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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는 지난 6일 공주보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회복된 것처럼 이야기 하려고 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전문가를 대동하여 공주보에서 수달 서식한 것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수달 전문가는 이미 살고 있었던 개체였고, 실제 서식하게 될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침소봉대식 해석이라며, 확대해석하여 홍보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는 야행성인 수달이 낮에 많은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은 오히려 이상한 행동이라며, 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주보에서 수달이 서식한다면 무척이나 환영할 일이다. 금강유역 수달의 서식처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공주보의 단순한 수달 관찰만으로 공주보 인근의 생태계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아무튼,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공주보 수달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16일 백제보 전시장에 공주보 수달사진 전시되어 있었다. 아직 홍보할 필요성이 더 많은 모양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 수달 등장... 사진전까지 열어

고향이라는 사진전 뒷편에 수달사진이 보인다.
▲ 백제보에 사진전하는 모습 고향이라는 사진전 뒷편에 수달사진이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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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같은 상위 포식자의 급속한 증가나 감소는 생태계의 균형을 붕괴시킨다. 적정한 개체군을 유지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계의 회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전체 생물 간의 균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은 다이내믹한 공간이다. 강은 급류하는 여울과 정체된 소가 반복되는 지형이다. 여름철 우기와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건기를 지나면서 매년 지형이 바뀐다. 깊은 물과 얕은 물이 형성되고,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이 반복되는 하천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밖에 없다. 깊은 물에 사는 생물과 얕은 물에 사는 생물, 흐르는 물에 사는 생물과 고인 물에 사는 생물이 서로 공존하기도 하고 약육강식의 생활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생물의 서식으로 촘촘하게 엮인 먹이사슬로 적절한 먹이피라미드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곳이 강이다.

이런 균형에 금강 정비 사업으로 건설된 대규모 댐이 심각한 왜곡을 만들어낸 것이다. 흐르는 물은 없어지고, 얕은 물도 없어지고, 오로지 깊고 고인 물만 있는 금강. 이곳에는 이제 얕은 물에 사는 생물과 흐르는 물에 사는 생물이 살 수 없다. 정수성 어종이 증가한 현상은 먹이사슬과 먹이피라미드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정수성 생물만이 존재하는 금강으로 변한 것을 반증한다. 감사원의 4대강 부실 발표 이후 국책연구기관에서까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확인됐다.

떡붕어가 죽어 있는 모습
▲ 공주보 어도에서 죽은 떡붕어(2월 16일) 떡붕어가 죽어 있는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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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는 생태계가 돌아왔다는 소리를 떠벌이기 위해 공주보의 수달을 이용했다. 수달은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포식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단순한 관찰을 이렇게 과대 포장하여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백제보에서 수 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을 때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고만 외치던 국토해양부가 수달 한 마리를 관찰하여 4대강 사업의 결과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홍보보다 실제 찾아온 수달을 어떻게 서식하게 할지를 고민해야

떼죽음 당한 물고기 뒷편에보이는 백제대교
▲ 지난해 10월 금강에서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 떼죽음 당한 물고기 뒷편에보이는 백제대교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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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수달 이용은 권도엽 장관의 브리핑과 보도자료로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백제보 전시관에 수달 사진을 전시하면서까지 4대강 사업의 생태계 복원을 외치고 싶은 듯하다. 아무튼, 작품성이 높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 한편에는 수달 사진 4장이 덩그러니 전시돼 있다. 수달을 최대한 활용하여 금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강박증이 생길 만도 해 보인다.

수달을 이용한 이런 맹목적인 홍보보다는 실제 찾아온 수달을 어떻게 서식하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국토해양부 몫이다. 공주보에 찾아온 수달을 완벽하게 서식하게 하고, 강의 물고기도 정수성과 유수성이 어류가 공존하는 강을 다시 만들어야 진정한 강을 살리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멋지게 전시된 그림 한편에 이젤로 전시된 수달사진
▲ 수달사진과 전시된 그림 멋지게 전시된 그림 한편에 이젤로 전시된 수달사진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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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도 않은 강을 살린다고 시작한 것을 증명하기에 수달이 매우 적절한 시기에 관찰되어 적극 활용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르는 것들이 껄떡댄다'는 식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온 이들을 비판했다고 한다.

정말 모르면서 '껄떡대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멋진 작품에 비해 초라하기만 한 수달 사진전! 멋진 수달에 대한 작품사진이었다면 그나마 봐줄 만할 수도 있다. 예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은 아닌지? 작품성도 없는 단순한 수달 사진을 통해 국민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수달 사진 전시 이제 그만해 줬으면 한다. 전시된 작품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태그:#수달, #공주보, #국토해양부,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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