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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을 지키는 이스라엘 여군의 웃음
 예루살렘을 지키는 이스라엘 여군의 웃음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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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명교류연구소(소장: 정수일)에서 연락이 왔다. 실크로드학교 제13차 정기답사를 이집트 이스라엘로 간다고. 한국 문명교류연구소에서는 매년 2회 실크로드 답사를 한다. 그것이 금년 겨울로 열세 번째가 된 것이다. 일반여행사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지만 나는 지체 없이 답사신청을 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일반여행사에서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함께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취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이집트 이스라엘 패션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역사 속에서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모세가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나온 것도 이집트의 압제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고,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싸운 것은 종교적인 갈등 때문이었다. 모세 때는 이스라엘인이 핍박을 받았지만, 중동전쟁 때는 이집트가 잠시 동안이지만 시나이 반도를 뺏긴 경험이 있다. 그나마 이들 두 나라는 1978년 사다트와 베긴 사이에 체결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두 번째 답사신청 이유가 좀 더 근본적인데, 이번 여행이 말 그대로 실크로드 바닷길 역사문화 탐방이기 때문이다. 실크로드는 크게 사막과 오아시스길, 초원길, 바닷길의 세 가지로 나눠진다. 그 중 지중해의 남동쪽에 있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다. 이스라엘은 또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중요 교통로를 이루고 있다. 이들 두 문명은 가르멜산 서쪽의 지중해 해안로와 동쪽의 이스라엘 평야로를 통해 서로 교류하고 패권을 겨루기도 했다. 그러한 곳의 역사와 문화를 아는 것이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다.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

바위 돔 사원에서 이슬람교에 대해 설명하는 정수일 소장
 바위 돔 사원에서 이슬람교에 대해 설명하는 정수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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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한 나와 아내는 한국 문명교류연구소 정수일 소장을 먼저 만났다. 사실 내가 이번 여행에 참여한 것은 정수일 소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2008년 문명교류연구소 학술모임에 참여하면서 인연은 시작되었고, 학술세미나에 빠짐없이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학술모임에 거의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늘 문명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잠시 후 이번 여행을 실무적으로 주관하는 강상훈 투어블릭 대표를 만났다. 그를 통해 이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10명임을 알 수 있었다.

성균관대학 교수를 지낸 양재혁 선생은 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고, 고려대학교 교수를 지낸 강만길 선생은 책을 통해 익히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다른 분 다섯은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약속된 시간이 15분쯤 지났을 때 참가자 전원이 모이게 되었다. 우리는 비행기표를 받고 바로 화물수속에 들어갔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수속이 금방 끝났다.

지중해변 카이사리아의 로마시대 유적
 지중해변 카이사리아의 로마시대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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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훈 대표가 일정표를 나누어주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탑승시간에 맞춰 게이트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일정표를 살펴보니 처음 계획에서 바뀐 게 없다. 15일 여행 중 가는 날 하루, 오는 날 하루, 이스라엘 5일, 이집트 8일이 잡혀있다. 이스라엘은 지중해를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와 이스라엘의 문화유산을 살펴볼 예정이다. 그리고 이집트는 나일강을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고대 이집트 문명의 정수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예루살렘이며, 이곳을 이틀간 집중적으로 탐사하려고 한다. 이집트에서는 문화유적지로 기자와 룩소르가 중요하고, 도시로는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가 중요하다. 이들 두 나라,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무늬도 다르고 패션도 다르지만 결합하면 아주 재미있는 여행 옷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런데 10명밖에 동행하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처럼 인기 없는 여행이 된 이유가 뭘까?

80대의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
 80대의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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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이 생각보다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겨우 10명이 신청을 했으니 말이다. 실크로드 학교 정기답사가 해마다 20명은 넘었는데 이번에는 그 절반도 안 되는데, 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15일 일정에 480만 원이니, 하루 비용이 32만원 꼴이다. 보통 패키지여행은 하루 비용이 25만 원 내외다. 그러므로 10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둘째는 답사팀이 너무 노쇠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50대 이상의 사람들이다. 50대인 우리 부부가 젊은 편이고 80줄에 들어선 사람도 있다. 나이로 보면 이건 완전히 효도여행 수준이다. 참가자 모두 전문가들이어서 사안마다 즉석 토론이 가능하고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장점은 있으나, 젊은이다운 활력은 부족한 편이다. 삶이고 여행이고 노소가 조화를 이뤄야 재미있는데, 아쉬움이 있다. 다음에는 젊은이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셋째는 여행 프로그램의 차별성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묶어 실크로드 바닷길 프로그램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관광 프로그램이 일반 패키지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예루살렘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좀 다를 뿐이다. 이집트에서는 3일간 나일강 크루즈를 한다는 게 다르고 고대문명의 흔적을 집중적으로 답사한다는 게 다르다. 그러나 패키지에 있는 사막체험이나 홍해의 도시 후루가다 방문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장점과 단점

동서양의 문명교류를 보여주는 유리 용기
 동서양의 문명교류를 보여주는 유리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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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인원이 작으면 장점만 많을 것 같지만 단점도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기동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인원이 적으면 하루 2시간 정도 관광시간을 더 가질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답사객 모두가 훨씬 친해질 수 있고 또 상대방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답사는 역사와 문화, 문명교류에 대한 관심에서 팀이 구성되었고, 여행을 많이 한 전문가가가 대부분이어서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에 비해 두어 가지 단점도 있음을 부인할 수 있다. 첫째 차량이 작아 여행이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공간이 작아 답답하고 차량 흔들림이 심할 뿐 아니라 시야도 좁기 때문이다. 둘째 수입이 적으니 인솔자나 현지 가이드가 덜 신날 수밖에 없고, 그게 프로그램 진행에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 사실 똑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인솔자와 가이드가 여행자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은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텔아비브 가는 길

내몽골의 산악지대와 눈
 내몽골의 산악지대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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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1월 12일 오후 3시 10분 인천공항을 출발, 12시간만인 오후 8시 10분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산술적으로 5시간 밖에 운항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시차가 7시간 나기 때문이다. 사실 12시간 비행기를 타는 일은 정말 지루하다. 그나마 처음 두 시간과 마지막 두 시간은 시간이 잘 가는 편이다.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여행에 대한 호기심, 항로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금방 가고, 1시간 정도는 밥을 먹기 때문이다. 마지막 두 시간 역시 금방 가는데 밥도 먹고 내릴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천공항-텔아비브 항로는 중국의 텐진과 우루무치를 지난다. 우루무치를 지난 비행기는 카스피해의 바쿠를 지나 터키의 카이세리로 간다. 이곳에서 비행기는 다시 지중해로 나간 다음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들어가게 된다. 요즘은 항로가 지도상에 자세히 표기되기 때문에 승객들은 항공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도 계속해서 비행기의 경로를 추적하면서 바깥을 내다본다. 중국 대륙의 바오터우(包頭)를 지나갈 때 밖을 내다보니 한겨울이라 그런지 눈이 대지를 하얗게 뒤덮고 있다. 그리고 타쉬켄트 북쪽을 지날 때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상물을 보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과 관련된 비디오를 찾다 보니 다큐멘터리물이 눈에 띈다. 그 중 나는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문(King Tut Unwrapped- Life and Death)]과 [문명의 기억- 지도(Memories of Civilization- Map) 2부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us)]가 눈에 띈다. [투탕카문]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만든 것으로 83분짜리다. 18세로 죽은 소년 파라오 투탕카문(통치기간: 1323-1332)의 삶과 죽음을 과학과 고증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하워드 카터의 발굴 이후 알라위 박사에 이르기까지 연구결과를 종합하고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지도
 프톨레마이오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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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프톨레마이오스]는 KBS에서 제작한 55분짜리 연작 시리즈로 한국의 다큐멘터리물 중 수작이다. 지도를 통해 인류의 문명교류를 밝히고 있다. 로마시대 알렉산드리아에 살던 프톨레마이오스(AD 90-1680가 제작한 2세기 지도부터 중국에서 만든 지형도, 1507년 독일의 발트제 뮐러가 제작한 지도까지 1500년 지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지도는 과학과 지리에서 출발하지만, 역사와 문명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루한 12시간이 지나갔다. 어느새 텔아비브 공항이 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텔아비브 공항의 원 이름은 벤구리온 공항이다. 벤구리온은 이스라엘 초대 총리를 지낸 사람이다. 서양 사람들은 공항 이름에 그 나라 출신 정치가나 유명인의 이름을 붙여주는 경향이 있다. 우리도 그런 존경받는 인물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제 우리는 텔아비브에서 실크로드 바닷길 탐사 '이스라엘 이집트 답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 문명교류연구소 실크로드 답사팀과 함께 1월 12일부터 26일까지 실크로드 바닷길 '이스라엘 이집트 문명탐사'를 하고 있다. 현재 예루살렘을 답사하고 있으며, 제리코를 거쳐 사해까지 갈 예정이다. 앞으로 시나이 반도를 넘어 이집트로 들어갈 예정이다. 전체적으로 30회 내외 문명탐사기를 연재하려고 한다.



태그:#문명 탐사, #이스라엘, #이집트, #실크로드 바닷길, #텔아비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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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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