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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으로 악명 높았던 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이 종료됐습니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특유의 방침 때문에 워낙 공개되는 내용이 적다 보니 독자 여러분도 궁금증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인수위팀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인수위 종료와 함께 48일간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여과없이 담았습니다. [편집자말]
새 시작, 새 마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은 5년마다 특별한 새해를 맞는다. 새 정부 출범을 진두지휘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 동네에 있는 금융연수원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박근혜 인수위'도 지난달 7일 이곳에 자리를 잡고 공식 출범했다. 평년보다 열흘 늦은 '지각 인수위'였지만 첫 과반 득표를 한 대통령 당선인답게 '우려된다'는 의견보다는 '기대된다'는 분석이 많았다. 금융연수원 정문 앞은 항상 요구사항을 피켓에 적어들고 나온 시민들의 1인 시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인수위 48일을 겪은 민심은 뚜렷하게 달라졌다. 국민들에게 인수 과정 대부분을 공개하지 않는 '불통 인수위' 논란과 독선적인 인사방식이 연일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각종 의혹을 사며 자진 사퇴하자, 인사 능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대통령 당선인 직무 수행평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1월 셋째주 55%이던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2월 셋째주 44%까지 떨어졌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 득표율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 당선인은 박 당선인이 처음이다. 박 당선인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 중 52%가 인사 문제를, 12%가 국민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공약실천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10%에 달한다. 

이런 사정 속에서도 인수위는 끝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지켰다. 인수위가 꽁꽁 숨겨놓다 21일에야 내놓은 140개 국정과제는 오히려 대선 공약보다 더 구체성을 잃었다는 평가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장관 및 청와대 수석 비서관 인선을 여섯 차례에 나눠 발표하며 '쪽대본 인사'를 고수했지만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는 손도 못 댔다.

인수위 출입기자들이 지켜본 인수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마이뉴스> 인수위 파견 기자 3명은 인수위 해단식이 있던 22일 오전 삼청동 한 카페에 모였다. '박근혜 인수위가 남긴 것'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전화도, '뻗치기'도 안 통하는 인수위에서 보고 들으며 두 달 가까이를 근근이 연명해온 이들은 허탈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렇게 숨기더니 인수위원들 두 달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맛보기' 식으로 겪은 '박근혜 정부 체험 후기'도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인수위의 '밀봉' 콘셉트가 차기 정부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이름은 별명으로 대체했다. 기자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호칭과 존대는 독자의 '읽는 재미'를 위해 과감히 생략했다(실제 좌담회에서는 호칭을 붙여서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박근혜의 반전] "무너진 약속과 원칙... 인수위는 실패의 시작점"

 22일 서울 삼청동 금융원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2일 서울 삼청동 금융원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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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 "자. 인수위도 이제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너희들 소감이 어떠냐."

티벳 "나부터 말하자면 박근혜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그게 이번에 인수위 취재하면서 완전히 무너졌어."

빠삐용 "박근혜에 대한 어떤 기대가 있었노."

티벳 "신뢰, 원칙, 약속을 지킨다는 뭐 어쨌든 이미지는 있는 거잖아. 보수 후보지만 진보진영 공약을 많이 받아들였고 보수 후보지만 약속한 걸 지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 박근혜에게 가장 중요한 이미지 중 하나가 약속과 원칙인데 인수위 기간 동안 그게 철저히 후퇴되고 파괴되고 그런 걸 보면서…. 안타까웠지. 실패의 시작점인 것 같아서."

빠삐용 "실패의 시작점…으로 마무리되나. 인수위가?"

티벳 "그렇지. 실패의 시작점. 반전이 있었으면 좋겠어. 박근혜는 반전있는 여자니까."

사포 "아. 티벳 또 막판에 한 발짝 빼네."

빠삐용 "사포는 어땠노."

사포 "나는 인수위 출입을 하면서 좀 걱정되기 시작했는데. 저소득층이나 서민 생활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이번에 대선에서 이긴 후보가 잘 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박근혜건 뭐건 간에. 근데 인수위에서 하는 걸로 봐서는 그런 기대감이 사라졌어. 가장 어이없었던 건 국정과제 발표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빠진 거지."

빠삐용 "그래. 어제(21일) 인수위가 국정과제 발표하면서 느닷없이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들고 나왔잖아. '경제민주화'는 빠지고."

사포 "대통령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당선 후에는 그게 안 보인다는 게 문제야. 대선 후보 때는 여러 차례 '경제민주화' 강조해놓고."

티벳 "그래. 지난해 11월 16일에는 '경제민주화'만 따로 떼서 발표하기도 했어. 경제민주화를 흔들림없이 하겠다는 내용으로. 도대체 약속과 신뢰의 정치는 어디간 거야. 어디 호텔에 갔나? 아 이거 재미없나."(박근혜는 중요한 사람을 호텔에서 만나는 습관이 있음)

사포 "재미없어."

빠삐용 "나는 별로 기대 안 했다. 박근혜 약속 지키고 이런 거. 솔직히 박근혜 '약속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과대포장됐어. 세종시로 만들어진 이미지지."

티벳 "세종시 원안고수로?"

빠삐용 "그렇지. 세종시 하나로 만든 거지. 자기 의원 지역구 달성에 가서 국회의원 시절 공약 다 지켰냐고 물어보면 긍정적인 말 하지 않을 걸. 박근혜나 새누리당이 자주 쓰는 수법이 있어. 숫자로 얘기를 하는 거지. 가령 이번에도 대선 공약에 있는 걸 몇 % 국정과제에 반영했다는 식으로 말하잖아.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게 반영됐다고 보기가 어렵지.

가령 박근혜 공약 중에 남편 육아휴직 의무화 공약이 있어. 이 공약의 방점은 의무화야. 이게 돼야 이 공약을 지키는 건데 이번에 국정과제 목표에서는 의무화를 슬쩍 지워버렸어. 이런 건 공약을 지켰다고 볼 수 없지. 난 처음부터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 약속들은 변질될 것이고 대선공약을 몇 % 지켰다고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여태까지 그렇게 해 왔고. 박근혜도 새누리당 사람이고."

사포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 이미지도 구멍 많이 났어. 이번에 박근혜가 해양수산부 세종시로 보내는 거 보면서 완전 어이없더라. 나는 대선 때 박근혜 따라 부산 유세 취재를 몇 번 가서 현지 시민들의 열렬한 반응을 직접 봤었거든."

티벳 "빠삐용도 원래 부산 사람 아냐?"

빠삐용 "난 서울에서 17년 살아서 서울 사람이지. 해양수산부 자리는 원래 부산이 유력했지. 박근혜도 유세 같은 데서 해양수산부 부활시키면 부산에 줄 것처럼 뉘앙스 풍겼고."

사포 "박근혜 연설 앞에 연설했던 김무성 등이 했지. 박근혜가 직접적으로 부산에 준다는 말은 안 했어. 하지만 부산 사람들 배신감 상당하지 않을까? 이런 식이라면 가덕도에 준다는 식으로 말했던 동남권 신공항도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겠어."

빠삐용 "박근혜는 원칙과 소신을 말하지만 말을 바꿨던 적도 많아. 대통령으로서는 굉장히 안 좋은 버릇이야. 대통령이 말을 했을 때 국정 방향이 확실히 전달이 되어야 다른 주체들이 그거에 맞게 대비를 하지."

티벳 "그렇지. 어디 장단 맞춰야 할지도 모르겠고."

빠삐용 "20일에 중소기업인들 만나서 했던 환율 얘기도 그래. '선제적으로 개입하겠다' 해놓고 나중에 '시장개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거든. 그런데 선제적이라는 것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겠다는 거잖아. 항상 그런 식이야.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 되려면 원칙이 뭔지 명확하게 밝혀줘야 하는데 항상 원칙이 모호해."

티벳 "국정과제 목표 발표된 거 보니까 나는 그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 박근혜가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었거든. 최저임금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반영분에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해서 기준을 마련한다고 했어."

사포 "그런데 인수위 발표에는 슬그머니 빠졌지."

티벳 "응. 징벌적 배상제도는 아예 빼놨고. 최저임금 인상 기준은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라고 써놨더라."

빠삐용 "우리가 자세히 보지 못한 부분에 그런 게 더 많을 거야."

티벳 "결국 박근혜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내용보다는 이미지라는 거네."

['불통'과 '밀봉'] "왜 그리 숨겼을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18일 오전 청와대 비서진 인선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한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18일 오전 청와대 비서진 인선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한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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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 "나는 역대 인수위 취재했던 선배들이 하도 바빴다고 해서 좀 걱정을 했어. 그런데 왠걸 새벽같이 나가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이건 더 죽겠대."

빠삐용 "바쁠 줄 알았는데 왜 안 바빴을까. 그것은 인수위의 '밀봉' 때문이지. '불통', '깜깜이' 등등 수식어도 다양했지."

티벳 "진짜 이런 취재처는 처음이었어. 별것도 아닌데 뭔 말을 안 해줘."

사포 "결과적으로 (쓸게 없어) 모든 기자가 평등해졌지."

빠삐용 "밀봉의 첫 신호탄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었지. 윤창중 인선 발표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왔어. 내가 그때 그렇게 썼거든. '성탄맞이 선전포고인가.' 그런데 윤창중이 해온 거 보면 언론에 대한 선전포고 맞지 않냐."

티벳 "세계대전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휴전도 한다고 하는데."

빠삐용 "그거 내가 그 기사에 쓴 거잖아. 그리고 티벳 넌 내가 그거 쓸 동안 여자친구랑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냈을 거 아니야. 사포 너는 크리스마스에 뭐했어."

사포 "그냥 잤어."

빠삐용 "아무튼 윤창중이 인수위의 입으로 정리되면서 나머지 인수위원들은 싹 입을 다물었지. 윤창중은 자기가 인수위의 단독기자라고 하면서 기자들이 물어보는 거는 공개 안하고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말이야."

티벳 "어떻게 보면 정말 밀봉은 성공했지. 총리 후보자 발표할 때도 <동아일보>는 당일 조간에 '국무총리 김승규 유력'으로 적었으니까."

빠삐용 "그래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로 발표할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거지. 그때 <연합뉴스>는 하루 전날 기사에 유력 후보로 무려 7명을 올렸어. 그런데 거기에 없었잖아. 보통 정보가 없어도 3~4명 정도로 압축되거든. 진짜 웃겼던 게 발표되는 순간까지도 김용준한테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있었지. 김용준은 구석에서 지명 소감 적어놓은 종이 읽고 있었잖아. 진짜 너희들 그 순간이 기억이 나냐."

사포 "박근혜가 국무총리 김용준이라니까 기자들 타자치면서 육성으로 '헐' 소리 내고. 그런데 그 다음이 더 웃겼지. 하루 지나니까 김용준 의혹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빠삐용 "박근혜가 김용준에 대해서는 검증도 제대로 안 해본 거지. 땅 관련해서 감춰진 일들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사포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렇게 숨겼을까?"

티벳 "의혹이긴 하지만 3부자가 다 병역을 안 마친 건 국민감정 생각했을 때 말도 안 되는거였지. 그것도 석연찮은 이유로. 한 명은 체중미달. 한 명은 통풍."

사포 "그때를 기점으로 박근혜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지. 인사 검증도 못하면서 공개도 안 하고 막 밀어붙인다고."

티벳 "윤창중은 뭐 한거야. 단독기자라면서 뭐 한 게 없어."

빠삐용 "윤창중이랑 제일 많이 얘기한 건 사포였잖아. 밥도 한 번 먹었지?"

사포 "응. 인수위 밀봉이 평소 자기가 꿈꾸던 스타일이라고 했지. 설익은 정책이 보도되면서 생기는 국민 혼란을 정말 줄이고 싶었다고. 그런데 지내면서 보니까 밀봉을 이 사람이 주도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윤창중은 항상 '말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뒤로 갈수록 말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었거든. 나중에는 인선 발표일 예고 같은 것도 틀리고."

빠삐용 "마지막 청와대 수석 비서관 발표는 전혀 엉뚱한 날짜에 발표됐었지. 그런데 그 양반으로서도 뭐 뾰족한 수가 없었을 거야. 왜냐하면 밀봉은 박근혜 방침이니까. 좀 더 진지한 얘기로 돌아가보자. 우리 기사를 읽는 독자들 가운데는 밀봉 콘셉트가 괜찮았다는 사람도 있어. 어떻게 생각해?"

티벳 "새 정부의 첫 번째 총리 후보자가 탈락한 게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하던데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검증할 능력이 안 되면 공개를 해야지."

빠삐용 "애초에 총리 후보자 군을 몇 명 공개했으면 언론들이 알아서 조사해서 여론의 반응들이 나왔을 텐데. 지금은 꽁꽁 싸매고 있다가 김용준 하나만 딱 내밀었는데 거기에 언론들이 다 달라붙어서 검증을 해보니까 부적절한 내용이 줄줄 나온 거 아냐."

티벳 "그러니까. 밀봉을 하려면 검증을 제대로 하던가."

빠삐용 "이번 인수위 과정을 통해서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가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라는 거야. 인사는 완전 그날에야 결과가 나오는 '쪽대본'식이었지. 검증 끝나고 인수위 관계자들한테서 그런 얘기도 많이 나왔잖아 박근혜가 국무총리나 장관 의향 물어보면 고사하는 사람도 많다고. 지금처럼 인사가 늦게 됐다는 건, 박근혜 머릿속에 내각을 어떻게 짜겠다는 구상이 없었다는 거야."

티벳 "임기 시작도 전에 인재풀이 협소해 보인다는 인상을 준다는 건 정말 큰 단점이지."

빠삐용 "자기가 여성 대통령이라면서 여성 장관 늘린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장관 후보자 17명 중에 여성은 달랑 2명이야. 여성부 장관도 여성이랑은 관련없는 조윤선 대변인 지명했고. 조윤선 대변인은 경력이 죄다 법이나 금융쪽인데 여성가족부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사포 "인사만 밀봉이 아니었지. 사실 박근혜가 새누리당 치고는 워낙 희귀한 공약들 많이 내놔서 그 공약 실천여부도 굉장히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인수위가 대선 공약을 구체화시켜서 차기 정부에 방향을 넘겨주는 곳이니까. 그런데 이게 뭐야. 21일 발표된 140대 국정과제 목표 보면 답이 딱 나와. 새누리당 대선 공약보다도 구체적이지 않은 것들이 많더라고. 진짜 48일 동안 뭐했냐는 생각이 든다." 

티벳 "대표 노인 공약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도 내용이 대폭 후퇴됐지. 대선 공약에는 그냥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이라고 적어놓고 지금 시행은 2014년부터 75세 이상 노인 어금니 2개까지만 해준다는 거 아냐.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이 이러면 곤란하지."

사포 "느닷없이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정한 내용도 주먹구구식이야. 임플란트가 잇몸뼈에 인공 치아를 심는 거잖아. 내가 치아가 부실해서 아는데 75세 이상이면 대부분 잇몸뼈가 부실해서 어금니에 하기 어려워. 앞니나 송곳니가 효율적이지. 의료단체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잖아."

빠삐용 "재미있는 건 밀봉 상황에서도 언론들이 심도있게 취재해서 꾸준히 기사를 낸 공약들은 국정과제 목표 발표 때 구체적인 방침이 나왔어. 4대 중증질환이나 기초노령연금 같은 거."

사포 "기초 노령연금 재원 국민연금에서 빼올려다가 딱 걸려서 여론 악화되니까 방침 선회했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그렇게 안 한다고 했으니까 그건 이제 못하겠지."

티벳 "문제는 인수위가 밀봉에 성공해서 기자들이 자세히 취재하지 못한 주제들은 여전히 추상적인 모양새로 남아있다는 거야. 난 그게 걱정이 되네. 인수위가 구체화시켜서 정부 실무자에게 넘겨줘야 할 내용들이 구체화가 많이 덜됐어."

빠삐용 "이런 걸 보면 언론이 인수위 정책에 대해서 보도하는 게 국민 혼선을 조장한다는 인수위나 박근혜 측 입장이 얼마나 허무한가 싶다."

티벳 "언론이 오히려 박근혜한테 도움이 되는 거지."

빠삐용 "난 인수위의 밀봉기조는 박근혜 정부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조치였다고 생각해. 원래 민주주의 사회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잖아. 언론을 통해서 여론이 반영되고 정책에 반영되고. 매 사안마다 국민들이 투표할 수 없잖아. 인수위 밀봉은 박근혜가 이런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 증거지."

[인수위 미스터리] "최대석 교수님 연락 좀 주세요"

1월 13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최대석 외교국방통일 위원. 사진은 지난 1월 8일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1월 13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최대석 외교국방통일 위원. 사진은 지난 1월 8일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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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 "밀봉으로 인해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이 있어. 김용준 사퇴 발표하던 날 기자들한테 떡볶이 샀잖아. 400인 분. 도대체 왜 샀을까?"

티벳 "기자들 매운 맛 좀 보라고 한 거 아냐? 발표시간도 독하게 오후 7시였잖아. 인수위 기자들 거의 퇴근하고 나서."

빠삐용 "떡볶이 400인 분이면 100만 원 돈인데 그날 결제도 안 했지?"

티벳 "며칠 동안 결제가 안 됐었지. 우리가 바로 기사를 썼어야 했는데 좀 더 기다렸다 쓰려다가 놓쳤어. 아쉬워."

사포 "떡볶이도 떡볶이지만 김용준 사퇴 이유도 납득이 안 가. 가족들이 언론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사퇴했다는데 정말 그거였을까?"

빠삐용 "기자들이 손자들 따라붙고 그랬다고 해명했잖아. 우리는 안 했고… 종편이 한 건가? 워낙 종편이 검증 쪽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니까. 언론이 그렇게 했다면 문제지만, 안 했는데 그런 식으로 말했다면. 그건 어쩌지?"

티벳 "아무튼 진실은 김용준 사퇴하면서 다 묻혀버렸지."

빠삐용 "김용준 미스터리보다 더 미스터리한 게 최대석이지. 차기 통일부 장관이 유력하던 인사가 인수위원을 그만뒀는데 이유를 아무도 몰라. 두 가지 설이 있었다. 나름대로 개인적인 인맥을 이용해서 대북 접촉 라인을 만들었는데, 그 사실이 국정원에 의해 당선인에게 보고됐다. 자신의 허가없이 움직인 것에 대한 당선인의 징벌적 사퇴였다. 이렇게 보는 시각이 있고."

사포 "아니 그런 거면 왜 사퇴를 시켜. 국가보안법 위반인데 잡아 가뒀어야지."

빠삐용 "또 하나는 같은 분과위원인 김장수, 윤병세와 잘 안 맞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지. 최대석 한 번 만나볼려고 수많은 기자들이 집앞에서 '뻗치기' 취재했지만 만나지 못했지. 사포. 최대석 집에 가보니 어떻든?"

사포 "집이 정말 좋아. 나오자마자 한강이 보이고. 부럽더라. 그리고 그 옆에 연예기획사가 있더라고. SM엔터테인먼트. 연예인도 많이 볼 듯. 그런데 따로 확인해봤더니 12월부터 청담동 집에는 안 왔대."

빠삐용 "최대석의 청담동 집 문이 열려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사포 "외부인은 못 들어가는 집이던데? 이 집은 1층이 주차장이야. 내가 전혀 수상하게 생긴 사람이 아니잖아? 그런데 내가 '이 건물은 입구가 어딘가' 하면서 들어가는 순간 경비 아저씨가 빛의 속도로 쫓아오더라고."

빠삐용 "성실하게 일하시는 경비원 아저씨네."

사포 "박근혜가 그런 자세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데."

빠삐용 "그 집 전에 살던 집도 연예기획사 근처였지?"

사포 "응. 여성 4인조 '카라'를 배출한 DSP미디어."

티벳 "신기하네. 최대석이 가르치는 대학교도 가봤다면서."

사포 "응. 이제 개학이니까 나올까 싶었는데 올해 안식년이라 수업이 없대. 올해들어 한 번도 학교에 안 왔다고 하더라고."

빠삐용 "나 진짜 궁금한데 우리의 결론은 '최대석을 어디에서 찾아야할지 모르겠다' 였지."

사포 "보통 이런 일 있으면 외국 나가니까 외국에 있을것 같은데. 사실 국내에 있는지 외국에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죠. 최대석 교수님. 이 기사를 보시면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기사 상단에 '쪽지보내기' 누르시면 됩니다. 뵙고 싶어요."

티벳 "sun@ohmynews.com으로 메일 주세요."

사포 "그런데 티벳. 국민행복제안센터에 접수한 민원 답은 왔어?"

티벳 "그래. 그거 안 왔어. 내가 열리자마자 빛의 속도로 직접 접수했는데 말야. 접수됐다는 문자 하나 오더니 그 다음에는 소식이 없네."

빠삐용 "미스터리네…. 거기 접수된 사연 중 상당한 숫자가 여성부 폐지 요청이라던데. 여성부는 측근인 조윤선 지명했잖아."

사포 "응. 요즘 보수 성향의 '키보드 워리어'들이 모인 '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인수위 홈페이지에 여성부 폐지 민원 접수하고 화면캡처해서 올리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이 있었지. 나도 국민행복제안센터에 궁금한 거 접수했는데 답 못 받았어."

티벳 "인수위 기간은 길지 않았는데 잡다한 미스터리가 많았지. 북한이 인수위 기자실 전산망 해킹했다고 발표했다가 몇 시간 만에 흐지부지된 사건도 있고. 인수위 기자실로 숨어들어와서 청년위원장이라고 사칭했던 청년도 있었지. 근데 난 그중에 윤창중이 어떻게 될까가 제일 궁금해."

빠삐용 "윤창중? 박근혜가 따로 챙겨주지 않을까.(실제로 윤창중은 24일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됨)"

사포 "대선 방송할 때는 몰랐는데 인수위 때 윤창중의 진가가 나왔지. 박근혜가 먹을 욕을 윤창중이 다 흡수해줬잖아. '인간 방패'였지. 박근혜 공개지지한 김지하도 윤창중의 그런 역할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어. 정치공학적으로 봤을 때 박근혜에게 이득이 되는 인물이 아닐까?"

빠삐용 "사포는 뭐 궁금한 거 없어?"

사포 "음… 박근혜가 인수위 경제1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인수위원들한테 공약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 공개하라고 말한 적이 있어. 그런데 이게 인수위 끝 날까지 결국 공개가 안 됐어. 인수위원들한테 개인적으로 물어보기도 했는데 진척상황에 대해서 말을 않더라고. 나는 이걸 박근혜가 알고 있는가가 궁금해. 이렇게 백날 일하면 무슨 소용이야."

빠삐용 "박근혜가 지시했는데 결국 안 됐다는 거지?"

사포 "응. 토론회 내용 보면 박근혜가 언론 보도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면서 재원 마련방안 공개하라고 시켰거든. 선의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해결된 건 없잖아." 

빠삐용 "21일에 배포된 국정과제 목표 자료집 보면 48일 동안 24명 인수위원들이 무슨 일을 한 건지 잘 모르겠긴 해. 어떻게 새누리당 정책위보다도 결과물이 없는 것 같아."

티벳 "그런 인수위에서 새 정부 주요 요직에 대거 들어갔어. 내각에 7명, 청와대 참모진에 6명. 난 그 점도 좀 걱정이 돼. 하는 건 없으면서 정보는 전혀 공개 않는 '밀봉 정부'가 되는 것은 아닐까?"


태그:#인수위, #밀봉, #불통, #박근혜, #방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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