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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가 지난 3일 김씨가 대선 직전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내 수백 건의 글에 추천 또는 반대 표시를 했다는 중간 발표를 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중간 발표는 지난 12월 16일,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정밀 분석한 결과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거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통합당은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까지 대선 당시 선거 개입 정황을 묻어버리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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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어 '패턴' 쓴 것 주목해야"

오연호 대표기자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지난 12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생방송으로<오마이뉴스> '힐링올레'를 하면서 포옹하고 있다.
 오연호 대표기자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지난 12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생방송으로<오마이뉴스> '힐링올레'를 하면서 포옹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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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 밝혀진 상황은 '직접 작성한 글은 없고 단지 여러 가지 글에 추천 또는 반대 표시 버튼을 눌렀으며 그 추천 또는 반대에는 문 후보 지지 글에 반대를 누르고 박 후보 지지글에 추천을 누르는 등의 일정한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4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아직까지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밝혀낸 사실이 국정원 직원의 활동의 전부인지 빙산의 일각인지 봐야 하고, 또한 전부라는 가정 하에서 그런 행동 자체만으로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명백한 것은 국정원 직원이 상당히 오랜 기간 사무실에 거의 출근하지 않은 상태로, 휴직이나 병가가 아닌 정상적인 근무 상태였다"며 "그렇게 본다면 김씨는 그 오피스텔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고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드러난 활동이 추천·반대(를 표시하는) 활동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 선거와 관련돼 있었고, 특정 후보와 관련된 활동이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국가 공무원이 정치적 의사 표명을 할 수 없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여기에서 김씨의 행위가 적극적인 의사 표명인지 소극적 찬반 표명인지에 대한 판단이 입장에 따라 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김씨의 행위는 직접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닌 기존의 글에 대한 찬반 의사 표명뿐이기 때문. 표 전 교수는 "경찰 발표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경찰이 '패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라며 "추천과 반대가 99건이라고 하는데, 그 행동들이 무시할 수 있는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후보에 대한 지지와 다른 후보에 대한 반대라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의 행동이 단순히 무의미한 버튼 누르기가 아니라 의도와 행동이 야기할 결과에 대한 기대를 담은 의지 표현이었다는 것을 경찰의 현재 발표만으로도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러나 행위의 의도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행위의 결과다. 김씨가 접속했던 인터넷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는 시스템 상 어떤 게시물에 추천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반대가 3표가 넘으면 '베스트 게시물'에 오르지 못하는 구조로 돼 있다. 표 전 교수는 "그 찬반 표시 자체가 특정 글을 베스트 게시물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그런 기대를 갖고 있었다면 그것은 단순한 버튼 누르기가 아닌 댓글 이상의 여론에 대한 조작행위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표 전 교수는 "(김씨가) 16개의 아이디를 사용했다는 것은 객관적인 정황을 두고 분석할 때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한 개의 아이디로 이룰 수 없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봐야 하고, 그 목적은 특정 글에 대한 중복 찬성 또는 반대를 통해 베스트 게시물로 올리거나 내리려는 결과를 야기하려고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라고 밝혔다.

"3차 TV토론 직후 나온 무리한 발표, 잘못 드러났다"

한편, 12월 16일 늦은 밤 경찰이 대선후보 3차 TV 토론 이후 '(김씨가)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전혀 없다'는 중간 발표를 급작스럽게 내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결과가 당시 입장을 뒤집는 내용이기 때문에 부실 수사 의혹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표 전 교수는 "당시 오후 11시의 발표가 정상적 절차가 아니라고 판단,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결과적으로 1월 3일의 수사 결과 발표는 12월 당시의 무리한 발표가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입증하고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표 전 교수는 "12월 중간 발표 당시 팩트는 없었는데 '그 팩트가 없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마치 '(찾아봐도) 팩트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으로 오해를 할 수 있게끔 한 것"이라며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서는 '경찰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는 식으로 오해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찰이 갑작스러운 발표를 통해 세간의 이목을 주목시킨 뒤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내용을 내놓으면서 선거 개입 의혹 제기가 마치 근거 없는 흑색 선전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이야기다.

지난 12월 11일 당시 김씨의 오피스텔 앞에서 벌어졌던 대치 상황에서 김씨가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가족들을 불러 그들이 노출됐던 것 역시 사건과는 별도의 지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국가정보기관의 직원이 민간인들에 의해서 소재지가 밝혀지고, 자신의 동선이 밝혀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표 전 교수는 "(당시 대치 상황에서) 김씨가 자신의 가족을 불러 노출시키고 공개하는 그 모든 것들이 실제 상황이 아닌 코미디 속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를 많이 떨어뜨린 사건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태그:#이털남, #국정원, #대선, #박근혜, #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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