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친환경농산물 체험 활동
▲ 시금치밭에서 친환경농산물 체험 활동
ⓒ 이진홍

관련사진보기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렘을 안고 시작한 3월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보편적 복지냐, 복지 포퓰리즘이냐는 논란 속에서도 강원도교육청(민병희 교육감)은 2010년 7월 취임과 함께 후보 시절에 공약한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2012년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시행한데 이어, 올해는 도내 163개 모든 중학교와 28개 특성화고까지 친환경 급식지원을 기운차게 시행하고 있다.

중학교 친환경 급식 한 달을 보낸 중학교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았다. 

친환경 급식지원에 대해 가장 남달라야할 학생들 반응은 오히려 기대보다 미지근했다. 중학교 하굣길에 만난 춘천 지역 중학생들은 친환경 급식지원이 중학교까지 이루어지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여전히 '친환경 급식지원'이라는 말보다는 '무상급식'이라고 하니까 그제야 알아듣겠다는 듯, "아, 정말이에요? 올해부터 저희 싹 다 무상급식해요? 대박, 전 몰랐어요……"하고 오히려 되물었다. 옆에서 듣던 아이는 한 달에 5만~6만 원을 내던 급식비 안 내니까 그거 모아서 엄마가 핸드폰 바꿔주면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고, 옆에 섰던 한 아이는 어른들이 설마 그러겠냐고 맞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저소득층 자녀로 급식비 지원을 받았다는 한 학생(삼척 중3)은 "급식비가 다른 고지서 받을 때마다 누가 볼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이제 눈치 보지 않아서 좋다"며 "급식 받을 때마다 나만 얻어먹는 기분이었는데 요새는 밥맛이 좋아 자꾸 살이 쪄서 큰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친환경 급식지원이 아이 얼굴에 웃음을 찾아준 셈.

교직원, 친환경 급식지원 긍정적

학교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해마다 급식지원 대상자 선정이나 미납 급식비 납부 독촉 같은 일로 어려움을 호소하던 교직원들도 이제는 그러지 않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

민숙자 영양교사(신철원중·고등학교)는 "현재로는 시행한 지 한 달 밖에 안 돼서 그런지 딱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급식비 고지서를 내보내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들은 친환경 급식지원이 무상으로 이루어지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라고. 다만 "일부 학부모는 무상급식 하면 급식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데, 실제로는 표준급식단가가 지난해보다 더 늘어서 급식 질은 더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업무량을 묻는 물음에는 "글쎄, 조금 줄었다, 해마다 학년 초에 급식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이 줄어 좋다, 이럴 때마다 급식비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다소 기가 죽곤 했는데 그런 일이 없어서 좋다"며 "하지만 우리 학교는 중·고 병설학교라서 고등학교 아이들 가운데는 왜 중학교만 지원하느냐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는 안정적으로 급식이 이루어지지만 고등학생 급식비 징수율은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있어서 조금은 혼란스럽다"며 "중·고 병설인 학교는 중학교 따로 고등학교 따로 하지 말고 같이 시행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학부모 "연말정산 환급 받는 기분이에요!"

학부모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는데 급식비가 지원된 덕분에 가계 부담이 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중3과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김경희(43·동해)는 "지난해에 중학교 다니는 두 아이 급식비로만 한 달에 12~13만 원 가량을 지출했는데, 올해부터 중학교 다니는 둘째아이 급식비가 면제되어서 큰아이 급식비로만 9~10만 원을 달마다 낸다"며 "무상급식이라고 해서 식단이 부실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아이는 맛있다고 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어 "친환경 급식지원으로 연말정산 환급 받는 기분"이라며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아이들까지 무상급식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는 한 학부모는 올해부터 중학교도 초등학교처럼 무상급식이 이루어지는 게 맞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안 그래도 두 자녀의 교복비, 참고서 구입비, 학원비로 살림살이가 빠듯해져 식당 보조 같은 일자리를 알아보던 참이었는데, 올해는 마치 복권 당첨된 기분"이라며 "급식비 잘 모았다가 대학 등록금에 보태겠다"며 좋아했다.

"급식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한다고요?"... "그건 다 오해예요!"

(2012~2013년 표준급식비 지원 기준 비교표)
▲ 강원 도시지역 표준급식비 (2012~2013년 표준급식비 지원 기준 비교표)
ⓒ 이무완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친환경 급식지원 사업에 따른 오해는 여전히 많다. 급식 예산 분담 비율을 두고 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사이에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낡고 망가질 우려가 있는 교육시설이나 교구들을 바꿀 예산까지 죄다 중학교 친환경 급식지원 확대 예산으로 쏟아 붓는 바람에 교육여건 개선이나 교육사업에 대한 투자를 포기해야 한다거나 급식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져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근거 없는 말들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이들 소문은 사실 무근에 가깝다.

이에 대해 송선호 도교육청 학교급식담당 사무관은 "친환경 급식지원 확대로 일선학교 지원단가가 낮아졌다는 말은 터무니없다"며 "실제로 식품비 지원단가는 지난해보다 278원 늘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강원도교육청은 질적으로 우수한 학교급식을 추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강원도형 표준급식비를 벽지, 농산어촌, 도시형으로 산정하여 학교 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 친환경 급식지원
'무상급식'을 이르는 다른 말로, 이 일은 보편적 교육복지의 출발점이면서도 우리 지역 농업과 학생들의 건강, 가계 부담을 줄이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헌법」 제31조 제3항에서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해 의무교육의 무상 원칙을 내세우고 있으며, 「학교급식법」 제6조 제1항에서 "학교급식은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무교육 기간에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대한 무상 급식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며, 교육적 행위라는 말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이나 '친환경 급식지원'이나 같은 사업을 가리키는 말이나 '무상급식'이란 용어에 공교육이 책임져야할 교육복지로서의 당연성이 빠졌다는 지적에 따라 강원도교육청은 2012년 1월 1일로 사업명을 '친환경 급식지원'으로 바꾸었다.

◆ 표준급식비
학교 규모, 지리적 위치, 식재료의 수급 상황,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화한 것이다.

오늘날 교육은 부와 특권을 대물림하는 계기이면서 양극화의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어른인 우리는 눈망울 초롱초롱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미래를 물려줄 것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다 지원 받으니까 공짜 밥 먹는다고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하얗게 웃던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친환경 급식지원은 단순히 한 끼의 밥을 공짜로 주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우수한 친환경 농산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차별 없이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심신을 갖도록 도와주는 적극적 교육 행위다.

더불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 내 농가 소득도 높여 가정살림과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연스런 귀결로 친환경 급식지원은 소득재분배와 교육의 실질적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일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금 여기에 머물지 않고 강원도와 기초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2014년에는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급식지원 사업을 확대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친환경 급식지원은 지역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시작하여 확대되었다. 하지만 의무교육대상인 초·중학교에 대해선 대책을 마련해 일관되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여론에 정부도 정치권도 이제는 귀 기울여야 한다. 국가는 교육과정 안에서 보편적 복지, 일테면 급식지원, 학습준비물, 교복 같은 모든 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이 지속되도록 애써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태그:#친환경 급식, #무상급식, #중학교, #강원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