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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유명한 작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많이 읽히고 2001년에는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상연되었다. 부피도 가벼운 이 소설의 제목으로 인해 가볍게 읽을 책일거라 여기고 소설책을 펼치면 첫장에 써있는 작가의 말부터 엄숙함이 전해진다.

'스페인 오비에도에서 티그레 후안상을 수여하게 될 심사 위원들이 이 소설을 읽는 사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거대한 조직에게, 고급 의상에 손톱까지 깔끔한 자들에게, <발전>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자들에게 매수당한 무장 괴한들이 세계 환경 운동가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저명한 인물이자 아마존의 열렬한 옹호자를 살해했다.'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 자신도 1949년 칠레에서 태어나 피노체트 군사 정권에서 학생운동과 반독재 운동을 펼치다 고문과 투옥을 당하기도 하다가 세계적인 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조건부 석방으로 풀려날 수 있게 노력을 해준다. 그는 가택구금 이후 도망을 가고 독일로 정치적 망명을 한 후에 스페인에 정착해서 살아왔다. 그는 행동하는 지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2년에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책 <우리였던 그림자>에서는, 1973년 피노체트의 쿠테타 이후 군사 독재 탄압에 맞서 싸웠던 혁명 세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그가 1989년 출간했던 소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작가의 친구인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억하며 쓴 책이다. 브라질 출신의 치코 멘데스는 아마존의 고무나무 수액 채취 노동자였다. 1960년대 고무값이 폭락한 뒤에 그는 환경운동에 눈을 떴으며, 개발업자에 맞서다가 1988년 가족들 앞에서 살해당했다. 그의 이야기는 <불타는 계절>이라는 영화로 세계에 알려졌고 그는 아마존 환경운동의 상징이 되었으나, 여전히 아마존 파괴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12년 8월 30일 한겨레 신문 기사에 따르면, 탐욕스런 자본과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끔찍한 탄압과 공격이 여전할 뿐 아니라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존 밀림 깊은 곳, 야노마미 원주민들의 평화로운 한 마을이 말 그대로 사라졌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서 문명에 파괴되지 않은 자신들의 삶에 긍지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던 야노마미 원주민들 수십명이 까맣게 탄 주검으로 뒤늦게 발견됐다.

영국 <비비시>(BBC) 등은 29일(현지시각) 국제적 소수민족 지원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내 아마존 밀림의 이로타테리 마을에서 80여구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단체 쪽은 불법 금 채취업자인 '가림페이루'(허가받지 않은 금 채취자를 뜻하는 브라질어)에 의한 학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겨레신문 기사 중에서)

전세계적으로 예전부터 환경운동가들과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살해, 구금, 실종은 흔한 일이다. 1995년에는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이 환경운동가들과 주민들 6명을 처형했는데 다국적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셸이 이 살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인도네시아 아체 지방에서 선주민들을 납치, 고문,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아 2006년 제소되었다. 

2012년 6월 21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살해된 환경운동가는 711명에 달한다고 한다.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이러한 살해가 많이 일어나는데, 아마존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살해가 일어나고, 이어 페루, 콜롬비아, 필리핀, 태국 순으로 많다고 한다.

한편, 지난 1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의 4대강 사업 태국 수출에 비판적인 환경단체의 활동에 대해 '매우 반국가적이고 비애국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은 올해 들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마당에 태국에 수출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현재 메콩 강 유역에 라오스는 초대형 댐인 쌰야부리 건설하려고 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라오스 남부에서는 한국의 SK 건설과 한국서부발전에 의해 추진되는 수력 발전 프로젝트로 인하여 수천 명의 라오스 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최근에는 쌰아부리 댐 건설에 반대하던 라오스 환경운동가 한명이 실종되어 찾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 구속 수감되다

지난 2월 19일 수감되기 전에 환경운동가 후배들과 지인들에게 환송회에서 작별 인사말을 하는 최열 대표의 모습.
▲ 수감 전 인사말을 하는 최열 대표 지난 2월 19일 수감되기 전에 환경운동가 후배들과 지인들에게 환송회에서 작별 인사말을 하는 최열 대표의 모습.
ⓒ 박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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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서 명성을 쌓아 온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알선수재의 죄목으로 1년 징역형을 선고 받아 지난 2월 19일 구속 수감되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죄가 없으니 당당하다고 말했다. 그가 감옥으로 가던 날에는 그가 20년 전에 설립한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200여명의 환경운동가들과 지인들이 모여 환송회를 베풀었다.

정부의 핵심 개발 사업인 4대강 사업과 같은 환경 파괴 사업에 앞장서서 반대해온 환경운동가에 대한 정부의 탄압의 결과로, 환경운동의 아이콘과 같은 최열 대표가 구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환경운동 진영은 환송식에서 노래와 시 낭송, 그리고 꽃다발을 안겨주며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했다.

최열 대표는 차분히 두시간여 진행된 행사를 지켜보고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말을 할 때에는 끝내 울먹이고 말았다. 30여년 전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다가 투옥되어 고문당하고 매를 심하게 맞던 기억이 노령의 환경운동가에게 고스란히 떠올랐다.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있었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위한 수감 전 환송회에서 모인 사람들이 최열 씨가 감옥으로 가기 전에 포옹을 하고 있다.
▲ 수감 전에 지인들과 포옹을 하는 최열 대표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있었던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위한 수감 전 환송회에서 모인 사람들이 최열 씨가 감옥으로 가기 전에 포옹을 하고 있다.
ⓒ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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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정희 독재 시절, 고문을 당할 때 하도 매를 맞아도 기절하여 쓰러지지 않아 다시 매질을 하던 이들이 그를 '플라스틱 인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물질인 플라스틱으로 불렸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제 그 당시 독재자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에 취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다시 감옥에 잡혀가는 처지에서 만감이 교차한 것이다. 그는 또한 4대강에 반대했기 때문에 잡아가는 거라면 당당하게 가겠다고 말했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으로 상을 받는 루이스 세풀베다는 작가의 말을 이렇게 마치고 있다.

'사랑하는 친구, 치코 멘데스. 늘 과묵하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활동하던 당신에게 이 책을 전하지는 못하지만 감히 나는 티그레 후안상이 당신에게 주는 상이자 하나뿐인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당신이 걸어간 길을 뒤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오.'

작가의 이 말은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모든 환경운동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태그:#최열, #환경운동, #연애 소설 읽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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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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