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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대선 이후 야권이 패배한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 빈곤층의 반 계급적 투표 성향이 문제가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보 강세였던 빈곤층이 자신의 계급적 성향과는 정반대의 투표 성향을 보이면서 보수 후보로 표가 몰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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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한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모든 빈곤층이 보수적이지는 않고 세대에 따라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하며 "빈곤층 중에서도 20대, 30대, 넓게 잡아 40대까지도 가난할수록 진보 정당을 선택했다는 경향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 조사 전문가로 알려진 한 연구위원은 "가난할수록 보수적이란 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데 소득 분위별로 새누리당, 즉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층은 U자 형태로 나타난다"며 "경제력 상층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중간층에서 야권을 지지하고 다시 하층, 경제적으로 빈곤층일수록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일정한 구조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경제력이 높을수록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높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빈곤층의 보수 정당 지지가 어떤 요인에 의해서 이뤄지느냐는 것이다. 한 연구위원은 "가난할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한다기보다는 더 정확히 말해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모든 세대를 통틀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후 조사에서 학력으로 보면 박 후보가 중졸 이하에서 64.8%, 고졸 이하에서 62.7%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대재 이상으로 가면 37.2%의 지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집안형편에 따른 교육 기회를 고려해 볼 때 빈곤층일수록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명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는 것. 한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20~30대는 80% 이상이 대학을 가고 과거 냉전, 반공이라고 하는 우리 사회를 짓눌렀던 이데올로기로부터 훨씬 더 자유로운 층"이라며 "50~60대의 삶의 경험을 생각해봤을 때 가난할수록, 교육기회가 낮을수록 이데올로기에 훨씬 더 포섭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한 연구위원은 "50~60대가 주로 정보를 습득하는 게 종편을 포함한 공중파 방송이라는 요인도 사실 중요하다"며 "반면 20~40대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있고 나와 다른 다양한 생각과 정보가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년 빈곤층과 청년 빈곤층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 한 연구위원의 말이다. 한편 한 연구위원은 "놀라운 것은 조사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50대라고 해서 성장담론과 복지담론에서 성장담론이 우위인 것만은 아니"라며 "50대도 본인의 고단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연구위원은 "그 복지에 대한 요구가 진보 후보 쪽으로 가지 않고 보수 후보 쪽으로 갔던 것은 결국 50대가 누가 더 복지를 잘 할 수 있을지 실행 능력의 문제, 신뢰의 문제로 대선을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경험을 놓고 볼 때 누가 더 잘할 수 있느냐를 따지면서 민주 정부 10년과 특히 노무현 정부를 비롯하여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민주통합당과 '친노'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던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당시 후보는 역대 다른 보수 후보와는 다르게 진보의 담론인 복지와 분배를 본인이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정책 이슈에 대해 보수와 진보 간의 날선 논의가 부족해졌다는 평가가 당시 나오기도 했다. 결국 50대 이상이 복지라는 콘텐츠 자체보다는 그 콘텐츠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 누가 더 믿음이 가는가에 집중했다는 것.

한 연구위원은 "이제 국민들의 의식이 성장 담론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성장담론과 새로운 복지담론 사이에서 일정하게 방황을 하고 있고, 박 당시 후보가 주효했던 것은 그런 방황하고 있는 대상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당시 후보의 '18조 국민행복기금', '하우스 푸어 대책' 등의 정책이 먹혔다는 주장이다.

또한 한 연구위원은 "정의와 가치 등의 담론만으로 그런 유권자들을 끌어 모을 수 없다"며 "무엇을 할 것인지 피부에 와닿는 해답을 진보 정치가 내놓지 못했다, 결국 정책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고 아직까지도 진보정치는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이털남, #대선, #빈곤 보수, #50대, #한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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