까지 하기로 한 가운데, 휴업 예고 마지막날인 3월 30일 오후 의료원의 한 병실에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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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제시한 '2010년·2011년 경영개선 지적사항 조치 결과'를 보면, 거의 대부분 개선되었고 서너개 정도 '추진중' 내지 '시행중'이라고 되어 있다. 가령 '노인병원 간호관리등급 조정(8→3등급)'은 2010년에 지적이 있었는데 이듬해 개선되었다.

'10년 근무 퇴직자 진료비 감면 혜택'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노조 지부는 "2009년 7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0년 이상 근무 퇴직자가 진료한 뒤 감면 받은 총 금액은 32만8000원에 불과했는데, 그 정도 금액 갖고 '귀족'이라 하면 안된다"며 "그것도 2011년 감사에서 지적되어 없앴다"고 밝혔다.

2009년과 2011년 종합감사 결과와 관련해, 노조 지부는 "(문제가 됐던)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가 있었고, 구상금 조치가 있었으며, 중징계와 경징계 등을 받았다"며 "경남도는 지도·감독을 충실히 수행해야 함에도 이를 빌미 삼아서 통제와 지시만 한 것으로 일을 다했다고 말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토요 근무 무급'에 대해, 노조 지부는 "2012년 10월 18일 당시 원장과 노조 지부장이 '노사별도 합의서'에 서명했고, 시행시점 1년 경과 뒤 재논의 하기로 합의 했다"며 "그런데 경남도는 노조가 거부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진주의료원 노동조합 창립일은 1991년 4월 20일이다. 박성용 지부장은 "1998년 한 차례 파업이 있었을 뿐이다"며 "그동안 제대로 된 파업 한 번 해보지 않았는데 무슨 강성노조냐"고 말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강성 귀족노조'라는 말은 무식한 이야기다, '강성노조'는 죽었다 깨어나도 '귀족노조'가 될 수 없고, '귀족노조'는 죽었다 깨어나도 '강성노조'가 될 수 없다"며 "홍준표 지사는 국민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강성 귀족노조'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수동 민주노총 진주지역협의회 의장은 "거짓말이라도 자극적인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학습효과에다 착각을 하게 된다"며 "홍 지사는 노동조합이면 무조건 강성이고 귀족이라 여기는 것 같고, '노조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경남도가 의도적으로 '강성 귀족노조'라 한다고 보고,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강성귀족노조'라는 표현은 명예훼손에 해당하기에, 고발해서 경남도청 안에서 누가 그 단어를 쓰자고 주장했는지 밝혀내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강성 귀족노조' 주장에 대해, 누구 말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태그:#진주의료원,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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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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