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들은 누구나 '맛있게 먹기'를 꿈꿉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려고 하지요. 인터넷을 통해 자기가 가본 맛집들을 소개하는 블로그들을 검색하면서 사람들은 맛집을 찾고 그 후기를 적기도 합니다. 소문대로 좋았다는 말도 나오지만 소문보다 못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 이유는 사실 정말 음식맛이 없어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친절하지 못한 서비스, 비싼 가격, 생각보다 적은 양 등이 비판의 가장 큰 이유지요.

오래 전 일입니다. 어느 횟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비교적 횟값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집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집에서 엄청난 실망감을 맛보았습니다. 일단 제가 알던 것과는 달리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 첫 번째였고 회의 양도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서비스 음식도 지지부진했습니다.

뭐 이거야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지요. 하지만 정말 크게 실망한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서비스로 나온 미역국이었습니다.

"그냥 미역하고 OOO만 넣고 끓인 거 같은데..."

회가 나오기 전 미역국이 나왔습니다. 국물을 떠먹으니 시원한 맛이 숟가락을 계속 가게 만듭니다.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데 문득 '이 미역국을 뭘로 끓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미역국 기사를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일하는 분을 불러 한 그릇을 더 청한 후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사장님(사실은 여기서 일하는 종업원입니다), 이 미역국 참 맛있는데요. 시원해요."
"그, 그래요?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혹시 이 미역국 뭘로 끓였는지 알 수 있나요?"
"글쎄요, 그냥 미역하고 OOO(조미료 이름)만 넣고 끓인 거 같은데….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횟집에서 나온 미역국입니다.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먹을 걸 그랬습니다.
 횟집에서 나온 미역국입니다.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먹을 걸 그랬습니다.
ⓒ 임동현

관련사진보기


저는 그 순간 '괜히 물어봤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맛있게 먹은 미역국이 사실은 '쇠고기 맛을 내는 조미료'로 맛을 낸, 미역을 푹 끓여낸 국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니 시원한 맛이 싹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원효대사가 어둠 속에서 맛있게 마셨던 물이 사실은 해골썩은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요? 그냥 아무것도 알지 말고 시원하게 국 한 사발 들이켰으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문득 '맛있게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먹는 것이 과연 맛있게 먹는 것일까요? 서로 맛잇게 먹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재료를 손질하고 어떻게 요리를 해야 맛있는 음식이 된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정보일까요?

우리가 맛집을 찾아가려는 이유

잘 알려진 만화 <식객>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진 음식이야말로 우리가 먹는 '최고의 음식'이라는 뜻일 겁니다. 비록 소박하지만 자식이 먹을 것이라 생각하며 사소한 재료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고르는 지극 정성이아말로 음식의 가장 큰 양념이죠.

하지만 지금 어머니의 그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그 자리는 지금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 그리고 식당밥이 차지하고 있지요. 요즘은 음식값도 비싸서 식당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등으로 허기를 채우는 정도로 그치죠.

아마도 우리들이 맛집을 찾으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맛을 오랜만에 즐겨보고 싶은 마음. 저렴한 맛집부터 시작하여 소문난 집을 찾아 먼 곳까지 가기도 하고 때로는 약간의 무리가 따르지만 고가의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지요.

그러다 가끔 속아넘어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맛집이라 갔더니 비싼 돈만 내고 형편없는 서비스에 기대만큼 못한 맛으로 속쓰림을 경험한 분들, 아마 많으실 겁니다. 반면 맛은 조금 기대보다 못하지만 주인이 워낙 친절해 계속 그 음식점을 찾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식객>의 말을 조금 바꿔볼까요? '세상 모든 맛좋은 음식점은 이 세상 친절한 사장님의 숫자와 동일하다'

'먹고 생각하고 그냥 써라'. 이래서 쓰는 겁니다

횟집 생선회입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횟집 생선회입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 임동현

관련사진보기


그렇습니다. '맛있게 먹는다'란 결국 즐거운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먹는 겁니다. 어머니의 밥상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친절한 사장님의 마음에 감동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즐거워하는 바로 그 마음. 편안한 마음을 느끼는 밥상이 바로 최고의 밥상이고 최고의 맛집이 되는 것이죠.

오늘 이 글은 제가 지금 '먹고 생각하고 그냥 써라'라는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맛집을 소개하고 별난 음식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이 글에서는 맛에 얽힌 추억, 즐거운 맛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편안한 밥상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부족하나마 많이 읽고 느낄 수 있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식사 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울문화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역국, #생선회, #식객, #맛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