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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의 하이라이트, 일반인 식물 경연대회 .
ⓒ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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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필라델피아에서는 해마다 3월이면 국제적인 규모의 플라워 쇼가 열리는데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Philadelphia Flower Show)가 그것이다. 184년 전통의 오랜 역사로 유명한 이 플라워 쇼는 실내에서 열리는 플라워 쇼로는 세계 최고 규모라는 점으로 유명하다. 올해도 3월 2일부터 10일까지 '찬란한 Brilliant!'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이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에 성황리에 전시되었다.

이 플라워 쇼 준비과정을 전시 전과 후 그리고 시민들이 관람하는 모습까지 참관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코너는 일반인들의 식물 경연대회인 호티코트(Horticort, 이하, 일반인 식물 경연대회)였다.

일반 시민들이 집에서 기르던 화분들을 가지고 와서 얼마나 잘 길렀는지 뽐내는 자리다.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과 조경업체들이 출품한 작품들이 즐비한 화려한 플라워 쇼에서 일반인들이 기르던 평범한 식물들이 가장 빛나는 볼거리가 될 수 있다니. 무척 놀라웠다. 또 경연에 참가한 일반 식물애호가들의 규모와 그들이 기르는 식물의 다양함에서 필라델피아 지역의 생활원예 문화의 탄탄한 전통이 느껴져 부러웠다.   

184년 전통의 유서 깊은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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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 입구 풍경 .
ⓒ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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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30년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의 전시 모습 .
ⓒ Adam Le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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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84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첫 수도였다. 그만큼 미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이며 식물과 관련해서도 그러했다. 미국 최소의 수목원인 바트람수목원(Bartram's Garden)이 있는 곳도 필라델피아고 이곳의 육묘업자들을 통해 새로운 식물들이 미국으로 소개가 된다. 북미 식물들이 다른 대륙으로 보급되는 식물 교역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던 도시가 바로 필라델피아다. 그런 연유로 오래 전부터 이곳 시민들은 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필라델피아 원예 협회 역시 1827년에 만들어지게 된다. 그 후 2년 후인 1829년에 협회 회원 25명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식물들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게 되는데 그것이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의 시작다.

그렇게 시작한 플라워 쇼는 현재 매년 약 25만여 명이 찾는 국제적인 전시회가 되었다. 하와이를 주제로 했던 지난해 전시에 이어 영국 정원을 주제로 진행된 올해 전시회에는 치열한 경연을 거쳐 선발된 50여개의 다양한 메인 전시들이 영국 정원 문화의 풍부함과 특성을 정원에서 구현하려 했다.

키친가든 만들기, 자연물을 이용한 미니어처 조형물 만들기, 우편함 정원 만들기 등과 같은 다양한 생활원예 경쟁분야들이도 준비되어 분야들마다 천여 팀 이상 경연에 참가했으며 그중 선발된 우수 작품들이 각자의 생활 원예 역량을 보여주었다.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의 하이라이트, 일반인 식물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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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경연대회에 식물을 출품하기위해 줄지어선 사람들 .
ⓒ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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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래에 식물을 가지고 나온시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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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품한 식물을 접수하는 모습 .
ⓒ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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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양한 전시들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전시 공간은 단연 일반인들의 식물 경연대회인 호티코트(Horticourt)였다. 지역의 유명한 식물 수집전문가인 베리 윙어씨는 전시 식물도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아이디어도 참신하지 못했던 함량미달의 일부 전시물들의 미흡한 완성도를 지적했다. 이어 예년과 다름없이 많은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6천여 가지 다양한 식물로 전시 공간 가득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식물 경연대회야말로 변함없이 가장 돋보이는 관람 거리였음을 강조했다.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가 처음 시작되던 당시부터 있었던 식물 경연대회는 1960년대 필라델피아 원예 협회가 본격적으로 플라워 쇼를 주관한 이후 생활 원예 문화를 증진시키려는 협회의 노력과 맞물려 플라워 쇼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또 이 지역의 식물 애호가들에게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의 식물 경연대회는 오랜 문화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식물 기르기를 좋아하는 지역의 시민들은 꾸준히 좋은 식물을 수집하고 각자가 가진 화분들을 정성들여 기르고 가꾸며 플라워 쇼가 열리는 3월을 기다린다.

경연대회에 출전할 식물들의 접수가 있는 날이면 경연에 참가하기위해 화분을 가져온 사람들로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는 진 풍경이 연출된다. 식물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포장한 화분들을 손수레에 싣고 선 사람들은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는 순번을 기다리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식물들을 감상하며 분주함 가운데서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행사장 안에 들어와서는 경연분야별로 나누어진 접수 테이블을 찾아가서 식물 접수를 요청한다. 식물 접수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 있다. 먼저 식물의 상태를 검사하는 사람(Passer)들이 식물의 상태를 체크한다. 식물에 병해충은 없는지, 식물의 이름은 정확한지, 화분 크기는 규격에 맞는지, 등등을 꼼꼼히 확인하면 이제 접수하는 사람(Recorder)들이 식물이 제대로 접수되었음을 기록한다.

그 후 전시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접수가 완료된 식물들을 식물의 모양이 최대한 잘 보이도록 신경써서 전시해준다. 이 접수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 수천가지 식물들이 접수되는 창구들은 사람들로 분비고 접수를 하기위해 식물을 가져온 사람이나 접수를 진행하는 사람들이나 식물을 좋아해서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니만큼 가져온 식물들과 함께 풍성한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평범한 식물들이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세심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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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 하나 하나가 돋보이도록 전시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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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 하나 하나가 돋보이도록 전시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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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한 식물들에게 선사하는 리본들 .
ⓒ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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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대회라고 해서 식물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식물들이 꼭 희귀한 식물일 필요는 없다. 꽤나 흔히 보기 힘든 식물들도 종종 있어 이목을 주목시키기도 하지만 대개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던 평범한 식물들이다. 이런 평범한 식물들을 모아놓은 전시가 좋은 볼거리가 될 수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무엇보다 오랜 전통으로 자리잡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 열기와 참가한 식물의 규모가 그 첫 번째 이유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것만큼이나 평범한 식물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세심한 배려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참가 분야의 세분화시켜 다양한 식물들마다 그 특성별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해준 점이 그렇다. 알뿌리식물류, 다년초화류, 다육식물류, 암석원식물류, 걸이형 화분류, 관엽식물류, 테라리움 등 크게 16여 가지로 분류된 분야들마다 다시 각각 많게는 20여 가지 이상으로 참가 분야를 다양하게 만들어주었다. 식물 경연대회에 참가한 다양한 식물들은 각각 자신의 특성에 맞는 장소에 세세하게 분류되어 배치된 후 각각의 특성에 맞게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식물 감정은 행사기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심사 때마다 섭외된 지역의 유명한 식물 전문가들은 식물들을 꼼꼼하게 평가하여 우수한 순서대로 1등에서 3등까지 색깔이 다른 리본을 붙여준다. 리본은 일종의 보너스다. 리본을 받은 참가자들은 식물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식물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여러 해 참가한 참가자들은 리본을 수집하는 것을 하나의 취미로도 즐긴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집에서 기르는 평범하고 보잘 것 없을 것 같은 화분도 경연대회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부담없이 들고 나올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전시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각각의 식물 화분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식물을 배치하는 자원봉사자들은 특별히 식물 전시에 관련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섭외를 한다. 전시하는 방식도 긴 선반을 이용하기도하고 작은 선반으로 높낮이를 조절해주기도 하는 등 식물의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전시해주려 노력한다.

특히 식물 경연대회를 위해 올해 새롭게 제작된 전시장은 구역을 세분화시켜 나누고 구역별로 전시될 식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가능하도록 배려하였다. 또 조명도 시각적으로도 식물이 돋보이고 사진을 찍었을 때도 피사체가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조명을 활용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즐겁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를 했다.

서양난 화분 한 개로 시작해서 120여개 화분을 출품하는 식물 애호가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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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살 때 아버지를 따라 식물 경연대회를 참가한 이래로 계속 참가하고 있는 젊은 식물애호가, .
ⓒ 김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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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물 경연대회를 참가한 무수한 참가자들과 식물을 관람하는 인파를 보며 제일 먼저 실감하게 되는 것은 정말 많은 지역 주민들이 식물 기르는 것을 즐기는구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주목해야하는 것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식물 기르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실제로 식물 애호가로 길러지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필라델피아 렌더버그 지역에 사는 린(Lynn cook)과 트로이 부부는 14년 전 카틀레야(Cattleya sp.)라는 서양난 화분 하나를 가지고 이 식물 경연대회에 처음 참가를 했다고 한다. 첫 참가에서 자신들이 기르던 식물이 전시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부부는 하나둘 식물을 모으기 시작해서 몇 해 전부터는 100여개에 이르는 식물을 출품하는 지역의 유명한 식물 애호가가 되었다.

올해 출품한 식물은 총 120개였으며 부부가 출품한 식물들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식물은 볼보파일룸(Bolbophyllum phelanopsis)이라는 열대 난 종류였는데 식물체의 크기가 무척 커서 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이 식물은 대개 흙에 심어져있는데 실제 이 식물이 자생지에서 자라는 모양을 보면 흙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나무나 돌 위에 붙어서 자란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부부는 이 식물을 걸이형 화분으로 만들어 공중에서 자라게 했고 그 결과 이렇게 크게 키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식물을 전혀 모르던 일반인이 자신이 기르는 식물에 대한 애정으로 스스로 식물을 알아가고 배워가며 식물 애호가가 되어가는 좋은 경우가 아닐까 한다.

6살 때 아버지와 함께 식물 경연대회에 참가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브랜든 휴버(Brandon huber)는 젊은 식물 애호가다. 그가 올해도 가지고 나온 아모르포팔루스(Amorphophallus konjac)라는 식물은 2009년 식물 경연대회 당시 멋진 모양과 식물의 희소성을 평가받아 대회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모르포팔루스 앞에서 자신의 식물을 설명한 그의 모습이 무척 진지하고 식물에대한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어려서부터 식물 애호가로 자라는 그는 지역 대학교의 원예학과 학생이 되었으며 현재 지역의 육묘장에서 일을 하며 식물에 대한 보다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고 한다(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에서 제공하는 브랜든 휴버의 인터뷰 동영상).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플라워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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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 식물 경연대회를 구경하는 시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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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플라워 쇼를 비롯한 필라델피아 지역의 식물 관련 박람회 들을 참관하며 가장 돋보이는 점은 지역의 시민들의 참여 열기와 저변인구의 두터움일 것이다. 꽃박람회, 정원박람회 등등 우리나라에도 식물 관련 박람회들이 무척 많아졌다.

박람회의 규모나 외형을 보면 이 지역의 그것들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보다는 관련 업체들의 참여가 중심이 되는 우리나라의 식물 관련 박람회와 생활 원예의 역사가 오래된 이 지역의 박람회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민들의 생활 속에 녹아든 생활 원예 문화와 탄탄한 저변인구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의 일반인 식물 경연대회 호티코트(hoticourt)는 그런 점들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외형적인 모습만 베껴온다고 쉽게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의 긴 역사 속에서 일반인 식물 경연대회가 그러했던 것처럼 생활 속에서 원예를 즐기는 지역 일반인 식물 애호가들을 오랜 시간을 두고 길러낼 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http://gongfuin98.blog.me/ 와 가드너들과 식물애호가들의 커뮤니티 '플러스가든' 홈페이지 http://plusgarden.com/ 에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정원문화, #플라워쇼, #필라델피아 플라워 쇼, #펜실베니아의 정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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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정원사. 정원 작가. 저서로 겨울정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책 '겨울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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