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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산사,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만 바람과 수다를 떠느라 뎅그렁 거리며 소리를 낼 뿐 가없이 한적한 조그만 절. 절집 깊숙한 곳에 자리한 조용한 방에 푸른빛이 돌만큼 삭발을 한 스님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등걸처럼 앉아 있다. 가부좌를 튼 다리는 연리목이라도 된 양 이미 하나가 돼있다. 반쯤은 감은 두 눈은 코끝에 멈춰 서있고, 코끝에서 흘러내린 동그스름한 곡선은 입술로 흐르고 있다.

등신불이 됐나 싶을 정도로 움직임이 없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산사를 에두르고 있는 산을 한 바퀴 도느라 몇 시간이 지나고 내려와 봐도 그대로 이다. 법복을 입고 있는 노보살님께 여쭈니 저렇게 앉아서 하는 참선, 좌선(坐禪)이라고 한다고 한다.

참선을 왜하고, 선(禪)은 무엇이지? 참선은 어떻게 하는 거며, 그냥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건가? 참선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이고 주의해야 할 사항은 뭐지? 혹시 참선을 하는 도중에 어떤 문제는 생기지 않나? 이런 게 궁금해지니 저런 걸 묻고 싶어진다.

참선,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 표지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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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상인 강설, 각산 정원규 편역, 불광출판사 출판의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는 중국 위앙종(潙仰宗)의 제9대 법손인 선화 상인이 강설(講說)한 내용을 경남도립대학에 재직 중인 각산 정원규가 역은 내용으로 참선 가이드북이자 실전서이다.

책은 전체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 '왜 참선을 해야 하는 가'로 시작해 마지막 8장에서 '선게(禪偈)와 선기(禪機)'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참구하는 것은 마치 하나의 송곳으로 구멍을 뚫는 것과 같아서 다 뚫지 못하면 반드시 계속 뚫어야 한다. 다 뚫으면 이것을 일러 본참(本參)의 공안을 타파했다고 한다. 이 구멍을 뚫으면 광명이 드러난다. 이 암흑의 방에 아무런 창문도 없는데 송곳을 이용하여 구멍을 뚫으면, 이 구멍을 통하여 빛이 들어오는 것이다.

당신이 어리석을 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창문도 없는 캄캄한 방안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당신이 참선 공부를 통하여 구멍을 내면 그 방안으로 관염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참선이다.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 099쪽-

선화 상인은 참선에 임하는 자세를 계단을 밟고 오르듯이 차례대로 알려준다. 헬스클럽에 가면 매니저들이 자세를 교정해 주듯이 가부좌는 어떻게 틀고, 자세는 어떻게 하며 시선은 어디에 둘 것인가까지 자세하게 강설하고 있다. 육신의 자세뿐만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참선에 임하면서 닥칠 수 있는 고비와 고통까지도 낱낱이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마음에 일수 있는 심리적 갈등, 육신을 고통스럽게 할 병마와 증상까지도 강설하고 있어서 참선하는 과정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어려운가? 마치 열 말의 참깨를 나무 위에 놓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열 말의 참깨는 적은 수가 아닌데, 그것을 나무 위에서 떨어지지 않게 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168쪽-

참선에 대한 감언이설 아니다. 참선의 꽃, 선의 화룡점정이라 할 돈오(頓悟) 역시 행운처럼 그냥 다가오는 게 아니라 노력하고 공부해야만 닿을 수 있는 경지의 순간임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참선, 어묵동정행주좌와로 뚫을 수 있는 구멍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 할 수도 있고, 너무 어려워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게 참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지만 참선 역시 인간들이 다다를 수 있는 범사일 뿐이다.

다만 선화 상인이 설하는 참선의 요결체는 어묵동정행주좌와(語黙動靜行駐坐臥)가 아닐까 싶다. 말을 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고 있거나 멈춰 있거나, 걷고 있거나 머물러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를 가리지 않고 일구월심으로 구하다 보면 바위에 뚫린 낙수 구멍처럼 선의 경지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별은 밤에 빛나고, 햇볕은 낮이라야 쬘 수 있다. 이걸 안다면 한낮에 별빛을 찾아 헤매고 한밤중에 햇볕을 쬐려고 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을 헤매다 밤이 돼서야 별빛을 보고, 춥고 어두운 밤을 서성이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나서야 햇볕을 쐬게 될 것이다.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는 참선의 이치를 강설하고 있다. 참선을 하려는 이에겐 실전적 방법을 안내해 주는 매니저, 참선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참선이 무엇인가를 간접 경험하게 하는 입체적인 설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참선을 왜하고, 선은 무엇이지? 참선은 어떻게 하는 거며, 참선을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이고 주의할 사항이나 참선을 하는 도중에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지는 사람에게는 궁금증은 해소시켜 줄 답, 지식을 채워줄 내용들을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강설 선화 상인┃편역 각산 정원규┃펴낸곳 불광출판사┃2013.2.20┃값 9000원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 虛空打破明心地 - 선화 상인 참선법문

선화 상인 강설, 정원규 편역, 불광출판사(2013)


태그:#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 #선화 상인, #정원규, #불광출판사, #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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