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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전산망 해킹 사건의 주범을 가려내는 논쟁이 뜨거웠던 트위터가 오늘은 '야한 얘기'로 들끓었습니다.

하나는 모 사업가 별장에서 성 접대 받았다는 추문에 휘말린 김학의 법무차관이고, 또 하나는 1982년부터 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에 합류해 두 차례 한국지부 이사장을 지낸 고은태 중부대 교수 얘기입니다. 인권운동가인 고 교수는 팔로어 4만 명이 넘는 파워 트위터리언(@GoEuntae)이기도 합니다.

전자는 당사자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진실을 다투는 상황이니 오늘은 후자 얘기만 하겠습니다.

성희롱의 피해자로 알려진 A씨는 이날 오전 0시 20분쯤 트위터에 "(고 교수가) '저한테 다 벗기고 엎드리게 한 후 엉덩이는 올리게 해서 때리게 하고 싶다', '특정 부위 벗은 사진 보내라'고 했다"며 고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고 교수가 자신에게 이른바 'DS관계'(주인-노예로 역할을 나눠 성관계를 맺는다는 뜻의 은어)를 맺자'는 제안을 거절했는데도 성적 요구를 계속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A씨 폭로의 진위 논쟁은 약 3시간 뒤 고 교수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카카오톡 대화가 있었다. 변명하자면, 저는 당시 상대방도 그런 대화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사과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됐습니다. 트위터 반응 몇 가지 소개해 드립니다.

@Feinschume**** 고은태 반성문이 올라오긴 했는데 이런저럽 잡다한 곁가지 다 쳐내고 알맹이만 뽑아보면 성범죄 가해자들의 단골 멘트인 '상대방이 동의한 줄 알았다 죄송하다' 이거 딱 한 줄만 남는듯. 피해여성과의 권력관계를 이용해서 성희롱한 것에 대한 내용은 한 줄도 없네.

‏@likeso*** 사생활 중에서도 극히 사적인 성적 취향을 공개적으로 아웃팅 당하고 사람들의 먹잇감이 된 고은태씨의 인권은 어디로... '성적 농담을 잘하면 성희롱 당해도 싸다'는 말이 성립될 수 없듯, '잘못을 했으면 인권을 침해당해도 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방이 수그러들 무렵 이번에는 '2차 가해' 논쟁이 빚어졌습니다. 기자 출신 소설가 고종석(@kohjongsok)씨가 피해여성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올린 '야한' 내용의 트윗을 리트윗한 것이 발단입니다.

고씨는 이와 함께 "쉰다섯 되기까지 겪은 경험으로는, 세상일이 반드시 겉으로 보이는 바 그대로는 아니더라. 특히 사적 일들은. 매서운 선악의 잣대는 이 경우에 무용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는 이번 사건의 쌍방 책임을 따지는 뉘앙스를 낳았고, 무엇보다 피해여성이 "옛날 트윗 알티 하지 말라구요. 무슨 의미로 하는지 다 알겠으니까", "진짜 울고 싶다. 존경하던 사람이 내 옛날 트윗 알티하며 조롱하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트위터 반응은 대체로 피해여성에게 우호적이었습니다.

@twittings**** '2차 가해'가 다른 게 아니다. 고종석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일이 바로 그렇다. 문제가 되는 건 고은태가 그 여성에게 한 언행인데 왜 여성의 과거 트윗을 물고 늘어지나. 트윗에 섹드립 한 적 있으면 성희롱 당해도 할 말 없다 이건가? 엄청나다.

@badromanc*** "혐오스런 트윗"이라고 단정한 후 고씨 성희롱을 폭로한 당사자 트윗을 연속 리트윗한 고종석의 2차 가해가 시작됐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고씨를 위하는 길인가 싶어

그러나 고씨는 "자꾸 2차 가해 어쩌구 하시는 분들은 제 판단력을 의심해 봐라. 이 사건의 피해자가 강인하고 리버럴하며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리트윗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고종석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론 강간 사건에서 "사건의 피해자가 강인하고 리버럴하며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녀의 과거 성생활과 섹드립, 연애 경력을 언론에 막 알리고 법정에서도 막막 공개해도 되나 봅니다?"라는 반박이 돌아왔습니다.

고씨는 결국 "내 리트윗 행위에 대한 비난 멘션들은 달게 받겠다.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몰아가며 내가 G를 쉴드친다고 모함하는 (일부 극렬) 노빠들의 욕질에 내가 평심을 잠시 잃었다"는 묘한 내용의 사과문을 오후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사과문이 또 다른 논란의 방아쇠를 당겼군요.

@actwa**이명박의 북한이 고종석에겐 노빠인 모양. 자기 쉴드용으로 아무데나 노빠 갖다붙이는 멘탈의 유치함이란..

@jis*** 고은태씨, 고종석씨, 노빠와 유빠에 대한 극렬한 적대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그 말들에서 취할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먹물든 쓰레기였던 건가? 평소의 그 날카로운 통찰력, 날선 비판은 자신과 지인은 제외하고 였나?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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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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