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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의 승부역에서 한 시간 정도 설경을 감상한 우리들은 다시 기차를 타고 영주시로 향했다. 경상도에서도 오지인 봉화군은 기차로 한 시간을 달려도 사방이 온통 눈만 보일 정도로 설국(雪國)이었다.

기차를 타고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눈을 보았고, 다시 봉화에서 영주로 가는 길에 눈 천지인 봉화를 보고나니 올해 볼 눈은 미리 전부 본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 좋았다.

서천왕
▲ 영주시 부석사 서천왕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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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영주역에 도착하니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이제부터 서울로 향하는 저녁 7시30분 기차를 타기 전까지는 버스로 부석사, 소수서원, 풍기인삼시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부석사 아래에서 점심
▲ 영주시 부석사 부석사 아래에서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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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역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부석사 앞에 있는 '종점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통상 30분 정도면 가는 길인데, 아직 곳곳에 잔설이 있어 20분 정도는 더 걸린 듯하다. 늦은 점심을 된장국과 산나물 반찬, 막걸리 반주로 맛있게 먹은 우리들은 잠시 쉬다가 '부석사(浮石寺)'로 향했다.

태백산(太白山)의 끝자락인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봉황산(鳳凰山)에 있는 부석사는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676년(문무왕 16)에 왕명으로 창건한 사찰로 화엄종찰(華嚴宗刺) 이다.

삼층석탑
▲ 영주시 부석사 삼층석탑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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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석사는 별로 설명이 필요 없는 절이다. 천년고찰에 의상대사와 선묘(善妙)낭자의 사랑이야기가 유명하고, 창건 당시 공사를 방해하던 도적들을 향해 의상대사가 돌을 공중으로 올리는 염력을 발휘하여 그들의 뜻을 꺾었다는 이야기 등 수도 없는 전설과 설화가 전해오는 곳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중에 하나로 배흘림기둥이 무척 유명한 무량수전(無量壽殿), 공민왕이 안동으로 몽진 왔을 당시에 쓴 무량수전 현판, 이승만 대통령이 쓴 안양루 현판, 방랑시인 김삿갓이 쓴 부석사에 대한 헌시,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부석사의 일몰 광경 등 너무나 볼 것도 들을 것도 읽을 것도 많은 대도량이다.

나는 일주문을 지나 당간지주를 잠시 바라보다가 사천왕문을 통과한 다음, 언제나 나를 반기는 석축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난 부석사에 갈 때면 늘 석축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석축
▲ 영주시 부석사 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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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천 년 전에 저렇게 이쁘고 튼튼하게 석축을 쌓는 기술을 신라인들은 알고 있었단 말인가. 큰 돌은 기본적으로 각을 잡고 틈이 있는 곳에는 작은 돌을 정확하게 맞추어 넣은 것이 대단하고 정교한 기술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신라인들은 금을 다루는 기술도 굉장했는데, 돌을 만지는 재주도 대단했나 보다. 부석사를 창건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경주에서 불국사를 건축하는데 공헌을 했다고 하니, 불국사 석축은 부석사를 기본으로 한 것이다. 정말 놀랍다. 이어 좌우측에 있는 3층 석탑을 잠시 본다. 쌍둥이처럼 보이지만 닮아도 닮지 않는 석탑은, 사천왕들처럼 절을 지키는 수호신 같다. 난 그래서 이들 두 석탑이 무척 좋다.

안양루
▲ 영주시 부석사 안양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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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북과 목어를 잠시 본 다음, 부석사의 또 다른 볼거리 중에 하나인 안양루를 멀리서 이런 저런 각도로 살펴본다. 안양루는 보는 각도에 따라 수백 개의 부처가 숨어 있는 듯한 공포불이 보인다.

2층 공포와 공포 사이의 공간으로 투영되는 모습이 마치 금좌불상이 앉아 있는 듯한 자태 같다고 하여 현현불이라고도 한다. 오랜 만에 공포불을 보니 무척 반갑고 새롭다.

무량수전
▲ 영주시 부석사 무량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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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양루에 오른다. 바로 눈앞에 있는 석등과 무량수전이 나를 반긴다. 무량수전은 나에게는 늘 포근함을 주는 어머니와 같은 느낌이 든다. 넉넉한 가슴을 드러낸 기둥과 머리 가득 올린 멋진 기와, 작은 풍경, 사방에 그려진 그림들이 따뜻함과 안락을 준다.

어머니 품속 같은 무량수전을 본 다음, 좌측 뒤편에 있는 부석을 보고 나서 바로 옆 돌부처에게 인사를 드리고는 뒤편 언덕에 있는 선묘각으로 갔다. 난 선묘낭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의상과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했으면 바다에 빠져 용이 되어 의상을 지켰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무나 헌신적인 선묘낭자의 사랑 앞에, 의상대사가 감사표시로 부석사에 선묘각을 세워 그녀를 기리다가 가셨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묘낭자의 사랑 한길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나서 옆에 있는 삼층석탑을 살핀 다음 하산을 했다.

선묘낭자
▲ 영주시 부석사 선묘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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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절한 사랑이 내 가슴 속에서 불타는 것을 보면, 난 아직도 피가 끓는 청춘인가 보다. 부석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와도 행복하고 기쁜 절이다. 두 시간 정도 절을 둘러 본 우리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 순흥면에 위치한 '소수서원(紹修書院)' 과 '선비촌'으로 향했다.

안향 선생
▲ 영주시 소수서원, 선비촌 안향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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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풍기군수였던 유학자 주세붕 선생이 해동의 주자 문성공(文成公) 안향 선생을 모시는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을 세웠으니, 이것이 바로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의 시작이다. 

안향 선생은 임금이 아니면서도 유현(儒賢)으로 인정받아 사묘(祠廟)가 세워져 제사를 받는 분이다. 그는 임금이나 왕비들의 신위를 모시는 종묘(宗廟)와 같은 급의 대우를 받는 묘(廟)의 급을 하사받은 현자시다.

학자수
▲ 영주시 소수서원, 선비촌 학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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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또한 별로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최고의 서원으로, 입구 왼쪽에 위치한 소나무 군락인 학자수는 천년 동안 고고하게 학문에 임하는 선비의 모습을 뜻하고, 우측에 흐르는 죽계천은 고려를 대표하는 경기체가인 '죽계별곡'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또한 죽계는 단종임금 복위운동의 중심이었던 순흥도호부의 백성들이 금성대군과 함께 무참하게 사살된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순흥도호부에 100호가 넘던 아흔 아홉 칸의 한옥들은 전부 불타고 백성들의 주검은 수장되어 그 피가 10여리를 흘러 피끝마을까지 흘러가 멎었다고 한다.

서원 내부
▲ 영주시 소수서원, 선비촌 서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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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 세워진 소수서원은 영주지역 선비들의 기상과 영남사림의 반골정신과 만나 영남학파의 중심서원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그 사상과 철학이 안동의 도산서원을 거쳐 일본으로 대만으로 전파되어 해동유학의 뿌리가 되는 곳이다.

나는 학자수를 본 다음, 우측의 죽계를 살피고는 안으로 들어가 안향 선생과 주세붕 선생의 영정에 인사를 드린 다음, 이웃한 선비촌으로 향했다.

선비촌 한옥
▲ 영주시 소수서원, 선비촌 선비촌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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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촌은 영주지역의 대표적인 한옥과 초가를 복원한 것으로 경북 북부지역의 양반 문화와 백성들의 삶과 생활을 그리고 있으며, 숙박체험, 전통놀이공연, 염색체험 등을 통하여 지역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선비촌의 초가
▲ 영주시 소수서원, 선비촌 선비촌의 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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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넘게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둘러 본 우리들은 이웃한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을 뒤로 한 채 다시 버스를 타고는 풍기역전에 있는 '풍기인삼시장(豊基人蔘市場)'으로 갔다. 추운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역전광장에서 열리는 노래공연을 잠시 보고는 풍기인삼과 풍기인견 스카프 등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명품 풍기인삼
▲ 풍기인삼시장 명품 풍기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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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자 이내 날이 어두워지고 추워져 우리들은 시장 둘러보기를 포기하고는 다시 버스를 타고 영주역으로 가서 7시 30분 기차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저녁식사는 객실 안에서 영주에서 방금 만들어 온 따끈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무박이일 24시간 정도의 짧은 일정에 강원도 강릉에서 경상도 영주까지를 둘러보는 강행군을 했지만, 생각보다 무척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우선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눈을 만끽했고, 바다와 산과 계곡을 보고, 겨울산사에서도 감동을 느꼈다.

풍기인견 스카프
▲ 풍기인견 풍기인견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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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건강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힘을 주는 풍기인삼과 추위를 막는데 도움을 주는 풍기인견 스카프까지 올 겨울은 이것들로 정력적으로 따뜻하게 보낼 것 같다. 피곤했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백두대간 탐방열차 여행이었다.   


태그:#풍기인견, #풍기인삼, #부석사 , #소수서원, #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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