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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사람들이 산신제에 사용할 금줄을 볏짚으로 꼬고 있습니다. 시가현 산신제는 벼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지냅니다. 반드시 볏짚으로 만든 금줄과 츠도가 제물로 사용됩니다.
 마을사람들이 산신제에 사용할 금줄을 볏짚으로 꼬고 있습니다. 시가현 산신제는 벼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지냅니다. 반드시 볏짚으로 만든 금줄과 츠도가 제물로 사용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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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과 6일 이틀간 시가현 가모초(蒲生町) 이나타리(稻垂)에서 열리는 산신제에 다녀왔습니다. 이나타리는 25 세대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두 해 마다 벼농사를 짓는 20 세대가 중심이 되어 산신제를 준비하여 산신제를 지냅니다.

아침 8시 마을 사람들이 제주에 해당하는 도슈(當主) 집에 모여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준비가 시작됩니다. 도슈는 공식적인 준비에 앞서서 한 해 전부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산신제에 필요한 소나무, 대나무, 볏짚, 여러 가지 제물들을 미리 준비해 줍니다.

이 마을은 20 세대가 산신제를 지내는데 마을이 작기 때문에 마을 사람이 거의 모두 참여하여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이 마을에서 두해 마다 산신제를 지내는 것은 건너 마을 인 기무라 마을과 같이 한 해 씩 번갈아서 산신제를 지내기 때문입니다. 짝수 해에는 기무라 마을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홀수 해에는 이나타리 마을에서 지냅니다.

  마을 사람들이 여러 가지 산신제 준비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나무를 갈라서 받침대를 만들거나 소나무를 갈라서 나무젓가락(길이 32 cm, 모두 17 개)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볏짚을 꼬아서 접시 받침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여러 가지 산신제 준비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나무를 갈라서 받침대를 만들거나 소나무를 갈라서 나무젓가락(길이 32 cm, 모두 17 개)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볏짚을 꼬아서 접시 받침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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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타리 마을과 기무라 마을이 해마다 산신제를 번갈아서 지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농사를 지을 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두 마을은 똑같이 히노가와 강과 사쿠라 가와 강의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그래서 물의 사용과 분배에 대해서 서로 협조하면서 해마다 교대로 산신제를 지내오고 있습니다.

이나타리 마을 사람들이 소유한 논은 모두 230 단보 정도인데 60년대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3 단보 정도가 고속도로에 포함되었습니다. 산신제를 이 년마다 한번씩 같이 지내는 기무라 마을은 60 세대 정도로 이나타리 마을보다 더 큽니다.

5일 아침 식사를 마친 마을 사람들이 도슈 집과 세 곳으로 나누어서 제물을 준비합니다. 도슈 집에서는 남녀 신체에 꾸미개를 붙이는 준비를 하고, 다른 곳에서는 제물로 사용할 밥을 짓고 나머지 한 곳에서는 볏짚으로 금줄을 꼬고, 끝으로 다른 한 곳에서는 창고 바닥에 멍석을 깔고 대나무나 소나무로 제물 받침대나 나무젓가락을 만듭니다.

  산신제를 준비하는 동안 새참으로 나온 한국에서 만든 막걸리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막걸리가 일본 농촌 시골 마을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이곳은 오사카에서 100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전차와 걸어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곳입니다.
 산신제를 준비하는 동안 새참으로 나온 한국에서 만든 막걸리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막걸리가 일본 농촌 시골 마을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이곳은 오사카에서 100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전차와 걸어서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곳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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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세 곳으로 나누어서 준비를 하는데 준비하는 동안 도슈 집에서는 간식거리로 술과 과일, 과자를 준비해서 내놓습니다. 그런데 술이 일본산 정종과 한국산 막걸리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막걸리를 한국 술이라고 알고 있었으며 먹고 난 다음 모두 먹기 쉽고 좋은 술이라고 한마디씩 하기도 했습니다.

제물 준비가 끝나면 12시 무렵 준비된 제물을 모두 도슈 집에 가지고 와서 진열해 놓고 간단히 부싯돌과 쇠붙이를 부딪치면서 의례를 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둘러앉아서 도슈 집에서 준비해 놓은 점심식사를 합니다. 점식 식사를 시작으로 산신제가 열리는 다음 날 아침 5시까지 마을사람들은 도슈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제물 준비가 끝나고 도슈 집 다다미방에 제물을 차려놓았습니다. 남녀 신상에 두른 노란 종이는 자연산 치자 열매를 따다가 물을 들인 것입니다.
 제물 준비가 끝나고 도슈 집 다다미방에 제물을 차려놓았습니다. 남녀 신상에 두른 노란 종이는 자연산 치자 열매를 따다가 물을 들인 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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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로는 남녀 사람 모습의 신체(神體)와 감귤, 밤, 곶감, 밥, 모자반, 무, 우엉, 멸치, 아몬드, 삶은 콩 들이 차려집니다. 이런 제물이 모두 여섯 벌 차려지는데 두 벌은 남신과 여신의 것이고 나머지 제물은 두 신을 도와주는 신들의 것입니다.

산신제는 벼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입니다. 따라서 산신은 여자신이기 때문에 산신제 준비는 모두 남자들이 합니다. 그렇지만 집안에서 여자들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현실 때문인지 이 마을에서는 다음 산신제를 지낼 집 주부와 이웃 부인 세 명이 산신제를 준비하는 도슈 집에서 베푸는 식사에 초대되어 밥을 먹습니다.

  올 산신제를 지내는 집 이웃과 다음 산신제를 지낼 집 부인이 뒷문으로 들어가서 먹거리를 대접 받고 있습니다. 원래 산신제는 남자들만 참가하여 지내는데 여자들을 대접하는 곳은 이곳이 처음입니다.
 올 산신제를 지내는 집 이웃과 다음 산신제를 지낼 집 부인이 뒷문으로 들어가서 먹거리를 대접 받고 있습니다. 원래 산신제는 남자들만 참가하여 지내는데 여자들을 대접하는 곳은 이곳이 처음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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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주부들은 도슈 집에 들어갈 때 정면 현관을 이용하지 않고 뒷문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들은 도슈 집에 줄 현미 주머니와 축의금을 담은 보자기를 들고 갑니다. 전에는 부녀자들이 모두 기모노를 차려 입고 갔지만 지금은 편하고 단정한 복장으로 갑니다.    

아침 5시 마을사람들이 다시 제물이 진설된 도슈 집에 모두 모여서 간단히 술을 마시고 제물을 모두 트럭에 싣고 마을 옆 산 입구에 있는 신신단으로 갑니다. 산신단에 금줄을 감아놓고 산신단 앞에 제물을 진설해 두고 간단히 제사를 지냅니다.

  도슈 집에서 준비해 놓은 여러 가지 먹거리입니다. 한 가운데 있는 것은 후나스시입니다. 비와코 호수에서 잡은 붕어를 깨끗이 씻어서 밥과 버무려 발효시킨 것입니다. 냄새가 고약하지만 술안주로는 제격입니다. 맛이 우리나라 가자미식혜와 비슷합니다.
 도슈 집에서 준비해 놓은 여러 가지 먹거리입니다. 한 가운데 있는 것은 후나스시입니다. 비와코 호수에서 잡은 붕어를 깨끗이 씻어서 밥과 버무려 발효시킨 것입니다. 냄새가 고약하지만 술안주로는 제격입니다. 맛이 우리나라 가자미식혜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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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단에 산신제 제물을 차려놓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와서 산신단에 기원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쌀, 밀감, 곶감, 밤, 찹쌀 떡 등을 담은 주머니를 들고 와서 산신제 제물 옆에 놓고 기원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준비해온 쌀을 주위에 뿌리기도 합니다.

이나타리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제물을 진설하는 동안 이웃 마을인 기무라 마을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도착하여 제물 진설하는 것을 돕습니다. 그리고 같이 장작불을 쬐고 있다가 6시 두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같이 산신당 주위에 서서 축문을 읽고 제사를 지냅니다.

축문 내용은 산신을 큰 소리로 부른 다음, 연연 이어온 올 새해를 맞이하여 첫 큰 소리로 아룁니다. 올 농사를 지으며 내는 농기구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서 벼농사, 보리농사, 콩 농사가 모두 대 풍작이 되게 해 주십시오.

  새벽 여섯시 마을 사람이 산신단 앞에서 풍년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로 땅이 얼어서 단단합니다.
 새벽 여섯시 마을 사람이 산신단 앞에서 풍년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로 땅이 얼어서 단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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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가 끝나면 두 마을사람들이 각각 제물을 나누어 가지고 각자 마을로 돌아갑니다. 날이 새면 9시 정도 다시 마을사람들이 산신당에 와서 장작불을 치우고, 남아있는 제물을 정리하여 마을로 돌아갑니다. 이것으로 올 산신제가 모두 끝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바람대로 올해도 풍년이 들었으면 합니다.

산신제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대표자를 뽑아서 그의 지시에 협조를 하고, 역할을 나누어서 여러 가지 준비물을 마련하고, 서로 돕고 이해하며 공동 작업으로 제물을 만들어서 지냅니다.

비록 산신제의 신앙적인 목적은 고려하지 않아도 산신제를 지내는 풍습은 전통적으로 전해내려 온 농업 생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벼농사나 농업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삶의 향기를 느끼고 자연의 변화와 자연의 혜택을 고마워하는 삶의 슬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신제 제물입니다. 아주 간소하고 상징적인 것만 차려 놓았습니다.
 산신제 제물입니다. 아주 간소하고 상징적인 것만 차려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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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시가현 가모초 이나타리(稻垂) 마을, #막걸리, #후나스시, #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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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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