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앞두고 '5·16 쿠데타'를 기념하는 연극이 공립 극장인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르코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운영하는 극장이다.

"왜곡된 역사관 바로잡으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기획"

연극 <한강의 기적> 포스터.
 연극 <한강의 기적> 포스터.
ⓒ 민중극단

관련사진보기


민중극단은 2월 13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연극 <한강의 기적 - 박정희와 이병철과 정주영>을 창단 50주년 기념으로 올린다. 민중극단에 따르면 이 작품은 '5·16 50주년이 되는 2011년을 맞아 박정희 대통령 집권 18년간의 업적을 경제개발에 초점을 맞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보고자' 지난해 초연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할은 박기산씨가, 해설자 역은 15대 국회의원 출신인 정한용씨가 맡았다.

민중극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록 민주화에 역행한 그의 쿠데타는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부정적 측면을 도외시할 수 없으나 아시아에서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를 최단기간 내에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냈다는 것은 세계사에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위업임에 틀림없다"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민중극단은 지난 2010년 6월에는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해 <6·25 전쟁과 이승만>을 상영한 바 있다. 이 역시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운영하는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민중극단은 "<6·25 전쟁과 이승만>에 이어서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으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국민 대중에게 자긍심을 고취함과 동시에 건실하고 진취적인 국가관을 심어 국민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이 공연을 2013년 올해 초 박근혜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춰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의 첫 작품으로 재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 개회 첫날 전체 인수위원 회의에서 당부의 말씀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면서 새 정부의 주요 국정 목표로 복지와 더불어 현재 세계의 경제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구축을 다짐했으며 모두가 다시 '잘 살아보세'의 꿈을 재현할 것을 호소했다"며 "이 공연은 바로 이와 같은 당선인의 국정 철학을 역사 기록극의 형식에 담아 많은 국민들에게 전파하고자 기획됐다"고 전했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작품 바뀐 줄도 모르고 대관 승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5·16 쿠데타'를 기념한 공연에 대관을 해준 것과 관련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경성 연극연출가는 지난 1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연출가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작품은 '5·16을 기념하는 정신'이 작품의 시초가 되고 있다, 5·16 쿠데타는 이미 국민들 사이의 정서에서뿐만 아니라 국가최고 헌법기관에서조차 '위헌 판결'을 내리고 쿠데타라고 규정했다"며 "<한강의 기적>은 이러한 보편적 합의를 부정하고 있는 내용의 공연"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출가는 "문제는 이러한 공연을 '공신력'을 근간으로 존재하는 국공립 극장에 버젓이 올려지게 됐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극장에서 기초적인 '사회적 합의'에 어긋나는 연극이 올려지게 되는 것은 극장의 공신력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대관 절차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민중극단은 지난해 11월 26일 <얼음상인 돌아오다>라는 작품으로 대관 승인을 받았지만, 12월 말 <식민지에서 온 아나키스트>라는 작품으로 대관 신청 작품을 변경했다. 이후 민중극단은 <한강의 기적>으로 또다시 작품을 바꿨다. 애초 대관 승인을 받았던 작품에서 두 차례나 작품을 변경한 것. 대관을 담당한 한국공연문화예술센터는 <얼음상인 돌아오다>에서 <식민지에서 온 아나키스트>로 작품이 변경될 때는 내부 심의를 거쳤으나, <한강의 기적>으로 변경할 시에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연예술센터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식민지에서 온 아나키스트>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제목 변경을 신청해 동일한 작품인 줄 알았다"며 "작품이 바뀐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한국공연문화예술센터 측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창립기념일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태그:#한강의 기적, #민중극단, #한국공연예술센터, #박정희, #5.1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