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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26일 오전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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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대체: 26일 오후 1시 28분]
찬성 5, 반대 4 해임안 가결

김재철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가결됐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26일 오전 9시 30분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전체 이사 9명 중 찬성 5, 반대 4로 김 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방문진이 MBC 사장 해임을 결정한 것은 1988년 방문진 설립이후 처음이다.

해임 사유는 ▲ 방문진의 문화방송 임원 선임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 문화방송 이사회의 구성 및 운영제도 위반과 공적책임의 방기 ▲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에 대한 성실의무 위반 ▲ 대표이사 직위를 이용한 공적 지배제도 훼손이다.

김재철 "소란스럽게 만들어서 죄송하다, 기회달라"

김재철 사장은 지난 22일 방문진과 사전협의 없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8개 지역사 사장 및 계열사, 자회사 임원 내정자 이름을 공지했다. 방문진은 이를 '규정 위반'이라고 보았다. '격분'한 방문진 이사회는 지난 23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상정했다. 야권 추천 이사 3명뿐만 아니라, 여권 추천 이사인 김광동, 김용철, 차기환 이사도 찬성표를 던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김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인사안을 삭제하는가 하면 오는 26~28일로 예정돼있던 지역사·계열사주주총회를 다음달 3~4일로 연기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일본 출장이 예정돼 있던 김재철 사장은 소명을 위해 이날 이사회에 출석했다. 야권 추천인 최강욱 이사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관계사 인사문제로 소란스럽게 만들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며 "인사는 다시 기회를 준다면 반드시 협의하고, 절차를 준수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시간에 쫓겨서 주주총회 날짜를 지키려고 하다보니까 이런 실수가 있었다"며 "인사가 늦어지니까 청탁으로 인해 시달렸다, 새 정부가 출범해서 그런지 금년이 특히 심해서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사장의 소명 이후,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여권 추천 이사인 박천일 이사는 "(김 사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원칙대로 하겠다고 하니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 해임은 과하다"며 반대입장을 냈고, 여권 추천이사인 김충일 이사와 야권 추천 이사인 권미혁 이사가 "이미 중차대한 시기에 왔고 더 이상 (해임을) 미루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1시 30분, 투표가 시작됐다. 한 사람씩 투표용지에 표기를 하고 돌아와서 기표함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투표를 했고, 개표결과 찬성 4, 반대 4 상황에서 마지막에 찬성 1표가 나왔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것이다. 이후 MBC의 두 주주인 방문진과 정수장학회가 주주총회를 열고 합의하면, 김 사장의 해임은 최종 확정된다. 방문진이 MBC 지분의 70%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해임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22일 내정했던 인사도 무효가 된다.

'불공정 방송', '노조대학살'... 김재철의 3년

김재철 사장은 '낙하산' 논란과 함께 2010년 3월 취임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취임에 반대하며 그 해 3월부터 39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근행 노조위원장이 해고되기도 했다.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은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인사"라며 "제대로 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김 사장을 임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MBC에서는 '불공정 방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MBC 안팎에서 일었다. 4대강 사업 비판 내용이 담긴 'PD수첩'이 불방되는 것을 비롯해 불방사태가 잇따랐고,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간판 PD이던 최승호·한학수 PD 등이 프로그램 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전출되는 등 '인사 논란'도 계속됐다. 불공정·편파보도 논란이 커지면서 MBC 취재진이 촛불시위 현장 등에서 쫓겨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2012년 1월, MBC 노조는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지난해 7월까지 170일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졌고, 무용가 J씨 특혜 의혹도 제기되었다. 사측이 조합원들의 메신저, 이메일 등을 해킹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 3년간 김재철 사장은 '대학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인사조치를 거듭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3월 5일자 자료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해고 10명, 정직 84명 등 총 233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는 다른 언론사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숫자다. 파업 종료 이후에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을 내,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최강욱 이사는 김재철 사장의 해임에 대해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파업 이후 일방적인 인사조치에 대한 법원 판결도 있었고, 내부적으로 봉합되지 않은 상처들이 있는데 문화방송이 1등 방송의 길을 찾도록 돕는 게 방문진의 길"이라고 밝혔다.

[기사 보강 : 25일 오후 7시 45분]
'오뚝이' 김재철, 이번에도 살아남을까?

오는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방문진 이사는 총 9명. 과반인 5명이 찬성표를 던지면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은 통과된다.

2010년 취임 이후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발의된 것은 4번째. 하지만 이번에는 여권 추천 이사들이 주도적으로 해임안을 상정했다는 측면에서 이전과는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해임안 상정 주도...깜짝 놀랐다"

한 방문진 야권 추천 이사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 23일 토요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한 것도, 해임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해임안을 작성해오겠다고 한 것도 여권 추천 이사들"이라면서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23일 해임안 상정에 찬성한 이사는 권미혁·선동규·최강욱 이사(이상 야권 추천 이사), 김광동·김용철·차기환 이사(여권 추천 이사) 등 6명이다. 특히 김광동, 차기환 이사는 '논문 표절' 사실이 밝혀져 사퇴한 김재우 이사와 함께 8, 9기 방문진 이사를 잇달아 지낸 인물이다. 또 다른 여권 추천 이사인 김충일 이사는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박천일 이사는 회의에 불참했다. 김문환 이사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일부 여권 이사들이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상정에 적극 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긴급이사회 전날인 22일 밤, 김재철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8개 지역사 사장 및 계열사, 자회사 임원내정자 이름을 공지했다. 방문진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 22일 김재우 이사장 후임인 김문환 이사장을 따로 만나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전달했을 뿐이다.

여권 추천인 김용철 이사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인사를 발표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그동안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의 관리감독 권한에 도전을 많이 했고, 이에 대해 이미 두 차례 경고를 한 바 있다"면서 "여권 추천 이사들도 해임안 표결에 찬성을 했기 때문에, (해임안) 통과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임안 표결할 때 찬성표 안 던질 수도"

26일 오전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26일 오전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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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끝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이하 MBC 노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재철 사장의 방문진 무시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 "여권 이사들이 해임안을 상정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권의 기류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또 하나는 김재철 사장이 내정한 인사에 여권 이사들이 추천한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아서 그에 대한 경고로 해임안을 상정했을 수도 있다"면서 "(여권 추천 이사들이) 실제로 해임안을 표결할 때는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재철 사장 해임이) 그동안 워낙 좌절된 적이 많아서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다, 50대 50"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상정됨에 따라, MBC는 당초 오는 26~28일로 예정되었던 지역사·계열사 주주총회를 다음 달 3~4일로 연기했다.

한편, 이날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을 둘러싸고 설전이 오고갔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번에는 해임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혹시나 외부의 개입으로 결론이 뒤집어진다면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며, 제 2의 촛불집회가 시작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공정방송을 하자는 사람들이 언론사 사장을 어떻게 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반발했다.


태그:#김재철, #MBC, #방문진, #방송문화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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