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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1월 4일 오전 11시 울산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4일 오전 11시 울산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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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0년 울산에서 보도연맹원 수백명이 집단 총살 당한 '울산보도연맹사건'과 관련, 울산지방법원이 "국가가 공개한 명단이 아니라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명단을 기준으로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며 유족 24명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6일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울산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도진기)는 "국가 예산을 들여 국가 기구로 설치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검·경과 비슷한 조사권을 부여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게 허용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만으로 희생자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수십 년간 유족들은 진실규명을 꾸준히 요구해 왔고, 지난 2006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상조사를 시작, 2007년 처음으로 울산보도연맹이 군경에 의해 학살을 당한 진실규명을 하면서 보상에 물꼬를 텄다.

당시 과거사위는 희생자 명단 407명을 확정한 후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 유가족에 대한 원호사업 지원, 호적 정정 등을 통한 명예회복 등을 결정했고 법정 공방 끝에 유족들은 보상에 관한 대법원 승소 판결도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국가가 공개한 처형자 명단에 든 사람만 보상을 고집해 왔다. 이에 과거사위 명단에는 들어 있으나 국가 공개 명단에는 없는 희생자 유족들이 소송을 벌였고 이번에 승소 판결을 받은 것.

노무현, 울산보도연맹 사건에 국가 원수로는 첫 사과

과거사위가 2007년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울산보도연맹사건'에 대해 국가 원수로서 첫 공식사과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를 한달 앞둔 지난 2008년 1월 24일 오후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58년 전 국민보도연맹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당시 국가 권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무고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다.

이어 2009년 2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피해유족에게 200여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첫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제8민사부는 2009년 8월 18일 항소심 판결에서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지났으므로 유족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8월 30일 울산보도연맹 희생자 유족 40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고 "국가는 희생자 1명당 8000만 원을, 희생자의 배우자에게는 4000만 원, 부모와 자녀에겐 800만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승소 판결을 받은 유족들은 이에 준하는 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울산보도연맹 사건은 지난 1949년 이승만 정부가 좌익 관련자를 전향시키고 통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국민보도연맹을 조직시켰으나 이듬해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들이 북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1950년 민간인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울산보도연맹 양민학살사건으로 불리며 1950년 7월~9월 백골부대·경찰·청년방위대 등이 울산지역의 보도연맹원 700여 명(유족 등 주장)을 울산 울주군 청량면 율리 오복재 고개와 울주군 온양면 대운산 골짜기로 끌고가 학살했다.

학계에서는 전국에 최대 20만 명의 보도연맹 희생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울산보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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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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