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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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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CIA의 연결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1년 미국 주요 정보기관의 업무를 쇄신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조지 테닛 당시 CIA 국장이 선임해 8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회에 패널로 참여해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CIA가 설립한 벤처캐피탈 인큐텔 이사였던 김 후보자는 IT 전문가로 참여했다.

이는 김 후보자와 미국 정보기관과의 관계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코크로프트 패널' 2001년 5~9월 활동... CIA-NSA-NRO 업무 관행 점검

2001년 5월 임기 초반이었던 부시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전면 쇄신 작업을 위해 정부-민간 2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워싱턴 포스트> 2001년 8월 7일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참여했던 민간위원회는 위원장인 퇴역 장성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의 이름을 따 '스코크로프트(Scowcroft) 패널'로 불렸다.

참여자는 김 후보자와 위원장을 비롯해 퇴역 제독 데이비드 제러마이어, 전 CIA 부국장 리차드 커, 전 국무부 차관 스테이플턴 로이, 전 법무부 부장관 제이미 고어릭, 대통령외교정보자문위원회 위원 존 포스터, 사업가 윌리엄 슈나이더였다. 활동 기간은 2001년 5월부터 9월까지였다.

위원회의 목적은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가정찰국(NRO) 등 미국 주요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과 보호 업무 관행을 심도깊게 점검하는 것이었다. 첨단 통신시대에는 정보수집과 분석, 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해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 등이 이 작업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도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짤막하게 패널 참여 사실을 밝혔다. 그는 2005년 4월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2001년엔 여러 정보기관의 자문 역할을 하는 '인텔리전스 리뷰'의 패널로 참여하면서 고급 관리들과 자주 접촉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인텔리전스 리뷰'가 위에서 밝힌 '스코크로프트 패널'이 했던 일을 가리킨다.

스코크로프트 패널 참여는 김 후보자와 미국 정보기관의 연결관계가 내용적으로 매우 깊숙하고 광범위함을 보여준다. 김 후보자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CIA 외부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근무한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자문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밝혀진 스코크로프트 패널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구성된 위원회로 다루는 일의 범위가 CIA 차원을 넘어서 훨씬 방대하고 근본적이다.

96년부터 2011년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커넥션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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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김 후보자와 CIA의 관계가 매우 오랫동안, 그리고 깊숙했음을 알 수 있다. 직접 등장하는 CIA 국장의 이름만 해도 제임스 울시, 조지 테닛, 리언 파네타 등 3명이다.

확인되는 첫 관계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후보자는 그해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을 자신이 세운 벤처 유리시스템즈의 이사로 영입했다(관련기사 보기). 1992년에 설립된 유리시스템즈는 군사통신장비 ATM 개발에 성공했고,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0억 달러에 매각해 벤처 신화를 썼다. 매각 년도는 1998년으로 울시 전 국장을 영입한 지 2년 후다.

다음해인 1999년 CIA는 비영리 공개 벤처캐피털 인큐텔을 창립했는데, 김 후보자는 여기에 벤처 업계의 전문가로 참여해 이사를 지냈다. 이사직은 최소한 2005년까지 유지됐다.

2001년에는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조지 테닛 당시 CIA 국장이 주도한 스코크로프트 패널에 참여해 미국 정보기관 쇄신의 청사진을 그렸다.

이어 2007년부터 2011년에는 CIA 외부 자문위원회에 참여했다. 2009년 9월 9일 리언 파네타 당시 CIA 국장은 CIA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자문위원회가 대테러와 대확산에서부터 사이버안보와 분쟁지역까지 CIA의 주요 업무 기조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자문위원들이 CIA가 임무를 완수하는 데 좀더 효과적이도록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보기).

이처럼 김 후보자와 CIA의 관계는 16년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그 깊이도 단순 자문을 넘어 꽤 깊다. 따라서 각종 국가기밀과 과학기술, 원자력 정책 등을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수장으로서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민 30여년 만에 입지전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한 김 후보자가 한국 땅에서 단 몇주 만에 넘어야 할 산이다.


태그:#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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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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