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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미니다큐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에 인터뷰이로 나오는 정혜신 박사
 쌍용차 미니다큐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에 인터뷰이로 나오는 정혜신 박사
ⓒ 태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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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1일에도 불방됐던 KBS <열린채널>의 쌍용차 미니다큐멘터리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가 우여곡절 끝에 방송될 것으로 보인다.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는 지난해 12월 14일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KBS가 야권후보 TV 찬조연설자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제작자에게 제대로 된 통보 없이 방송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제작자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뒤늦게 재편성됐으나, 방송사의 무례한 조처에 제작자가 방영을 거부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하면서 11일 편성에도 방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안팎의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낀 듯 KBS 측이 제작자에게 공개 사과하면서, 곧 방송하리라 보인다.

제작자에게 알리지 않고 정치적 이유로 일방적 불방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의 불방과 관련한 논란은 지난 9월,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인 <열린채널>이 '세상과 통(通)하다'라는 주제로 특별기획물을 공모하면서 발단이 됐다. 개인주의, 물질주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각해져 가는 우리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긍정적인 사례를 발굴하고 소통하자는 기획의도였다. KBS는 대선 직전인 12월 14일 밤시간에 특별 편성으로 방송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열린채널>은 일반 시민이나 비영리공익단체 등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소개하는 공익프로그램이다.

태준식 감독은 쌍용차를 다룬 다큐멘터리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를 출품했고, 최종 선정 작으로 확정됐다.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는 지난 9월 심상정 의원의 요청으로 쌍용자동차 문제 대정부 질의를 위해 만든 동영상이다. 11분 분량으로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을 상담해 온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12월 14일 방송에서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만 일방적으로 불방됐다. KBS 심의실에서 작품에 나온 정혜신 박사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과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방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제작자에게 아무런 사전 양해나 통보가 없었다. 이에 대해 태 감독은 12월 17일 <열린채널> 홈페이지에 KBS에 강력히 항의하는 글을 남겼다.

태 감독은 "정혜신 박사의 그런 활동이 문제였다면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은 왜 버젓이 방송 전파를 타고 있는지"라고 되묻고, 이는 "KBS가 독립적인 시민의 목소리를 안하무인격으로 해석해 시민의 액세스 권한을 자의적으로 편의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읽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 심의실 불방결정과 관련된 문서공개 및 시청자서비스팀장 명의의 공식적인 사과,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위원회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책임 미루는 해명에 전임PD가 직접 반박

이에 대해 KBS 운영팀이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최종 선정작이었는데도 '특별기획 후보 작품에 포함되어 있던 미선정작'이었다고 해명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발끈한 태 감독은 "공정을 가장한 정치적 판단의 근거를 내놓으라"며, "자의적 판단의 근거로 시민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태 감독의 항의가 이어지자 KBS 측은 다시 '전임자가 최종 심사가 끝난 후 최종 선정작을 통보하지 않고 접수마감일 전에 특별기획 최종 선정작으로 통보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전임자의 책임으로 돌렸다.

쌍용차 미니 다큐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를 제작한 태준식 감독
 쌍용차 미니 다큐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를 제작한 태준식 감독
ⓒ 태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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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번에는 전임PD가 직접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열린채널> 전임PD는 30일 같은 게시판에 올린 '진실을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참여소위 정례회의에서 특별기획 아이템으로 최종선정 된 것이 맞고 방송확정 통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현 피디가 제작자에게 아무런 통보나 양해를 구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한 업무에 대해 새로 온 팀장 개인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과정에서 선의의 일반인이 피해를 보게 되었으며, <열린채널>의 운영주체인 KBS 시청자위원회 참여프로그램소위 위원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대외적으로 이미지를 실추시킨 점을 그냥 묵과할 수만은 없어 이 글을 쓰게 된다"고 밝혔다.

<열린채널>의 운영주체인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소위원회(이하 참여소위)'도 31일 입장 표명을 통해 "▲ KBS 심의실의 결정에 참여소위 위원들은 대체로 그 결정의 정당성에 의문이 있고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었고 ▲선거법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할지라도 시청자의 방송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자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며 KBS 실무담당자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함께 주문했다.

방송법에 보장된 시청자 권익을 공영방송이 함부로 침해

논란이 계속되자 KBS 측은 11일 일반 편성을 통한 방영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편성 내용을 제작자에게 먼저 알려주지도 않았고, 그간의 처사에 아무런 사과의 뜻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일방적 결정에 화가 난 태준식 감독이 방영 중단을 요구하면서 11일 방송에서 제외됐다.

태 감독은 "KBS 측이 '개인적으로 이런 경미한(?) 일에 사과할 생각은 없고, 회사 차원의 사과는 잘 모르겠고 그런 걸 논의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더라"며 "맘대로 불방시키고 맘대로 방영하겠다는 KBS의 태도"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과 아픔이 소중한 전파를 타고 방영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만, KBS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열린 채널에 방송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안팎의 문제제기에다 KBS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결국 KBS 측은 시청자 서비스부 명의로 공개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방송연기를 사전에 통보하지 못한 것 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법에 보장된 퍼블릭 액세스 권리를 보장하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태준식 감독은 13일 "KBS측의 사과에 대한 입장을 정리중이지만, 일단 공개적인 사과가 나왔기 때문에 방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방영 거부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KBS 측의 사과에도 방송법에 보장된 일반 시청자의 권익이 정치적 이유로 침해당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반 편성으로 방영한다고는 해도 12월 특별편성의 경우, 금요일 밤 시간대였으나 일반 편성은 금요일 낮 시간대여서 상대적으로 시청률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 감독은 14일 공식 입장을 통해 "불방관련 미통보로 인한 개인적 피해보다는 세계 유일의 공중파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인 '열린채널'에 대한 KBS의 과도한 개입이 가장 큰 문제 의식이었다"며 "이유 여하를 떠나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할 '열린채널'이 KBS 자체 판단(특히나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 방영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 미니 다큐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의 한 장면
 쌍용차 미니 다큐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의 한 장면
ⓒ 태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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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열린채널, #쌍용차 다큐, #태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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