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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습니다. 기상청은 올 겨울이 기상자료 수집이 시작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춥다고 발표했습니다. 영하 10도는 기본이고, 바람이 심하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추위는 더 쉽게 찾아옵니다. 실제로 가난하면 경제적인 이유로 더 춥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기온이 중부지방만큼 많이 내려가지는 않아도 남부지방에서 느끼는 추위는 중부지방에 버금갑니다. 원체 따뜻하게 지내다가 느끼는 추위는 더 크게 다가오는 법입니다. 제가 사는 경남 하동은 얼음만 얼어도 춥다고 하는 남부 지역입니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 12월부터 얼어붙은 땅이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가 사는 동네는 12월에는 좀처럼 눈 구경을 하기 어려운데, 내린 눈이 녹기도 전에 또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연탄 3장이면 하루가 따뜻해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저는 추운 겨울에 단련되어서인지 나름대로 추위를 견디며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단열이 잘된 주택에서만 살아온 아내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아내는 첫 겨울을 보내는 동안 내내 감기와 함께 보냈습니다. 기름보일러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잘도 돌아가는데, 방은 여전히 추웠습니다. 기름을 아낀다고 잠 잘 때만 보일러를 켰는데도 지난 겨울 기름값으로 270만원 가량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일러를 아무리 돌려도 방안의 공기를 따뜻하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방바닥은 따뜻한데, 방안의 공기는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이불속에서만 생활을 할 수도 없습니다. 궁리 끝에 가스난로를 구하여 사용했지만 가스값 역시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온돌방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보일러방을 다시 온돌방으로 만드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연탄은 하루에 2-3장씩 사용합니다. 장당 600원에 1000장을 샀더니 2년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연탄은 하루에 2-3장씩 사용합니다. 장당 600원에 1000장을 샀더니 2년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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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연탄 보일러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래채에 아내의 작업실을 만드는 공사를 하며 난방문제 해결책으로 생각한 것이 연탄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해 겨울부터 연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채에서 먹는 것을 해결하고, 잠은 연탄방에서 따뜻하게 자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연탄방에서 잠을 자면서부터 아내의 감기는 멀어져 갔습니다.

연탄 3장이면 하루종일 따뜻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연탄가스 때문에 불안해 하던 아내도 연탄의 따스함에 푹 빠졌습니다. 기름에 비하여 훨씬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겨울이 시작될 무렵에 한 장에 600원을 주고 산 1000장의 연탄으로 이번 겨울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아내의 작업실은 연탄으로 하루종일 따뜻했지만 안채는 여전히 기름보일러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함부로 고칠 수도 없는 낡은 집이어서 방법이 묘연했습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했나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나무난로였습니다. 좁은 공간이어서 거실 가운데 난로를 놓을 수가 없어서, 나무 난로를 벽에 붙여서 설치 했습니다. 벽난로는 아니지만 난로의 효율은 엄청 났습니다.

실내에 나무난로를 설치한 모습니다. 2단으로 만들어서 열기를 보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위쪽의 둥근 것은 사용연한이 지난 LPG가스통을 이용한 것입니다. 나무는 밖에서 넣습니다. 불 피우는 곳을 밖에 두니 실내가 지저분해지지 않고, 불을 피울때 실내에 연기가 나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실내에 나무난로를 설치한 모습니다. 2단으로 만들어서 열기를 보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위쪽의 둥근 것은 사용연한이 지난 LPG가스통을 이용한 것입니다. 나무는 밖에서 넣습니다. 불 피우는 곳을 밖에 두니 실내가 지저분해지지 않고, 불을 피울때 실내에 연기가 나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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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가스통을 덧대어 만든 난로는 보기엔 투박해도 온 집안을 열기로 가득채워 주었습니다. 좁은 마루를 약간 넓히면서 난로를 설치하는데 100만원 가량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무난로를 사용하면서 기름보일러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나무를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기름에 비하면 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번 겨울에는 연탄과 기름을 지난 겨울에 준비한 것으로 사용하니 이번 겨울만 계산한다면 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은 셈입니다.

온 집안을 열기로 채워주는 나무 난로

나무 난로를 설치하니 아내가 제일 좋아합니다. 난로쪽에 등을 대고 앉아서 '등 따시고 배르다'며 노곤한 눈빛으로 졸기도 하고, 난로 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기도 합니다. 창 밖의 풍경은 한결 따스합니다. 마당에는 닭들이 노닐고 있습니다. 또한 눈 내린 겨울에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 새를 위해 먹이를 주기도 합니다.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은 겨울 난방비로 월10만원 가량 쓴다고 합니다. 여름철 냉방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하고요. 참으로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단열이 잘되는 집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일 겁니다.

나무난로의 바깥쪽 모습입니다. 위에 둥근것 두개는 고구마를 굽는데 사용합니다. 가끔 그곳에 생선도 구워 먹습니다.
 나무난로의 바깥쪽 모습입니다. 위에 둥근것 두개는 고구마를 굽는데 사용합니다. 가끔 그곳에 생선도 구워 먹습니다.
ⓒ 배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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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농촌에서 단독보일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겨울철 난방비로 최소 30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합니다. 시멘트 블록으로 벽을 만들고, 양철지붕을 얹은 오래되고 낡은 집이기 때문에 더 추운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저희가 사용하고 있는 연탄과 나무난로를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난방비도 확실히 아끼고, 추위와의 싸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태그:#겨울나기, #나무난로,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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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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