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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창녕합천보에서 '파이핑(piping)'이 발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나 학자의 주장에 대해 왜 민감하게 반응할까. 이는 '파이핑'이 발생하면 보 아래 모래가 쓸려나가기 때문에 보의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공은 지난 11일 "합천보 발전소 주변사면, 파이핑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냈다. 이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가 "낙동강 합천보, 구조물에서 계속 물 새어 나와"라는 제목으로 했던 보도에 따른 것이다.

낙동강 창녕합천보 전경.
 낙동강 창녕합천보 전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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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핑이란 흙 속에 파이프 모양의 물길이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물길을 따라 수위차가 있을 때 발생하는데, 흙과 콘크리트의 경계면에서 파이핑이 발생하기 쉽고, 파이핑은 하천에서 제방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합천보에서는 여러 지점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한하천학회와 생명의강연구단이 2012년 7월 7일 합천보 하류 좌안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힌 뒤, 합천보 고정보와 합천보 우안 소수력발전소 하류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수공 "파이핑 아닌 일반적인 지하수 유출"

<오마이뉴스>는 합천보 소수력발전소 하류 제방(벽면)의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물이 새어 나왔고, 이는 파이핑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수공은 "발전소 하류 비탈사면 배수구와 주변으로 흘러나오는 물은 파이핑이 아닌 일반적인 지하수 유출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공은 "파이핑 발생 조건은 상류수위와 물이 유출되는 지점의 높이 차가 20m 이상 되어야 하나 현재 2.5m(상류수위 10.5m, 배수공주변 8.0m)에 불과하다"며 "파이핑 특성상 흙 입자 유실로 인하여 흙탕물이 나오거나 점진적으로 유량이 증가하여야 하나, 이 구같은 맑은 물이 나오며, 비가 오면 증가하였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수공은 "배수공 주변 지하수 유출은 주변지역에서 유입된 지하수가 암반 위에 설치된 옹벽을 따라 상승하다가 배수공 등 틈새에서 유출되는 현상으로 파이핑도 아니며, 보 또는 발전소 등의 안전성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물이 새어나오는 곳에 이끼가 무성하게 끼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수공은 "지하수 유출 주변에는 이끼가 아닌 부착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부착조류는 지하수나 하천수와 관계 없이 물기가 있는 곳에서 생장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창근 "20m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수력발전소 하류 벽면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은 파이핑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조사위는 2012년 가을부터 최근까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낙동강 창녕합천보 소수력발전소가 있는 보 아래 벽면에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낙동강 창녕합천보 소수력발전소가 있는 보 아래 벽면에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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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발전소 상류에서 흙 속으로 침투한 물이 발전소 하류부에 있는 제방(콘크리트로 마감하였음)으로 솟아나고 있다. 현장을 살펴보면 제방은 콘크리트 블록을 쌓고 블록 사이에 콘크리트를 타설하여 물의 흐름을 차단한 형태로 설치되어 있고, 제방 아래에는 콘크리트 옹벽이 설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합천보 상하류 수위차에 의하여 물이 배수공을 통하여 흘러나오다가 물의 양이 많아짐에 따라 블록 사이의 콘크리트를 파괴시켜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졌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콘크리트 파괴는 더 진행될 것이고 따라서 흘러나오는 물의 양도 많아져 방치할 경우 제방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공의 해명자료는 허구라는 것. 수공은 "파이핑은 보 설계시 기본적인 검토사항이고 차수 시트파일(S/P) 미설치 시에도 안전한 것으로 검토되었으나 장기적 내구성을 위하여 설치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보에 대한 실시설계 보고서를 살펴보면 보 설치로 인한 파이핑 현상을 정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파이핑이 발생하여 투수량이 많을 경우 차수벽을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차수벽(시트파일)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파이핑에 대해) 안전한 것으로 검토되었다는 해명과 장기적 내구성을 위하여 차수벽을 설치했다는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며 "파이핑을 방지하기 위하여 시트파일을 설치하였다고 하여도 상하류 수위차에 의하여 시트파일이 휘어질 수 있고 파일을 박는 과정에서 파일이 삐뚤어져 물이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시트파일을 모래층에 박았다고 하더라도 완전 차수는 불가능하고 물이 통과하면 그것이 파이핑 현상이 되고 파이핑으로 조성된 물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거지게 된다"고 밝혔다.

또 수공은 "파이핑 발생 조건은 상류수위와 물이 유출되는 지점의 높이 차가 20m 이상 되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박 교수눈 "이론적으로 파이핑은 상하류에 수위차가 있으면 발생할 수 있고, 파이핑 발생 기준이 상하류 수위차가 20m라는 주장은 그 어디에서 관련 근거가 없다. 지하수학 교과서 어디에도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맑은 물이 나온다'는 수공의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파이핑 현상으로 흙속에 물이 흐를 때 처음에는 흙탕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깨끗한 물이 흐르고 또한 상류측에서 깨끗하지 못한 물이 모래층에 침투하면 모래가 일정 정도 정화기능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류에서는 깨끗한 물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당초 수공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고 해명했는데 이번에는 발전소 하류부에서 솟아나는 물의 근원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또 비가 그치면 솟아나는 물의 양이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하는데, 솟아나는 물이 빗물이라면 비가 그치면 곧 물의 흐름은 멈추게 된다. 그러나 현장조사 결과 발전소 하류에서 솟아나는 물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의 흐름에 의하여 블록 사이의 콘크리트가 깨져나가게 되고 결국 물의 양은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류현상'-'배사문 통과 흐름 현상'-'단순한 와류'

수공은 지난해부터 합천보 파이핑 현상이 제기될 때마다 해명하거나 다른 주장을 펴왔다. 대한하천학회가 합천보 하류 좌안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다고 하자, 수공은 2012년 9월 27일 해명자료를 통해 "태풍(산바) 영향으로 고수부지가 침수된 뒤 수위가 내려가면서 옹벽 뒷면의 토사사면부에 침투된 물이 서서히 빠지는 현상"이지 파이핑 현상은 아니라고 했다.

박창근 교수는 "태풍(산바)이 지나가고 강우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합천보 좌안에서 파이핑이 지속되었다"며 "합천보 파이핑이 보의 안전성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자 수공은 수자원학회가 주최한 '합천보 안전성 토론회'(2012년 11월 23일)에서 '어도에서 누수 되는 물'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7일에는 합천보 고정보 직하류에서 파이핑으로 의심되는 물의 흐름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해 박창근 교수는 "물이 고정보 하류부 바닥에서 물이 치솟는 형태의 흐름이 발생하였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파이핑에 의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낙동강 창녕합천보 소수력발전소가 있는 보 아래 벽면에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낙동강 창녕합천보 소수력발전소가 있는 보 아래 벽면에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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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2012년 11월 10일 현장조사(민주당 박수현 의원 동행)에서 수공은 벽체에 의한 와류현상이라고 해명하였다"며 "와류현상은 위에서 보면 물이 빙글빙글 도는 현상인데, 파이핑에 의한 물의 흐름과는 외관상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수자원학회가 주최한 토론회(2012년 11월 23일)에서 박창근 교수가 합천보에서 발생한 파이핑에 의한 흐름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는데, 이 때 수공 측은 "동양상의 흐름은 파이핑이 아니고 배사문에서 나오는 물의 흐름"이라고 주장하였다.

올해 1월 14일 대한하천학회와 민주통합당이 연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교수는 "배사문은 고정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동영상에서 제시한 물이 솟구치는 흐름은 파이핑"이라고 재차 주장하였다.

다음 날 수공은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좌안 고정보 하류에 설치된 옹벽부위의 단면변화 및 유속차이로 발생되는 단순한 와류 현상일 뿐 파이핑이 아니다"고 해명하였다.

합천보 고정보에서 발생한 물의 흐름에 대해, 수공은 '와류현상(2012년 11월 10일)'이라 했다가 '배사문을 통과하는 흐름 현상(2012년 11월 23일)'이라고 했으며, 다시 '단순한 와류현상(2013년 1월 15일)'이라고 해명을 달리했던 것이다.

박창근 교수는 "합천보에서 관찰되었던 부작용으로, 보 상하류 지역에 발생한 대규모 세굴현상,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의 유실, 보 본체에 발생한 균열과 누수 그리고 부등침하, 보에 발생한 파이핑 현상 등 수많은 사례가 발생하였다"며 "그러나 수공은 처음에는 무시하다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 변명을 하고 그 변명이 허위로 밝혀지면 또 말 바꾸기를 하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수공은 자료를 숨기거나 왜곡하고 심할 경우 허위자료를 발표하였고 나아가 학술적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는 논리를 개발하였다. 이는 4대강사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며 "수공이 아무리 자료를 왜곡하더라도 그것은 밝혀질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언제까지나 그러한 꼼수로는 보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태그:#창녕합천보, #낙동강, #한국수자원공사, #박창근 교수, #파이핑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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