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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은 이정표, 오른쪽의 붉은 벽돌 건물이 인천아트플랫폼이다. 뒤에 보이는 중국풍 건물은 한중문화원.
▲ 인천아트플랫폼 사진 중앙은 이정표, 오른쪽의 붉은 벽돌 건물이 인천아트플랫폼이다. 뒤에 보이는 중국풍 건물은 한중문화원.
ⓒ 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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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월도 끝나가건만 아직 봄다운 날씨는 찾아보기 힘든 날. 인천역에 내려 중구 해안동1가 인천아트플랫폼으로 향하는 걸음에 자꾸만 조급함이 묻어난다.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건지 불안한  탓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보는 인천 풍경도 좀처럼 눈에 잡히지 않는다. 노심초사하며 한중문화관을 지날 무렵 붉은 벽돌로 지어진 낮은 건물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을 버티고 선 이정표에 새겨진 인천아트플랫폼의 표시. 이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3월 28일 관람한 '2013 플랫폼 액세스전'은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작업실과 프로모션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한 예술가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전시로, 말하자면 일종의 예고편인 셈. 전시 안내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26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의 A, B, H동에서 개최된다.

혼합재료, 2010 - 2011
▲ 백인태 <로맨스> 혼합재료, 2010 - 2011
ⓒ 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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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동, 크리스탈 큐브라 이름 지어진 전시장에서 가장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작품은 백인태의 <로맨스>였다. 커다란 나무틀에 걸려 있는 영수증들로 구성된 이 작품은 작가가 일상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영수증 뒷면에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린 뒤 그것들을 한데 모아 설치한 작품이라고 한다. "믿음으로 예술 하는 병신"처럼 격한 문구에서 어린이 보호 표지판을 본떠 그린 작가 보호 표지판 그림까지. 자그마한 영수증 속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배어난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다 구석의 조각 작품 두 점에 시선이 멈춘다. 하나는 철판, 하나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사람 조각인데 둘 다 자기 몸만큼 커다란 돋보기 같은 도구를 보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둘 중 철판으로 된 작품의 이름은 <세상을 보는 창>. 굳이 설명을 보거나 듣지 않아도 커다란 돋보기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바가 전해진다.

A동 크리스탈 큐브에는 공연 작품도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찾은 날은 공교롭게도 이곳이 수리 중이었으므로 바로 B동 전시장으로 넘어갔다. 총 2층으로 이루어진 B동 전시장은 여러 편의시설을 겸한 A동과 달리 순수하게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다.

전각도장, 할머니 자필메모 설치, 2012
▲ 리금홍 <규방가사-각명기> 전각도장, 할머니 자필메모 설치, 2012
ⓒ 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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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이, 김춘자, 천정순, 오언숙…….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요즘 사람 같지 않은 서명들이 액자에 걸려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이름들을 새긴 도장들이 놓여 있다. 리금홍의 <규방가사–각명기>는 노인정 할머니들의 이름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작품이다. 평소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했을 뿐, 그 이름에 얽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 적은 없었다. 어째서일까.

좀 더 전시장을 돌다 눈길이 멈춘 지점에서는 영상 작품 하나가 상영 중이다. 커다란 인물사진 위에 기괴한 성형을 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노기훈의 <성형수술> 시리즈 중 <거즈 드레싱>. 성형수술로 이미지를 복원하는 이 과정을 작가는 '보기 싫은 과거'가 '보기 좋은 과거'로 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HDV 비디오, 2008 - 2012
▲ 조지 카비에세스 발데스 <미니어쳐 시리즈> HDV 비디오, 2008 - 2012
ⓒ 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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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동 전시장 2층에 오르니 주로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대부분이 영상 작품이었는데 그 중 칠레 작가 조지 카비에세스 발데스의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의 <미니어쳐 시리즈>는 약 4분 30초 동안 인물과 배경이 서로 겹쳐지거나 갈라지기를 반복하는 작품인데, 매우 이질적으로 보이는 화면이 역으로 영상 전체의 화려한 색감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등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프로젝트 룸의 전경
▲ 인천아트플랫폼 H동 프로젝트 룸의 전경
ⓒ 이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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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HPARK 여행사가 옵니다.' B동 전시장 관람을 마치고 H동 프로젝트 룸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문구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미술관에 뜬금없이 여행사라니. 만우절 장난으로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을 하며 둘러보니 이번 전시에 참가한 예술가 중 한명인 박혜민과 문화 체험 프로젝트 기업 HPARK Ltd.가 진행하게 될 프로젝트라고 한다.

프로젝트 룸 한쪽에 있는 가이드북과 벽면에 붙어있는 회사 연혁을 봐도 무슨 프로젝트가 진행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확실한 건 미술관에서 여행사를 출범한다는 것 뿐. 여행사와 예술이라. 아무래도 5월을 기약해야 할듯하여 프로젝트 룸 중앙에 있는 여행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하는 것을 끝으로 관람을 마쳤다.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가 시각예술 부문의 작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A동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가들의 프로필을 보면 시각예술뿐만 하니라 공연과 문학, 비평 연구 같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상이몽을 품고 인천에 모인 이들의 생각은 앞으로 어떻게 자라나갈까. 2013 플랫폼 액세스전은 이 생각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미래의 초상이었다.

덧붙이는 글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관람시간 : 10:00 - 18:00 (일 - 목요일)
10:00 - 20:00 (금, 토요일)



태그:#플랫폼 액세스, #인천아트플랫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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