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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DI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DI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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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오석 후보자가 성장을 중시하는 'MB노믹스'를 옹호했던 전력 탓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책임 있게 실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인수위'에 참여한 바 있는 현 후보자가 2009년 3월 KDI 원장이 된 뒤, KDI는 MB노믹스를 지원하고 그 성과를 홍보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MB노믹스는 중산층 몰락과 양극화를 가속화해 큰 비판을 낳았다.

MB노믹스에 관련한 경제지표를 둘러싼 내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KDI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KDI의 한 관계자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경제성장률 등 동향을 분석하는 팀과 마찰을 빚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수치를 요구해 반발을 불렀다"고 밝혔다.

현 후보자는 1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고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되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질문에는 "여러 협의와 경제 상황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좀 더 파악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윤관석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혀와, 당선인의 경제정책기조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버리고 '성장 중심'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현오석 체제의 KDI, 'MB노믹스' 옹호... "위기극복의 모범사례"

19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2월 KDI 경제정보센터에서 내놓은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정책 과제' 보고서는 큰 비판을 불렀다.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정권의 치적을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을 것을 두고 '정부의 시녀'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오석 후보자는 이 보고서 인사말에서 '현 정부가 출범한 해에 일어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주가폭락, 내수위축, 수출급감 등의 현상이 우리 경제에 나타나자 대부분의 외신들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면서 "정부는 '비상경제정부'를 출범시키는 등 위기극복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후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났고, 외신들은 이러한 우리를 위기극복의 모범사례로 평가했다"면서 'MB노믹스'를 치켜세웠다. 또한 보고서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총체적 부실 판정을 받은 4대강 사업에 대해 고용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언급하며 큰 성과로 꼽았다.

KDI는 또한 "위기 속에서도 4년간 3% 성장했다"며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재달성, 무역 1조 달러 시대 개막, 물가 안정 노력,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위기를 넘어 지속 성장 체제로 전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양극화 심화, 가계부채, 감세 등 경제 정책 실패 사례는 보고서에서 찾을 수 없었다.

KDI가 2011년 11월 발표한 한미FTA 효과 분석 역시 MB노믹스 옹호의 대표적인 사례다. KDI는 당시 하반기 경제전망 자료를 내놓으면서 한미FTA가 2012년 공식 발효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0.1~0.3%포인트 높아져 4%대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료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한미FTA가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비판을 사기도 했다. 경제성장률을 부풀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우리나라의 2012년 경제성장률은 당시 KDI 전망치의 반토막인 2.0%에 그쳤다.

'흔들리는 KDI'... 핵심 인력 이탈, 정당활동 교수 징계 논란까지

KDI가 'MB어천가'를 부르는 사이, KDI 내부는 흔들렸다. 유종일 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4월 총선 때 정당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당시 유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인사위 승인까지 난 휴직신청을 현오석 원장이 결재를 거부했다"며 "이제까지 대학 교수의 대외적인 활동에 대해, 대학 쪽에서 사전에 검열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현 원장이 나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면서, '좌파 대학원이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것에 대한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KDI는 2011년 6월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이름을 '서울G20대학원'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해서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는 이명박 정부가 꼽는 1순위 치적이다. 당시 대학원 쪽은 교명 변경의 이유로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기념 등을 꼽았다.

교명 변경은 거센 반발을 불렀다. 교내에서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교명 변경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무엇이 다르냐', '차라리 MB대학원을 만들어라' 등의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후 교명 변경은 백지화됐지만, KDI의 '친MB' 성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핵심 인력 이탈도 현오석 원장 체제 KDI의 중요한 특징이다. 2011년 당시 경제전망과 분석을 담당했던 거시경제연구부장이 민간 연구소로 떠났다. 이외에도 연구위원들의 민간연구소와 대학 행이 이어졌다. KDI는 세종시 이전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현오석 원장 체제에 대한 불만 탓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태그:#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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