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가 심약했으면 끝까지 갔다. (후보직을) 내려놓는 게 얼마나 피눈물 나는 결단인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그런 거다)."

4·24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예비후보가 28일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이날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우리 정치 역사상 20% 이상의 지지율을 가진 대선후보가 스스로 내려놓는 건 없지 않았냐"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안 후보는 대선 당일 미국 출국 결정에 대해 "(민주당 측에서) 이겼다는 분위기 속에서 제가 선거날 떠난다고 하니 고맙다고 그러시더라"라며 "지지자들의 허탈감이 이 정도 심할 줄은 몰랐는데, 그분들 마음을 현장에서 보듬어야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통합당 입당론에 대해 "민주당이 정말로 잘 쇄신해서 국민에게 도움 주는 정당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면서도 "일단은 제가 (노원병에서 당선)돼야 한다. 일단은 새 정치를 위해 저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철수 후보와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처음부터 어려운 선거라고 생각... 여론조사 결과 당연할 수 있다"

-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 얼마 안 난다.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와 단일화 안 되면 어렵지 않겠나.
"저는 처음부터 어려운 선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일각에서 이번 선거를 쉬운 선거라고 미리 규정지은 목적은 (제가) 이겨도 빛이 안 나게 만들려고(하하) 그건 거다. 정치권에서 머리 좋으신 분들이 사전 작업하는 건 다 아실 테고. 처음부터 노원병 선거가 쉽지 않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재보궐 선거이기 때문이다. 평일에 열리고, 투표율이 낮다. 결국, 조직 선거가 될 수밖에 없는데, 저같이 무소속 후보의 경우는 아무리 인지도 있어도 상계 지역적 특성 때문에 굉장히 힘든 선거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이 정도 나오는 건 당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또 단일화를 앞세운다면 정치 변화를 바라는 국민 요구를 잘 담아내기 힘들 수 있다. 저는 귀국 기자회견 때의 말과 생각이 지금도 똑같다. 지금은 여러 가지 고민도 있을 수 있지만, 제 굳건한 생각은 새 정치의 가치를 앞세우고 정면승부 하고 싶다."

- 단일화를 안 해도 이길 수 있나?
"이동섭 후보(민주당 노원병 지구당위원장)도 있고,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도 있는데. 우선 이동섭 후보에 대해 참 안타깝고 죄송스럽다. 그분 심정이 어떨 거라는 건 작년 대선 때 한번 경험한 적 있어서 10분의 1 정도는 제가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지지자들의 상실감도 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지지자분들의 마음을 제 마음 속에 담으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이동섭 후보는 이 지역에서 정치 선배이고, 그분의 여러 좋은 말씀들 잘 듣고 참조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지선 후보의 선택을 존중한다. 예전부터 노회찬 전 의원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분이 가진 문제의식, 기득권 과보호에 따른 서민들의 삶이 황폐해지는 부분의 문제의식에 대해선 제가 공감하고 있다. 그분의 문제의식들은 저도 계승해나갈 생각이다."

- 노원병 무공천을 결정한 민주당 지도부에 고맙다고 연락을 해봤나?
"(하하) 민주당 자체의 선택이었고, 결단이었다. 그렇지만 저는 새 정치를 이루기 위해, 주민들 마음 얻기 위해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열심히 하고 있다."

- 새 정치의 뜻을 같이 나눈 문재인 민주당 전 대선후보와 만날 계획은?
"선거 기간 중에 노원을 벗어나는 건 노원주민에 대해 실례라 생각하고 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음에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가능성은 있겠죠."

- 박원순 서울시장은 만났지 않나.
"전화로 덕담 주고받으면서 약속했기 때문에... 귀국하면 뵙겠다고 했던 거라서 만났다."

- 가장 우선 해결할 지역 현안은?
"우선 노원구에 국한된 것들은, 일단 상계3·4동 뉴타운, 창동차량기지 이전에 따른 부지 활용 계획, 이런 부분들이 대표적인 큰 문제들이다. 이 지역은 중산층, 서민 거주하는 대한민국 대표지역이다. 그분들의 관심사 물어보면 한결같이 노후, 주거, 일자리 등 우리나라 중산층이 가진 관심사와 겹친다. 그 부분을 여기서부터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쪽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 새 정치가 모호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국회 입성하면 발의하고 싶은 1호 법안이나 구체적 행동이 있나?
"새 정치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게 실천이다. 실천하기 위해 국회 참여해서 하나하나 보여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제가 만약 당선되면 추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선, 제가 지금 여력이 부족하다. 조직이 없는 무소속 후보가 매일매일 걸어 다니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기 바쁘다. 대선 때와 차이라고 할까. 그런 점들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 거기에만 해도 여력이 죄송하게도 부족해서 추후에 당선되면 어떻게 할 거냐... 저는 당선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서운한 것 같던데.
"시큰둥한 게 아니고요. (하하) 전 시큰둥한 적은 없었는데. 전 새 정치 가치를 설득시키기 위해 앞으로 전진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 이동섭 후보가 방금 예비후보 활동을 재개했다고.
"그래요?"

- 따로 만날 생각이 있나?
"현장에서는 몇 번 봤다. 인사만 나누는 정도지 따로 말씀 나눠보진 못했다."

- 정치공학적 접근에서 단일화하지 않겠지만, 노회찬 전 의원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되나.
"그렇다."

- 전략 차원에서 민주당이 도와주는 게 역효과가 있다고 보나?
"처음부터 단일화를 염두에 안 두고... 이번에 새 정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부분에 대해 주민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가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봤다. 다른 상황은 생각 안 하고 뛰어들었다. (지원에 대한) 제안을 받은 적은 없고, 제안받았을 때 역효과 날지 고민은 해봐야죠. 저도 분석은 잘 못 했다."

- 민주당에 지원을 요청할 생각은 없는 상황?
"그렇다."

- 박근혜 정부 한 달 동안 가장 답답한 건 뭐였나?
"대선 때 시대정신이나 화두가 소통이었다. 그런데 그 부분이 잘 안 이뤄지는 것 같은 느낌 받으면서 굉장히 박근혜 대통령을 찍은 분들까지도 답답해한다. 신문 기사나 여론조사보다 밑바닥에선 훨씬 심하게 느끼시더라."

- '내가 단일후보가 됐으면' 하는 생각은?
"그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가정이고. (하하) 지금은 국회의원부터 잘... 주민들이 기회주시면 밑바닥부터 한번 차근차근 해보고 싶다."

- 지난 대선 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나?
"제가 받은 상처보다 지지자 상처가 훨씬 더 심하다. 요즘도 지지자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을 정도로. 그분들이 '이번에는 그만두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시고. 그런데 하나 아쉬운 건 그게 제 결단이었거든요. 지금까지 우리 정치 역사상 20% 이상 지지율 가진 대선후보가 스스로 내려놓는 건 없지 않나. 그건 결단이다. 제가 심약했으면 끝까지 갔다. 내려놓는 게 얼마나 피눈물 나는 결단인데요. 국민과 약속 지키려고. 근데 그 부분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길래, 다 설명해드리고..."

-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 여론조사 큰 차이 안 난다. 안 후보 마음이 언짢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느낌이 어떤지.
"(출마)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안 됐던 부분에 대한 오해들이 있는 것 같더라. 예를 들면, 왜 미국 갔느냐부터. 사실은 일주일 전에 제가 이야기했다. 선거 날 미국 간다고. 그게 솔직히 제가 만약에 거기 있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으면, 그때 벌써 제가 일등공신 될 거라고 기사 나오고 그럴 텐데, 부담감 느꼈을 것이다. 주말에 문 후보에게 목도리 걸어주면서 민주당 측에서도 그렇고 문 후보 지지자 분들도 '이제 이겼다'... 그리고 민주당에서도 충분히 많이 도와줬다고 말씀하셨고. 유세 기간 중에도 전국 유세를 몇 번 했더라... 매일 엄청나게 많이 했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다들 그러셨거든요. 이겼다는 분위기 속에서 제가 선거 날 떠난다고 하니 고맙다고 그러시더라. (하하)

그랬는데 결과 이렇게 나오니까, 너무 허탈한 나머지 오해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하나 아차 싶었던 게, 만약 문 후보가 이긴다면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백의종군한다는 약속 지킨 사람으로서 행동하는 것이니 그에 대해선 좋은데, 지고 나서 지지자들 허탈감이 이 정도 심할 줄은 저도 몰랐다. 그분들 마음을 현장에서 보듬어야됐던 거 아닌가, 그런 후회는 있었다."

- 안 후보 지지자들과 문 후보 지지자가 구분되기도 하나?
"구분이 됐다. 만나보면 안다. 그런데 손만 잡아서는 아직 모르겠다."

- 야권 패배와 관련 민주당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는다면?
"민주당 스스로 판단한 평가 보고서가 곧 나오니까. 저는 제가 잘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인정하고 말씀드린 거고, 민주당의 잘못에 대해서는 민주당 몫으로..."

- 김한길 민주당 의원이 '신당 창당은 안 된다, 민주당으로 들어오거나 같이 가야 한다'고 했는데.
"여러 정치인들이 각자 상황에서 각자의 의견이 있다. 그분 입장에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신 것인데."

- 단일화 과정에서 열려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열려 있다는 건 아니고, 새 정치에 대해 뜻을 같이 하는 분은 언제든 이야기를 같이 할 수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또 단일화가 전면에 나선다면 국민의 열망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 '대탕평 인사'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로부터 장관직 제의받는다면?
"국회의원직부터 시작하겠다.(하하)"

- 5년 뒤 대통령 후보?
"너무 먼 이야기다. 일단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시고, 거기서 제대로 현안 문제 잘 해결하는 노력 보여야될 것이다."

- 민주당에 들어가서 새 정치 실현은 불가능하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이 정말로 잘 쇄신해서 국민에게 도움 주는 정당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 새 정치 실현을 위해 민주당 들어가는 건?
"일단은 제가 돼야 하고. 일단은 저는 새 정치를 위해서 저의 길을 가겠다."

- 필요하다면?
"원론적인 말씀밖에... 새 정치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있으면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 그러나 선후 관계가 바뀐 것은 아니다."

- 손학규 민주당 고문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굉장히 썰렁한 이야기로, 어떤 분이 저보고 안철수 문학상을 만들어 소설을 제일 잘 쓰는 분에게 주라고.... 아니 저런 썰렁한 이야기를 하다니. 더 썰렁한 이야기가 사전 선거운동... 미국에서 계속 걸었다니까, '그게 사전 선거운동 아니냐'고 하더라."

- '여의도 텔레토비' 안 봤나?
"다 봤다."

- 닮았나?
"그런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고. 그 정도로는 아닌데(입술 뒤집는 손동작 하면서)."

- 국회에 들어가면 N분의 1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는데.
"그렇죠. 어떤 분들은 '아무 것도 못한다', 어떤 분들은 '한 사람이지만 할 수 있는 게 엄청 나게 많다'. 그래서 실제로 한번 겪어보려고요. 일단 뽑아주셔야 하는 거니까요."

- 될 것 같나?
"아니, 저는 열심히 최선 다 하면... 결과는 제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냐."

- 작년에 최선 다 안 했나?
"최선 다하고, 결과 나오면 받아들인다."

- 김지선과 대화는 할 수 있지만 먼저 제안은 안 한다는 것인가?
"좋은 기회가 오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잘 모르겠다. 새 정치 가치를 전면에 두고 사람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태그:#안철수, #민주당 입당, #노원병 재보선, #허준영, #김지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