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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정론지인 또 하나의 이유

[미디어비평] <연합뉴스>가 배워야 할 <뉴욕타임스>의 솔직함
13.01.12 13:02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문구 하나의 차이도 다시 정정하는 세밀함

일반적으로 세계 최고의 정론지를 하나만 뽑으라면 누구나 많은 분들이 미국의 <뉴욕타임스>를 선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주된 이유는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수많은 진실 탐구의 내용을 가감 없이 기사화하여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이 신문의 역사적 배경이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거시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라, <뉴욕타임스>는 기사의 한 문장이나 나아가 한 단어의 내용까지도 잘못 보도되었을 때, 그것을 숨기거나 슬쩍 고치지 않고 바른 정정을 통하여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더욱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계기로 만들어 왔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배워야할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공개적인 정정의 내용은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보면 하루에도 여러 건이 등장하고 있으나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된 보도에서 그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이번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일행의 방북과 관련하여 '구글 회장의 방북은 북한을 이롭게 할지도(Visit by Google Chairman May Benefit North Korea)'라는 제하의 기사로 이번 방북에 관한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 대략의 내용은 이번 방북에 관해 여러 시각의 분석들이 존재하지만, 세계 최대 사업가가 북한의 여러 첨단 시설을 둘러보는 장면들은 일반적으로 폐쇄되고 가난한 북한이 나름대로 미래 지향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과시하고 체제 선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필자에게 눈에 띈 것은 이러한 기사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기사의 마지막에서 처음 올린 기사의 내용에서 다음과 같이 정정했다고 밝히고 있는 그 정정 기사의 내용이 필자의 눈에 번쩍 들어왔던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1월 11일 자 기사 정정 내용문 . ⓒ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얼핏 보면 별 차이가 없는 내용인 것 같으나, 이 내용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내용은 나중에 정정한 보도는 "이번 방북을 미 국무부가 특별히 유익(도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으로 강한 부정이 아니라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약한 부정인 것입니다. 그리고 정정 이유는 "미 국무부가 이번 방북이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는 말하지 않았다(강한 부정)"입니다.

만약 이 부분을 정정하지 않았다면, 아마 독자들은 즉 방북은 유익하지 않다(not particularly helpful)고 판단해서 그러한 방북을 미 국무부가 요구하지 않았다는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달될 수도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정정된 해당 기사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The State Department said it did not think the timing of the visit was"particularly helpful," given efforts by the United States to rally international support for tougher sanctions following North Korea's recent launching of a rocket that intelligence experts say could help in the development of missiles that could one day reach the United States.

<뉴욕타임스>가 이렇게 정확하게 정정한 덕분인지, 한국 시각 12일 자로 보도된 <연합뉴스>의 이 기사 관련 보도 내용에서도 이 부분은 "미국 국무부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경주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북이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고 보도함으로써 나름대로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1월 3일, 미 국무부 브리핑의 정확한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그렇다면 필자가 왜? 이 점을 다시 새삼스럽게 지적하는 이유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그 전에 사실(fact) 확인을 위해서 먼저 1월 3일, 미 국무부의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이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말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아래가 해당 부분의 원문 내용의 일부입니다.

MS.NULAND:..
With regard to the trip, we are obviously aware of the trip that has been announced for Google Executive Chairman Eric Schmidt and Governor Richardson. As you know,they are private citizens. They are traveling in an unofficial capacity. They are not going to be accompanied by any U.S. officials. They are not carrying any messages from us. Frankly, we don't think the timing of this is particularly helpful, but they are private citizens and they are making their own decisions...
Well, as I said, we don't think the timing of the visit is helpful, and they're well aware of our views.

이 부분의 번역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미 국무부의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 시간에 이번 구글 회장의 방북에 관해 "(미국) 정부 당국자와 동행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우리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눌런드 대변인은 이어 "방문 시기가 유익(helpful)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방문일행)이 우리의 입장(view)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공식차원에서 여행하는 것이므로 민간인으로서 자신들이 결정할 권리는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정도일 것입니다.
(필자의 <오마이뉴스> 1월 4일자 보도기사 참조)

그리고 이 부문은 같은 내용을 전한 1월 4일 자,<연합뉴스>의 (미국 특파원이 전한) 아래의 기사 내용에도 정확히 같은 의미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그들은 미국 당국자와 동행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정부)로부터 어떤 메시지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특히 "솔직히 우리는 (방북) 시점이 특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번 여행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다"면서도 "그들은 비공식적인 차원에서 여행하는 것이며 그들은 개인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1월 4일자기사 내용 중)

정리하자면, 방북 시점(로켓 발사로 인한 제재 시점 등)이 현재 상황에서 특별히 도움이 된다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않는다일 것입니다. 이 점은 미 국무부가 배포한 당시 브리핑 스크립트에도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또한, 이후 질문 기자가 그럼 왜 방북 시점이 적당하지 않으냐고 생각하는가를 묻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라고 대답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그들은 방북하려 한다고 하자 그것은 그들에게 물어보라며, 다시 방북 시점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입니다.

슬쩍 제목에서 내용까지 바꾸어 버리는 <연합뉴스>의 못된(?) 습관들...

방북 시점이 특별히 도움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 방북 시점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그렇다면 이제 필자는 왜 이러한 사실을 다시 짚어보고 있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연합뉴스>는 이러한 해당 특파원이 제대로 송고한 기사의 제목을 '방북 시점이 도움이 안돼' 가 아니고 '美 정부 "구글 회장 등 방북 도움 안돼"'로 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해당 (특파원) 기사의 내용이 있고 어찌 보면 시점이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으니, (개인 방북이라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분명 전제를 달았으나) 전체적으로는 미 정부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대하여 해석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목에서 시점이 사라지는 바람에 잘못하면 방북 자체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나, 그래도 해당 내용이 기사에 들어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나마 살아 있던 이러한 미 국무부의 발언 내용은 <연합뉴스>가 6일 자, 서울발로 내보낸 '슈미트 구글 회장 "금주 방북한다" 확정(종합)'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그 기사의 내용마저도 돌변하고 마는 것입니다.

즉, <연합뉴스>는 해당 기사를 전하면서 "미 국무부가 이들의 방북계획이 발표된 이후 "방북 시점이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거나 "미국 정부의 메시지는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으며 사실상 불쾌감을 표시한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라고 보도하였던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북 방북 시점이 특별히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가 "방북 시점이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로 돌변하였던 것입니다.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한 이러한 미 국무부의 관점은 바로 한국의 여타 언론사들이 인용하여 미 국무부가 상당히 강력하게 이들의 방북을 반대했던 것으로 보도되었던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아시아경제> 7일 자는 '슈미트 구글 회장 등 이번 주 방북 실행 주목'이라는 제하의 보도 기사에서 첫 문장에서 바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이 이번 주 예정대로 방북할지 주목된다. 리처드슨 측은 "방문이 인도주의적 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정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방북하지 말 것을 권한 탓이다."라고까지 보도하는 것으로 확대 발전해 나갔던 것입니다.

 분석의 관점과 시각은 언론의 자유이나 사실(fact)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필자가 이번 글에서 말하고자 함이 미 국무부가 이번 방북에 관해서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분석한 <연합뉴스>의 분석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번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에 관한 배경과 분석에는 언론 기관들이나 학자들도 상당히 다양하면서 전혀 상반된 의견을 내어 놓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정말 미 국무부가 이들의 방문은 자신들과 관련이 없으며 개인적 방문일 뿐이라고 말한 것이 액면 그대로의 사실인지, 아니면 불쾌하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더 나아가 오히려 모양새만 그렇게 갖추면서 사실은 특사 역할을 했는지, 여러 분석이 가능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사실(fact)관계의 전달입니다.

필자가 거듭 이러한 점을 여러 글에서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특히, 남북문제에 있어서 미국 정부의 여러 발표나 브리핑의 내용에 관한 보도가 한국 언론의 특성상 거의 <연합뉴스>를 통하고 있기에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 한 줄 한 줄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미 국무부는 아무리 북한과 협상을 물밑으로 진행하고 있어도 이를 밝히지 않으며, 특히, 미 국무부 브리핑은 확답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전에 있었던  북미 간의 이른바 2.29 합의 이전에도 미 국무부가 북한과 협상 중이라거나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히지 않은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례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 국무부가 (실상이나 속마음은 어떻든) 특히, 남북관계에 있어서 밝히는 것도 크게 이 같은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북한의 평가에 대한 발언은 이상하게 <연합뉴스> 특파원의 송고 차원을 지나면서 예를 들어 '미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등으로 변질하고 있었던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참고: 필자의 <오마이뉴스> '<연합뉴스>는 북미대화를 바라지 않는 것인가?' 기사 참조)

 잘못된 정정 내용을 그대로 표기하는 <뉴욕타임스>, 한국 언론들 배워야...

하지만 <연합뉴스>는 이후 7일 자에 송고한 같은 내용의 '종합 2보'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앞에서 언급한 작문한(?) 기사 내용은 빠지고 다시 이전에 해당 특파원이 미 국무부의 발표대로 송고했던 내용으로 다시 환원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정은 그냥 슬그머니 이루어지고 말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많은 한국의 언론들이 <연합뉴스>의 6일 자 보도를 보고 이러한 제목이나 관점을 그대로 인용 보도하였으며, 여러 언론들이 마치 미 국무부가 이번 방북을 반대한 것처럼 확대 보도되고 난 이후에 다시 기사의 내용이 바뀌었던 것입니다.

사실, <뉴욕타임스>도 이번 방북 기사를 정정할 만큼 어찌 보면 오히려 미 국무부가 불쾌감의 표시가 아니라, '자신들과는 관계없다' '정부 대표가 아니다' '방북 시점이 특별히 도움이 안 된다' 등등의 발언으로 모호한 입장을 표현했던 것일 수도 있어서, 이번 방북이 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분석부터 방북 이후의 성과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들이 나오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헷갈리는(?) 보도 속에서도 자신들마저 잘 못 파악했거나 혹은 보도한 내용이 미 국무부의 발표 내용과 다른 것이 없는가를 다시 점검하여 이를 바로 잡아 보도함으로써 분석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도록 미 국무부의 발표 내용은 있는 그대로 전하려고 하는 정론지의 노력을 다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연합뉴스>는 슬쩍 바꾸어 놓았다가 (이미 보도되어 한국의 언론들이 이러한 입장을 다 공론화하고 난 다음에) 말도 없이 되돌려 놓은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 미국국무부 발언의 문구 해석을 정말 모르는(?) 것인지, 참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모든 언론사들이 부러워하는 전 세계적 특종을 한 것만이 오늘날의 <뉴욕타임스>를 있게 한 것이 아니라, 이 작은 세밀함과 정정에 따른 언론의 솔직함이 돋보이는 것이 오늘날 <뉴욕타임스>를 최고의 정론지 위치에 올려놓은 또 다른 요인이 아닐까 생각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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